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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2035] 그들이 보이지 않는 이유

중앙일보 2020.10.19 00:13 종합 28면 지면보기
채혜선 사회2팀 기자

채혜선 사회2팀 기자

지난 12일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한 사회복지관에 장애인 전용 미용실이 생겼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미용실이 생긴 건 ‘전국 최초’라고 한다. 뇌병변 장애로 몸이 불편해 30대가 되도록 미용실을 가본 적 없다는 향미씨. 그가 이날 이 미용실에서 잘라낸 머리카락은 한 줌이 채 안 됐다. 30분이면 끝나는 간단한 일이 30년 넘게 걸린 셈이다. 장애아를 둔 부모들은 복지관 측에 허리를 90도로 연신 굽히며 고마움을 나타냈다. “그동안 장애인을 받아주는 미용실이 없었다”면서다.
 
장애인 전용 미용실이 하나 생긴 게 저들에겐 그리 기쁜 일이었던가. 눈시울이 시큰해졌다. 이런 광경을 지켜보며 서른 살 넘게 살면서 미용실에서 장애인을 단 한 번도 만난 적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왜 이런 ‘불편한 진실’을 인제야 깨닫게 된 걸까. 답은 간단하다. 삶에서 장애인을 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내가 만난 장애인은 학창시절 전교에 한두명씩 있는 학우들이 다였다. 그렇게 그들은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낯선 존재’로 남았다.
 
지난 6월 숨진 발달장애 아들과 그 어머니 넋을 기리는 추모제. [연합뉴스]

지난 6월 숨진 발달장애 아들과 그 어머니 넋을 기리는 추모제. [연합뉴스]

그러나 눈에 안 보인다고 없는 건 아니다. 전국에 있는 장애인은 2019년 기준 261만 명. 이는 전국 중학생(129만 명)과 고등학생(141만 명)을 합친 것과 비슷한 숫자다. 올해 수능 응시인원(49만 명)의 다섯 배보다 많다. 밖에만 나가도 교복 입은 학생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장애인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건 확실히 이상한 일이다.
 
한국에서 장애인은 보이지 않는 ‘특별한’ 존재지만 유튜브 크리에이터 박위(32)씨가 소개한 오스트리아는 달랐다. 박씨가 지난해 12월 공개한 유튜브 영상에 따르면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인 그는 오스트리아에서 그런 존재가 아니었다. 장애인이 다니기 편한 도로와 대중교통이 곳곳에 잘 갖추어 있었다. 그를 본 시민들은 그저 무심코 도울 뿐이었다. 그 이유를 물으니 “일상에서 장애인을 보는 게 익숙하다”고 했다. 장애인을 학교 등에서 자주 접하다 보니 그들을 낯설지 않게 대하는 문화가 자연스레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삶에서 만나는 장애인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시설도 늘어나고 인식도 바뀌어 장애인을 특별하다거나 낯설다고 느끼지 않을 만큼 그들이 자주 보이면 좋겠다. 사회학자 오찬호씨는 책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에서 “장애인 시설은 무조건 많아야 한다. 장애인이 자꾸만 사회로 나와야지만 비장애인이 이들을 같은 인간으로 바라보며 함부로 대하지 않게 된다”고 했다.
 
향미씨는 장애인 전용 미용실을 이용한 소감을 말해달라는 취재진에게 “사랑합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그에게 어떤 사랑을 보여주었나. 부끄러움에 잠 못 드는 밤이 이어지고 있다.
 
채혜선 사회2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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