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설] “저항 심한 탈원전 감사” 진실 발표해야

중앙일보 2020.10.19 00:02 종합 34면 지면보기
그 누구의 간섭이나 압력도 받지 않아야 할 감사원이 이렇게 흔들린 적은 없었다. 감사원은 1963년 감사원법을 제정할 때 ‘대통령에게 소속하되 직무에 관해서는 독립적 지위를 가진다’고 법적 지위가 규정됐다. 대통령조차 어떤 간섭과 압력도 가하지 말라는 취지였다. 그래서 감사원 공무원의 임면, 조직 및 예산 편성도 독립성이 최대한 존중되도록 했다.
 

부처의 진술 번복, 자료 삭제 등 방해 딛고
시시비비 철저히 가려야 감사원 독립 지켜

그러나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의 상징인 월성 원전 1호기의 조기 폐쇄에 대한 타당성 감사는 정치권의 간섭과 압력, 조사 대상 정부기관의 조사 방해가 극심했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월성 1호기 감사 결과 발표가 지연된 것과 관련해 “감사 저항이 이렇게 심한 감사는 재임하는 동안 처음”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르면 월요일(19일) 늦어도 화요일까지는 결과 공개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더는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월성 1호기는 1차 운영허가 기간이 끝난 뒤 무려 7000억원을 들여 되살린 국민의 소중한 자산이다. 조기 폐쇄해 고철로 만드는 결정은 신중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 과정은 거칠고 불투명했다. 국회가 요청해 지난해 10월 감사원이 감사에 나선 배경이다. 당초 감사 결과는 법정 시한인 지난 2월 말까지 발표했어야 했다. 그러나 집요한 저항에 부닥쳐 8개월이 지연됐다.
 
저항은 전방위적이었다. 정부 산하 집행기관으로 핵심 감사 대상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처음부터 자료를 제대로 내지 않았다. 애초 한수원은 조기 폐쇄를 논의하는 이사회 참석자들에게 50쪽에 이르는 경제성 분석 보고서 대신 달랑 두 쪽짜리 요약본만 제공했다. 그 바람에 감사원은 한수원 컴퓨터에서 지워진 파일을 되살리는 디지털 포렌식까지 해야 했다. 한수원에 실질적으로 업무를 지시하는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은 관계 자료를 삭제한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이 자료 복구에 상당한 시간을 써야 했고, 공무원이 진술을 번복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치권의 압박도 도를 넘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아예 감사의 신뢰성을 문제 삼고 있다. “감사원이 결론을 정해 놓고 감사하는 게 아니냐”는 식이었다. 지난 7월에도 감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최 감사원장에게 “대선 불복이냐”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며 공공연히 사퇴 압력을 가했다.
 
감사원은 어떤 외풍에도 흔들리지 말고 이번에는 꼭 약속한 시일까지 감사 결과를 발표해야 한다. 국민의 자산인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가 타당했는지 아닌지만 밝히면 된다. 이번 감사 결과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그럴수록 사실 그대로 한 점 의혹 없이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 그래야 탈원전을 둘러싼 소모적 논란을 최소화하고 고도의 독립성이 요구되는 감사원의 위상도 지킬 수 있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