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혼부 ‘사랑이 아빠’ 눈물 닦아준다…출생신고 전이라도 양육수당 지원

중앙일보 2020.10.19 00:02 종합 10면 지면보기
한 살 아들을 아내 없이 홀로 키우는 장모(28)씨는 수 개월째 아동수당과 양육수당을 못 받고 있다. 아들의 출생신고를 하지 못해서다.
 

엄마 아니면 출생신고 쉽지 않아
유전자검사결과로 수당 신청 허용

가족관계등록법 제46조에 따르면 혼인 외 출생자의 신고는 엄마가 해야 한다. 같은 법 제57조에 모(母)의 성명·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아빠가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생모의 인적사항 중 일부라도 안다면 아빠 혼자 출생신고를 하기 어렵다. 장씨의 사례는 출산 후 우울증이 심했던 아내가 갑자기 떠난 경우다. 장씨는 아내의 연락처, 행방을 모르지만 아내의 이름을 안다는 이유로 가정법원으로부터 미혼부 출생신고 허가를 받지 못했다.
 
보건복지부지는 이런 허점을 고치기 위해 지난 15일부터 출생신고가 어려운 미혼부 가구 자녀의 경우 출생신고 전에도 아동수당, 보육료 및 가정양육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고 18일 밝혔다.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으로 미혼부가 혼자 출생 신고를 할 수 있게 된 건 지난 2015년부터다. 딸 ‘사랑(가명)이’의 출생 신고를 도와달라며 1인 시위에 나선 아빠 김지환(43)씨의 문제 제기를 시작으로 통과한 일명 ‘사랑이법’ 덕분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미혼부가 아이의 출생신고를 얻어내기는 쉽지 않았다. 법원은 ‘엄마의 성명·등록기준지·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라는 법 조항을 엄격하게 해석했다. 성명·등록기준지·주민등록번호 중 하나만 안다는 사실만으로 허가를 내주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결국 2015년 ‘사랑이법’ 제정 이후에도 구제되지 못하는 미혼부가 계속 생겼다. 그러다 지난 6월 대법원에서 사랑이법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들의 ‘출생 등록 권리’를 최초로 인정하는 판결을 하면서 길이 열렸다. 대법원이 “문언 그대로 ‘엄마의 이름·주민등록번호·등록기준지 전부 또는 일부를 알 수 없는 경우’뿐만 아니라 엄마가 소재 불명인 경우, 엄마가 정당한 사유 없이 출생 신고에 필요한 서류 제출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도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정부는 대법원 판결 이후 ‘미혼부 자녀 출생신고 및 지원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앞으로는 출생신고 전이라도 미혼부가 ▶자녀와의 유전자검사결과 ▶출생신고를 위해 법원 확인 등 절차를 진행 중임을 증명하는 서류를 갖춰 읍면동 주민센터에 신청하면 된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신청한 날이 속하는 달부터 아동수당, 보육료·가정양육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다만 아동수당, 가정양육수당은 미혼부 자녀 출생 후 60일 이내에 서류를 갖춰 신청한 경우 출생일이 속한 달부터 소급 지원한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