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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주범' 옥중 한마디에...추미애, 윤석열 목에 칼 들이댔다

중앙일보 2020.10.19 00:02 종합 1면 지면보기
옥중에서 날아온 서신 한 통이 지난 16일 공개되며 검찰이 발칵 뒤집혔다. 라임 사태의 주범 김봉현(46·구속기소)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쓴 옥중 입장문(‘사건 개요 정리’)이다. 여기엔 ‘검사 3명 룸살롱 접대와 야당 정치인을 동원한 은행 로비 등을 진술했는데도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개혁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추미애 측 “윤, 검사·야권 수사 제대로 지휘 안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중상모략” 강력 반발
법무부, 윤 총장 지휘 안 받는 별도 수사팀 시사

검찰 “여권 겨누자 검찰이 타깃 돼”
윤 총장 “의혹 철저수사 지시했다”
김씨, 남부지검 소환 조사엔 불응

이틀 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전면전이 다시 시작됐다. 검찰 수사가 ‘여권 인사 비위’ 의혹에만 집중됐다고 판단한 추 장관은 18일 윤 총장이 수사를 미진하게 지휘한 의혹이 있다면서 라임 사태 수사를 위해 ‘별도의 수사팀’을 꾸릴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제2의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윤 총장을 지휘 라인에서 배제하는 것과 연계돼 있다.
 
그러자 윤 총장은 “중상모략과 다름없다”고 맞받아치며 강력 반발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라임 수사가 여권을 겨누기 시작하자 검찰이 정권의 타깃이 된 것 같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규모 금융 피해를 일으킨 김 전 회장의 주장에 기댄 감찰로 검찰에서 책임소재를 찾으려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16일 “여당뿐 아니라 야당 정치인에게도 금품 로비를 했고, 현직 검사 여러 명에게 접대했다”는 내용을 담은 옥중 입장문을 외부로 보내 공개했다.
 
법무부는 이날 “입장문 공개 당일부터 박은정 감찰담당관 등 법무부 감찰실이 감찰에 착수, 사흘간 라임 사건 관련 김 전 회장을 직접 조사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감찰실은 룸살롱 접대 대상으로 언급된 현직 검사의 신원 정보를 확보했다고 한다. 이어 “감찰 결과 김 전 회장이 ‘검사 및 수사관에 대한 향응 및 금품수수 비위’ ‘검사장 출신 야권 정치인에 대한 억대 금품로비’ 등의 의혹도 검찰에 진술했지만 관련 의혹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또 “검찰총장이 라임 사건 수사 검사 선정에 직접 관여하고 철저한 수사를 수차 밝혔음에도, 야권 정치인 및 검사 비위에 대해선 구체적인 비위 사실을 보고받고도 여권 인사와는 달리 철저히 수사토록 지휘하지 않은 의혹 등 그 관련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현재 진행 중인 감찰과 별도로 수사 주체와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법무부의 이 같은 강경 기조에는 추 장관의 결심이 있었을 것이라는 게 다수의 분석이다.
 
윤석열 잡기 나선 추미애 … 감찰실, 김봉현 사흘 연속 만났다
 
추미애

추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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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16일 윤 총장이 공개적으로 ‘검사 비위 의혹’에 대해 수사 지시를 내린 것이 추 장관이 공개 감찰에 착수하게 된 계기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번 감찰로 추 장관이 야권은 물론 윤 총장과 검찰개혁까지 거머쥐는 ‘1석3조’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란 취지다.
 
윤 총장은 이례적으로 곧장 대검찰청 대변인실을 통해 반박 입장문을 내놓았다. ‘중상모략’ 등 선택한 단어의 수위가 높았다. 대검은 “검찰총장이 해당 의혹들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음에도 이와 반대되는 법무부의 발표 내용은 전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내용”이라며 “검찰총장에 대한 중상모략과 다름없으며 전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검은 총장의 수사 지휘가 미비했다는 지적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야권 관련 정치인 의혹은 내용을 보고받은 뒤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고, 이에 따라 현재도 수사 진행 중인 사안이며 ▶검사 비위 의혹은 지난 16일 언론보도를 통해 처음 알았고, 그 즉시 서울남부지검에 김 전 회장 조사 등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윤 총장의 16일 지시는 서울남부지검에 먹히지 않았다고 한다. 사안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남부지검이 지시를 즉각 이행하지 않자 윤 총장은 17일 남부지검에 재차 지시하고, 대검 대변인실을 통해 지시사항을 언론에 공개했다. 남부지검이 이날 총장 지시대로 김 전 회장을 구치소에서 소환해 조사하려 했지만 이번에는 김 전 회장의 소환 불응으로 조사에 실패했다.
 
이를 두고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가 ‘정치쇼’처럼 돼버렸다”는 탄식이 줄을 잇는다. 검찰 고위 간부는 “중요 사건의 정·관계 로비 피의자가 수사에는 응하지 않고 법무부가 감찰하는 상황이 아이러니하다”면서 “수사가 산으로 가기 시작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열

윤석열

윤 총장은 16일 김 전 회장의 검사 룸살롱 향응 주장을 접한 뒤 “요즘 같은 세상에 그런 접대를 받는 검사가 있다면 조직에서 나가야 한다”고 분개했다고 측근이 전했다. 또 수사 미진 지적에 대해 “턱도 없는 이야기다. 수사를 내가 왜 뭉개느냐”며 “누가 (수사) 주체가 되든 수사는 투명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복수의 전직 서울남부지검 수사팀 관계자들 역시 ▶야권 정치인 의혹은 이미 수사가 진행돼 총장 보고까지 마친 사안이고 ▶검사 비위 의혹은 김 전 회장의 폭로로 처음 알게 됐을 뿐 수사 도중에 파악된 바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법무부 직접 감찰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침해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다른 간부 검사는 “원래 권력에 대한 수사를 할 때엔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장관이 개입을 삼가는데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처사”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규모 금융사기범의 말 한마디를 근거로 검사들에 대한 직접 감찰에 돌입하고, 마치 무슨 비위가 증거에 의해 확인된 것처럼 언론 공보를 한 것은 전형적으로 현재 진행 중인 정권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직권남용 행위”이라고 날을 세웠다.
 
또한 법무부의 공보 자체가 사실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윤 총장이 “검사 내부 비리에 대해 보고받지 않았다”는 입장이고, 지난 7월 퇴임한 송삼현 전 서울남부지검장도 “보고받은 바 없다”고 하는 상황에서 공보 근거를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그간 장관의 정책 기조와 이날 배포된 법무부 입장이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사 동력을 잃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 놓고 때늦게 수사 미비 의혹을 지적한다는 것이다. 라임 수사팀에 검사 증원을 요청할 때 추 장관이 신속하게 승인해 주지 않았고, 추 장관 취임 이후 금융범죄 전문 수사팀인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폐지됐으며, 라임 수사팀 인력 역시 자주 교체됐다는 점이 거론된다.
 
강광우·정유진·김수민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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