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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내 “김봉현 서신 모순적 내용 많아…채널A 사건 연상”

중앙일보 2020.10.19 00:02 종합 4면 지면보기
지난 4월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가는 김 전 회장. [연합뉴스]

지난 4월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가는 김 전 회장. [연합뉴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제기한 현직 검사 대상 로비 의혹 등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 “말이 안 되는 모순적 내용이 대거 포함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 일각에서는 “채널A 사건이 연상된다”는 평가와 함께 “윤석열 검찰총장을 궁지로 몰기 위해 ‘검언(檢言)유착’에 이은 ‘검범(檢犯)유착’ 공작을 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수사 매일 대검 직보, 사실과 달라
“검언유착 이어 검범유착 공작” 의혹
술자리 참석 변호사 “검사는 없었다”
김봉현 2차 입장문 내고 재반박

김 전 회장은 입장문에서 “매일 수사 상황(을) 검사들이 대검에 직보(실제 내 앞에서 보고 이뤄짐)”라고 적었다. 하지만 대검찰청에 따르면 일선 검찰청은 수사 상황을 실시간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대검에 보고한다. 한 검찰 간부는 “실시간으로 보고받으면 대검 업무가 마비된다. 특히 피의자 앞에서 수사 상황을 보고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당초 (더불어)민주당 의원 2명의 500만원 관련은 소액이라서 수사 진행을 안 한다고 했다가 (윤)총장의 ‘전체주의’ 발표 후 당일부터 수사 방향 급선회”라고 쓴 것도 사실과 다르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전체주의’ 발표는 윤 총장이 8월 3일 신임 검사 임관식에서 “자유민주주의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한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켰던 사안을 말한다. 하지만 검찰에 따르면 수사팀은 이때 이미 기동민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여당 정치인의 금품수수 및 로비 정황 등에 대한 물증과 진술 등을 확보하고 소환 준비를 마쳤다.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16일 변호사를 통해 공개한 ‘옥중 입장문’. 문서에는 야권 인사와 현직 검사에게 접대한 내용이 담겼다. [연합뉴스]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16일 변호사를 통해 공개한 ‘옥중 입장문’. 문서에는 야권 인사와 현직 검사에게 접대한 내용이 담겼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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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할은 정치인 조사였고, 제 조사는 2할이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검찰 수사 방식을 제대로 모르고 한 주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의 장기 도주 기간 그의 횡령 범죄에 수사력을 집중해 241억원 횡령 혐의에 대한 조사를 상당 부분 마친 상태였다. 김 전 회장 체포 이후 횡령 혐의 입증보다 횡령 금액의 사용처 확인, 즉 정·관계 로비 여부에 대한 수사 비중이 컸던 건 당연하다는 얘기다.
 
“전관 출신 A변호사와 함께 룸살롱에서 검사 3명에게 1000만원 상당의 술접대를 했고, 이 중 한 명이 이후 라임 수사팀에 합류했다”는 주장은 당사자인 A변호사가 강하게 반박했다. A변호사는 “술자리 참석자는 나와 김 전 회장, 검사 출신 변호사와 비(非)법조인 등 총 4명이고, 현직 검사는 없었다”며 “라임 수사팀이 꾸려지지도 않았을 때인데 어떻게 라임 수사 검사를 접대한다는 거냐”고 반문했다.
 
제3인물발언, 채널A 사건관련 KBS보도 내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제3인물발언, 채널A 사건관련 KBS보도 내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에 대해 김 전 회장은 이날 2차 입장문을 내고 “(1차 입장문에) ‘혹 추후 라임 수사팀을 만들 경우’라고 썼으므로 틀린 것이 아니다”며 “술자리에 누가 있었는지 여부는 감찰 내지 수사 등을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한 검사는 입장문에 “총장에게 힘을 실어주려면”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는 걸 두고 “‘채널A 사건’을 다시 보는 것 같은 데자뷔(기시감)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KBS 뉴스9는 7월 18일 채널A 사건 의혹을 처음 보도하면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는 한동훈 검사장에게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하면 윤석열 총장에게 힘이 실린다’고 언급했다”고 밝혔다. 결국 오보로 결론 났지만, 채널A 사건 자체에 대해 ‘여권의 공작’ ‘권언유착’ 의혹이 제기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표현의 중복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 고위 간부는 “일부 정치세력이 곤경을 면하기 위해 ‘강기정 전 정무수석을 잡기 위해 김 전 회장과 윤 총장을 주축으로 하는 검찰이 공모했다’는 식의 ‘검범유착’ 의혹을 새로 제기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정유진·이가람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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