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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물류 확보, 신세계는 오픈마켓 진출…쿠팡, 떨고 있나

중앙일보 2020.10.18 17:43
포털 공룡 네이버는 CJ그룹과 지분 교환 등을 통한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기로 했다. 사진 네이버

포털 공룡 네이버는 CJ그룹과 지분 교환 등을 통한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기로 했다. 사진 네이버

국내 대표 정보기술(IT) 공룡과 유통 공룡이 드디어 ‘쿠팡 따라잡기’에 나섰다. 네이버는 유일한 약점으로 지적됐던 물류를 보강하고, 신세계는 올 연말 통합 온라인몰 쓱닷컴(SSG닷컴)을 오픈마켓으로 전환해 상품군을 확대할 예정이다. 대기업의 본격적인 움직임에 그동안 e커머스 업계의 1위를 차지하기 위해 수년째 출혈 경쟁을 벌여온 쿠팡, 티몬, 위메프, 11번가, G마켓의 야심이 강력한 경쟁을 만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CJ그룹과 포괄적 사업 제휴를 추진 중이다. CJ대한통운을 비롯해 CJ ENM·스튜디오드래곤 등이 사업 제휴 대상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주식을 맞교환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네이버가 CJ대한통운 지분 10~20%를 확보해 2대 주주에 오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네이버, e커머스 거래액 1위…쿠팡·이베이코리아 2·3위

네이버는 이번 제휴를 성사시킬 경우 쿠팡과 같은 물류 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 사진 대한통운

네이버는 이번 제휴를 성사시킬 경우 쿠팡과 같은 물류 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 사진 대한통운

e커머스 업계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사업방식을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네이버와 CJ 연합군 등장이 현실화되면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CJ대한통운과의 제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네이버가 국내 물류 1위인 CJ대한통운의 ‘풀필먼트 서비스(포장·배송·관리를 모두 처리해주는 시스템)’를 활용할 경우 그동안 유일한 약점으로 지적된 물류 체계를 갖추게 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e커머스 업계 장악을 위한 출사표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모바일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네이버의 지난해 거래액은 20조9249억원으로 이미 국내 최대 e커머스 기업이다. 쿠팡(17조771억원)이나 이베이코리아(16조9772억원)를 앞선다. SSG닷컴(3조6000억원)보다는 6배 크다. 다만, 네이버 쇼핑몰에 입점한 소상공인이 고객에게 알아서 물건을 배송해야 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배송 지연, 분실, 환불 등의 문제가 발생해도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IT 공룡 네이버, 물류 날개 달수도   

지금까지 물류 강자는 '로켓 배송'을 갖춘 쿠팡으로 알려졌다. 사진 쿠팡

지금까지 물류 강자는 '로켓 배송'을 갖춘 쿠팡으로 알려졌다. 사진 쿠팡

이번 제휴가 현실화하면 네이버는 날개를 달게 된다. CJ대한통운은 2018년 3800억원을 투자해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에 축구장 16개 면적(11만5700㎡) 규모 풀필먼트센터를 완공했다. 김민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는 물류 투자 비용을 아끼고, CJ대한통운은 국내 최대 고객을 얻게 되어 양측이 모두 윈윈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네이버가 CJENM·스튜디오드래곤과의 협업으로 일명 ‘라방(라이브 방송)’, ‘라이브 커머스’ 시장까지 장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라이브 커머스는 모바일 쇼핑 방송이다.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가 출연해 판촉 방송을 하고, 시청자와 직접 소통하며 정보를 제공한다.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올해 국내 라이브 커머스 시장 규모는 약 3조원 수준으로, 2023년까지 8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신세계, 쿠팡·11번가처럼 오픈마켓 진출  

김포 신세계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에서 한 직원이 배송될 상품을 포장하고 있다. 사진 SSG닷컴

김포 신세계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에서 한 직원이 배송될 상품을 포장하고 있다. 사진 SSG닷컴

오프라인 전통 유통업체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롯데·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들은 잇달아 오픈마켓에 뛰어들고 있다. SSG닷컴은 올 연말 오픈마켓 전환을 목표로 입점 사업자(셀러)를 모집 중이다. 오픈마켓은 여러 판매자가 모여 판매하는 온라인 장터로, 유통업체가 물건을 사 마진을 받고 소비자에게 되파는 직매입 쇼핑몰과 달리 입주업체에 수수료(중개료)와 광고비 등을 받아 수익을 낸다. 쿠팡, G마켓, 11번가 등이 대표적이다. 
 
SSG닷컴 측은 “e커머스 시장에서 직매입과 오픈마켓 등 판매 방식의 경계가 사라지는 추세인 만큼, 판매자들의 입점 문턱을 낮춰 상품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통 대기업들이 오픈마켓에 뛰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상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품목이 제한적인 직매입 쇼핑몰과 달리, 오픈마켓에선 다양한 셀러를 모아 상품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의 상품과 직매입 상품을 판매하는 SSG닷컴은 현재 1000만여 개의 상품을 취급한다. 
 

쿠팡 취급 상품 수 SSG닷컴 보다 30배 많아 

반면, 오픈마켓인 쿠팡(2~3억개)과 지마켓(1억개)이 취급하는 품목 수는 그의 10~30배에 달한다. 지난 4월 출범한 롯데그룹의 통합 온라인 쇼핑몰  롯데온(ON)의 경우 오픈마켓을 병행한 덕분에 반년 만에 상품 수가 7500만개로 늘어났다. 앞서 소셜커머스로 출발한 쿠팡도 직매입과 오픈마켓을 병행해 덩치를 키운 바 있다.
 
온라인 쇼핑 시장은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줄줄이 뛰어드는 그야말로 레드오션이다. 조용선 SK증권 연구원은 “국내 e커머스 시장 상위 2개사의 점유율은 각 10%대 수준에 불과한 만큼 확실한 승자는 없다”면서 “현재로써는 최종 승자가 누가 될 지 아무도 예단할 수 없는 ‘시계 제로’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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