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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스타 되자 서로 할퀸다…‘가짜 사나이’로 본 유튜버 세계

중앙일보 2020.10.19 00:03 종합 20면 지면보기
‘가짜 사나이’로 ‘대세’가 된 이근(37) 해군특 수전 전단 출신 예비역 대위가 3일 ‘빚투’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가짜 사나이’로 ‘대세’가 된 이근(37) 해군특 수전 전단 출신 예비역 대위가 3일 ‘빚투’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말 그대로 날개 없는 추락이다. 인기 유튜브 채널 ‘가짜 사나이’의 상황이 그렇다.
 

방송서 못 본 ‘날 것’ 그대로의 군대
이근 대위, 로건 교관 연예인급 인기

과거 부적절한 처신 폭로되며 추락
자숙기간 거친 뒤 부활 가능할까

군대 신드롬과 함께 화제를 몰고 다닌 유튜브 예능 ‘가짜 사나이’가 16일 방영 중단을 선언했다. ‘가짜 사나이’를 제작한 피지컬갤러리 측은 16일 “훈련생과 교관진, 나아가 가족들까지 극심한 악플에 시달리고, 극도의 스트레스 속에서 사람들의 가십거리와 사회적 이슈로 소비되어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7월 첫 선을 보인 ‘가짜 사나이’는 군대를 다룬 기존의 예능프로그램과 달리 혹독한 훈련 과정과 교관과 훈련생의 관계를 가감없이 내보내 큰 호응을 얻었다. [유튜브 캡처]

7월 첫 선을 보인 ‘가짜 사나이’는 군대를 다룬 기존의 예능프로그램과 달리 혹독한 훈련 과정과 교관과 훈련생의 관계를 가감없이 내보내 큰 호응을 얻었다. [유튜브 캡처]

최근 이근 대위(예비역)의 ‘빚투’ 문제와 성범죄 논란에 조교로 출연했던 로건과 정은주의 불법 퇴폐업소 출입 등 의혹이 겹쳐지면서 악화한 여론을 버티지 못한 것이다. 보름 전만 해도 각종 방송과 CF에선 ‘이근 모시기’ 경쟁이 벌어졌다. ‘화무십일홍’이 따로 없다.
 
전문가들은 롤러코스터를 보는 듯한 ‘가짜 사나이’의 짧은 흥망성쇠가 콘텐트 시장의 총아로 떠오른 유튜브의 생태계를 잘 보여준다고 입을 모았다. 이를 ‘Raw(날 것)’ ‘Risk(잠재적 위험)’ ‘Reveal(폭로)’ ‘Revival(회생)’ 등 ‘4R’로 정리해봤다.
 
7월 첫 선을 보인 ‘가짜 사나이’는 군대를 다룬 기존의 예능프로그램과 달리 혹독한 훈련 과정과 교관과 훈련생의 관계를 가감없이 내보내 큰 호응을 얻었다. [유튜브 캡처]

7월 첫 선을 보인 ‘가짜 사나이’는 군대를 다룬 기존의 예능프로그램과 달리 혹독한 훈련 과정과 교관과 훈련생의 관계를 가감없이 내보내 큰 호응을 얻었다. [유튜브 캡처]

①Raw(날 것)=전문가들이 꼽는 유튜브의 강점은 기존 방송에서 볼 수 없는 ‘날 것’의 유통이다. 욕설이나 편향성 같은 문제도 지적됐지만 한편으론 과도한 규제에 대해 답답함을 호소하는 콘텐트 소비자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가짜 사나이’도 마찬가지다. 지난 7월 9일 첫선을 보인 뒤 순식간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유튜브는 물론 기성 방송까지 휩쓸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 MBC 예능 ‘진짜 사나이’가 보여줬듯 군대는 한국 예능 시장에서 잘 먹히는 소재”라면서 “다만 과거엔 각종 규제나 시청자 눈높이 등을 고려해 ‘너무 순화됐다’는 불만이 많았는데, ‘가짜 사나이’는 혹독한 훈련 과정과 교관과 훈련생의 관계를 날 것 그대로 내보내 큰 호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②Risk(잠재적 위험)=그러나 유튜버들은 기획사 등의 검증이나 관리를 거치지 않아 이성·금전 문제 등 과거사의 위험성이 연예인보다 크다. 수십만에서 수백만의 구독자를 자랑하던 유튜버 하늘(학교 폭력), 찌워니(도박빚), 약쿠르트(성폭력) 등 부적절한 개인사가 드러나 하차 혹은 자숙을 선언한 경우가 적지 않다.
 
급격한 ‘신분 상승’도  뇌관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는 비교심리가 강해서 유튜버가 뜰 때는 흐뭇하게 보다가도 자신보다 잘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순간 ‘잠재적 안티’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리스크 관리도 거론된다. 과거사나 부적절한 처신 등의 문제가 터졌을 때 이를 관리하는 전문적 매니지먼트사가 뒤에 없다는 것도 약점. 이근 대위가 성범죄 판결이 공개됐음에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인스타그램에 일상생활을 게시한 걸 두고서도 곽 교수는 “갑자기 모든 것을 잃게 되는 심리적 공허를 채우기 위한 행위 같다”면서도 “대중의 실망을 누그러뜨리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적절한 리스크 관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7월 첫 선을 보인 ‘가짜 사나이’는 군대를 다룬 기존의 예능프로그램과 달리 혹독한 훈련 과정과 교관과 훈련생의 관계를 가감없이 내보내 큰 호응을 얻었다. [유튜브 캡처]

7월 첫 선을 보인 ‘가짜 사나이’는 군대를 다룬 기존의 예능프로그램과 달리 혹독한 훈련 과정과 교관과 훈련생의 관계를 가감없이 내보내 큰 호응을 얻었다. [유튜브 캡처]

③Reveal(폭로)=검증 과정 없이 ‘벼락스타’가 된 유튜버들은 폭로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유튜버들이 서로를 저격하며 퇴장시킨다는 점이 유튜브 세계의 특징이다.
 
테슬라의 창업 초기 주주로 슈퍼카나 별장 등을 보유했다며 한때 ‘준재벌’로 관심을 모았던 카걸·피터박 부부 유튜버는 지난 8월 폭로 전문 유튜버 구제역이 “테슬라 주요 주주 명단을 확인한 결과 일반 개미 투자자” “‘BBC 탑기어 수석편집자’가 아닌 ‘탑기어코리아’ 외주 PD”라고 폭로하면서 유튜브를 중단했다.
 
수백만의 구독자를 가진 쯔양(253만명), 문복희(462만명), 나름(148만명) 등 먹방계 스타 유튜버들을 침몰시킨 것도 유튜버 참PD였다. 참PD는 8월 이들이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물건)’이라며 ‘먹방’을 했지만 실제로는 뒷광고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이후 쯔양은 유튜브 은퇴를 선언했다. 방송인 한혜연과 가수 강민경에게까지 불똥이 튀었다.
 
‘가짜 사나이’도 유튜버 정배우와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 이근 대위의 성폭력 전과와 로건의 몸캠 피싱 의혹 등을 폭로하며 추락하기 시작했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연예계에선 서로의 약점은 함구한다는 업계 불문율이 있는 반면 유튜버들은 개인으로 움직여서 그런지, 폭로를 자신의 인지도 상승과 수입 창출의 통로로 활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④Revival(회생)=자숙을 통해 다시 활동을 재개한다는 점은 연예인과 비슷하다. 다만 기존 연예인보다 회복에 걸리는 속도는 보다 빠른 편이다. 인기 유튜버 송재익은 7월 ‘피자나라치킨공주’에서 치킨을 배달받았는데, 누군가 베어먹은 흔적이 있다고 방송해 파문을 일으켰다. 확인 결과 사실무근이었다. 이에 송재익은 사과 영상을 올리고 자숙을 선언했으나 한 달 뒤 활동을 재개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유튜버에게 기대하는 도덕적 기준이 낮다 보니, 연예인이라면 상당 기간 활동을 중단할 일도 한두 달이면 잦아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가짜사나이’는 회생할 수 있을까. 1인 유튜버가 아니라 복수의 진행자가 얽혀있어 회생이 다소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이근 대위의 한 지인은 “주변 시선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스타일이다. 어떤 식으로든 활동은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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