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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없다"는 김종인에 "그럼 문 닫아라"…野 내부 갈등 폭발

중앙일보 2020.10.18 16:32
김종인(왼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김병준(오른쪽)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김병준 전 위원장은 18일 김 위원장이 "부산시장 후보가 안 보인다"고 발언한데 대해 "자해적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중앙포토

김종인(왼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김병준(오른쪽)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김병준 전 위원장은 18일 김 위원장이 "부산시장 후보가 안 보인다"고 발언한데 대해 "자해적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중앙포토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선을 앞두고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당내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16일 부마항쟁 기념식장을 찾은 김 위원장의 발언이 파장을 불렀다. 당시 김 위원장은 “(부산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 중에는 내가 생각하는 후보는 안 보인다”며 “3~4선하고 이제 재미가 없으니 시장이나 해볼까 하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선 안 된다”고 말했다.
 
툭 던진 한 마디에 당 중진들은 들썩거렸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18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김종인 위원장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김병준 전 위원장은 “당에 서울·부산시장 감이 정말 없다고 생각한다면, 차라리 문을 닫아라. 무슨 낯으로 국고보조금을 받고 지도자라고 얼굴을 들고 다니느냐”고 비판했다. 김 전 위원장은 “경선준비위까지 만들어놓고 경선 후보들을 ‘죽여서’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홀로 누구를 낙점해 데려오겠다는 의지로 밖에 더 읽히겠느냐”고 주장했다.
 
또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에도 인물이 있다. 음악으로 말하면 피아노, 바이올린 등을 잘 연주할 연주자들이 있다는 뜻”이라며 “문제는 오히려 지휘(=김종인 위원장)다. 연주자를 무시하고 홀로 박수받을 생각에 이 곡 저 곡 독주(獨奏)해 대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이 사람 저 사람 줄이나 세우고 있다”며 “사람을 키우는 것도 지도자의 책무인데, 당에 사람이 없다는 ‘자해적 발언’을 앞세울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평소 김종인 위원장과 각을 세워온 3선의 장제원 의원도 김병준 전 위원장을 거들었다. 장 의원은 이날 “가는 곳마다 자해적 행동을 하니 걱정된다”며 “격려를 해도 모자랄 판에 낙선 운동을 해서야 되느냐. 당 대표가 왜 이렇게 내부 총질을 하는 지 모르겠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다른 중진 의원도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공정한 판을 깔아줘야 할 김 위원장이, 본인의 입맛에 맞게 경선판을 좌우하려는 인상이 든다”고 불만을 내비쳤다.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오종택 기자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오종택 기자

 
김 위원장에 대한 당 인사들의 불만이 수면 위로 오른 건 처음이 아니다. 앞서 김 위원장이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하며 당 정강·정책을 개정했을 때, 또 ‘기업규제 3법’에 찬성하고 나섰을 때도 당내에 부정적 기류가 흘렀다. 특히 김 위원장이 강도 높은 당무 감사를 벌인데 이어, 적극적인 호남 우대 정책을 펴는 것에 대해서도 일부 영남 의원들 사이에서 볼멘 소리가 터져나온다.
 
최근 김 위원장은 호남 출신 정양석 전 의원을 사무총장에 내정하고, 다음 총선에서 비례대표 25%(20 순번 이내)를 호남 인사로 채우는 안을 내놨다. 이에대해 당 안팎에선 “당 기반이 취약한 김 위원장이 당 장악력 높이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왔다. 한 영남 지역 재선 의원은 “당 외연을 넓히는 건 좋지만, 영남이나 기존 당 인사들을 구태 세력 취급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는 최근 북한의 공무원 총격, 옵티머스ㆍ라임 사태 등 여권에 악재가 속출하고 있지만 제1 야당인 국민의힘 지지율은 뜨질 못하는 상황이 ‘김종인 흔들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과 가까운 한 인사는 “참신한 후보를 앞세우고, 호남 등 당의 취약점을 바로 잡아야 보선은 물론 대선까지 분위기를 끌고 갈 수 있다는 게 김 위원장의 판단”이라며 “경선은 룰에 따라 진행되고, 특정 후보를 낙점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다. 반면 다른 당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그립(grip)을 강하게 쥘 때마다 당에 탈이 나고 있다. 쇄신도 좋지만 당 구성원들을 이해시키는 과정이 생략돼 있다”고 비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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