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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추미애·윤석열 충돌로 번진 펀드 사건…특검으로 정리하라

중앙일보 2020.10.19 00:04 종합 34면 지면보기
라임자산운용에 지배적 권한을 행사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옥중 입장문’으로 검찰과 정치권이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김씨는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 대한 뇌물 진술은 검찰 출신 변호인의 회유에 따른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검찰과 변호사가 여권에 상처를 입히고,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공작 수사’를 획책했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 검사 세 명에게 유흥주점에서 1000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했는데, 그중 한 명이 라임 사건 수사를 맡았다고 했다. 검찰 출신 야당 국회의원에게 금품 로비를 벌였다고 진술했지만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봉현 입장문에 ‘공작 수사’ 논란 가열
중립적 특검에 총체적 진상 규명 맡겨야

입장문이 공개되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심야에 검사들에 대한 감찰을 명령했다. 그리고 어제 법무부는 윤 총장이 야권 정치인과 검사의 비위에 대해 보고받고도 여권 인사와는 달리 철저히 수사하도록 지휘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윤 총장 측은 “법무부 발표 내용은 검찰총장에 대한 중상모략과 다름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의 유착 의혹 건에서 빚어졌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정면충돌 양상이 재연됐다. 범죄인의 몇 마디 말에 온 나라가 혼란스럽다.
 
더불어민주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이 수사를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황당하기 그지없는 아전인수다. 공수처는 출범하지도 않았는데 도대체 언제 수사하도록 한다는 것인가. 여당이 바라는 대로 공수처장 임명 방법이 바뀌어도 올해 안에 필요 인력이 갖춰져 수사에 착수하게 된다는 보장이 없다. 게다가 라임·옵티머스 사건은 본질이 경제 범죄다. 공수처가 펀드 비리 수사에 나서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검사들이 김씨와 함께 룸살롱에 갔는지, 야당 정치인에 대한 진술을 검찰이 덮어버렸는지, 윤 총장이 검사와 야당 인사의 문제를 보고받고도 아무런 지휘를 하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아울러 이성윤 검사장이 책임자로 있는 서울중앙지검은 왜 넉 달가량 옵티머스 펀드 사건을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는지도 조사해야 한다. 이미 범죄자의 진술서에 로비 대상으로 거론된 여권 정치인과 청와대 인사에 대한 수사도 진행해야 한다. 펀드 범죄에 가담한 금융권 인물 등에 대한 수사도 계속 이어져야 한다.
 
이 모든 일을 정치적 공방에 휘둘리지 않고 중립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이는 특별검사뿐이다. 특정 정파에 치우치지 않은 법조인을 특검으로 임명해 이 사건을 맡기는 게 혼란을 하루빨리 줄이는 길이다. 이제 두 펀드 사건은 검찰이 어떤 수사 결과를 내놓아도 절반가량의 국민은 결론에 수긍하지 않을 것이다. 당장 여야가 특검법 제정에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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