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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친족서 시민으로 바뀌는 일본의 성년후견인

중앙일보 2020.10.18 13:00

[더,오래]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61)

2018년 성년후견인으로 관리하던 어머니(81)의 예금계좌에서 1억5400만엔을 착복한 아들(49·보험설계사)이 체포됐다. 아들은 2013년부터 5년간 성년후견인으로 관리해온 어머니의 계좌에서 수차례에 걸쳐 많은 금액을 꺼내 쓰고 갚지 않았다.
 
이렇게 가족 후견인의 횡령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후견인과 피후견인의 재산을 명확히 구분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친족 후견인은 피후견인의 재산을 가족의 재산으로 여기고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후견인이 피후견인의 상속인이라면 ‘언젠가 상속받을 재산’이라며 부모의 재산을 마음껏 사용한다. 친족 후견인은 후견인의 재산과 피후견인의 재산을 엄격하게 구별해야 한다는 제도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
 
후견인과 피후견인의 재산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은 경우 가족 후견인의 횡령사건이 발생한다. 친족 후견인은 피후견인의 재산을 가족의 재산으로 여기고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사진 pxhere]

후견인과 피후견인의 재산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은 경우 가족 후견인의 횡령사건이 발생한다. 친족 후견인은 피후견인의 재산을 가족의 재산으로 여기고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사진 pxhere]

 
성년후견인을 둘러싼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성년후견인으로 친족이 선임되는 경우가 있다. 2018년 후견인 전체의 약 23%가 친족 후견인이다. 친족은 피후견인을 잘 이해하고 일상적으로 충분히 지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피후견인의 재산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고 오해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문제 때문에 현재 변호사 등의 전문직 후견인이 선임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2018년 68%). 전문직 후견인이 늘고 있어도 누구나 변호사에게 의뢰할 수 없다. 한 명의 변호사가 후견인을 맡는 건수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제도 취지를 보면 많은 장점이 있는 성년후견제도가 잘 이용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첫째, 피후견인의 재산사용이 엄격히 통제되어 있다는 점이다. 피후견인의 보호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피후견인의 이익을 위해 재산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자녀와 손자의 사업자금과 교육자금으로 사용하려고 해도 피후견인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제한된다.
 
성년후견제도를 이용하는 데 발생하는 비용문제도 있다. 이용 시점에 신청경비, 성년후견인에 대한 보수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피후견인의 재산에서 상당한 보수를 지급한다. 친족 이외의 전문직 후견인에게 의뢰하려면 보수가 발생한다. 보수액은 피후견인의 재산액, 후견인이 담당하는 행위 내용 등에 따라 다르다. 도쿄가정재판소는 월 1만~3만 엔으로 기본보수를 정하고 있다. 기본 보수와 별도로 후견인이 다른 사무를 처리할 때는 그 보수액이 늘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피후견인 명의의 임대 물건을 새로운 임차인에게 대여하는 계약을 체결할 경우 등이다.
 
비용과 보수 때문에 제도 이용자가 없으면 의미가 없다. 현재 지자체의 약 85%는 비용과 보수를 지원하고 있다. 보수를 지원해 성년후견제도의 이용자를 늘리려는 취지다. 다만, 지자체마다 비용지원의 조건에 차이가 있다.
 
성년후견제도를 이용하면 재산을 횡령당할 위험이 있다. 후견인이 예금의 인출과 이체를 하는 과정에서 횡령사건이 발생한다. 2013~2018년에 걸쳐 후견인의 부정횡령 건수는 3060건, 피해액은 약 183억엔이었다. 대부분이 친족 후견인의 부정이었다. 물론 후견인은 정기적으로 가정재판소에 수입과 지출을 보고할 의무가 있다. 가정재판소는 후견인의 부정을 감독하고 부정행위가 있으면 해임을 청구할 수 있다. 전문직 후견인이 늘어나고 제도가 정비되면서 2014년 이후 부정행위는 크게 줄어들고 있다. 
 
최근 정부와 지자체의 홍보활동으로 가족의 성년후견제도를 이용하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성년후견은 피후견인의 재산관리에 유용한 제도이지만 아직 완벽하지는 않다. 제도를 이용하고 맞지 않는다고 중지하기도 어렵다. 성년후견제도는 피후견인을 위한 제도다. 제도를 이용하는 피후견인이 불이익을 받으면 의미가 없다. 예들 들어 이전에는 성년후견제도를 이용하면 피후견인의 인감을 등록할 수 없고, 인감증명서를 발행할 수 없었다. 그러나 피후견인도 인감등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전에 피후견인에게 선거권과 피선거권도 없었다. 국민의 선거권을 보장하는 헌법에 위반돼 현재는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인정되고 있다. 또한 많은 직업에서 피후견인은 결격사유였다. 피후견이라는 이유만으로 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차별로 인정되었다. 이러한 차별도 법령을 개정해 시정됐다.
 
시민후견인이란 일반 시민이 후견인이 되는 것을 말한다. 피후견인과 친족 관계가 없고, 후견인 양성강좌를 통해 지식·기술·태도를 익히고 가정재판소에서 선임된 후견인이다. [사진 pixabay]

시민후견인이란 일반 시민이 후견인이 되는 것을 말한다. 피후견인과 친족 관계가 없고, 후견인 양성강좌를 통해 지식·기술·태도를 익히고 가정재판소에서 선임된 후견인이다. [사진 pixabay]

 
최근에 친족 후견인이 줄어들고 전문직이 선임되는 추세다. 그러나 계속 늘어나는 후견수요에 전문직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전문직은 하나의 비즈니스로 후견사무를 하기 때문에 피후견인의 신상보호에 소홀하고 보수가 없으면 수임에 소극적이다.
 
이에 일본 정부와 지자체는 시민후견인 제도를 대안으로 꺼내 들었다. 2016년에 성년후견제도 이용촉진법을 제정해 일반 시민을 후견인으로 육성하고 지원하는 대책을 세웠다. 지자체의 4분의 1은 시민후견인을 양성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즉시 개선되기는 어렵지만, 점차 이용자에게 편리한 제도로 이행하고 있다.
 
시민후견인이란 일반 시민이 후견인이 되는 것을 말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피후견인과 친족 관계가 없고, 주로 사회공헌을 위해 지자체와 후견 관련 단체가 진행하는 후견인 양성강좌를 통해 지식·기술·태도를 익혀 타인의 성년후견인이 되기를 희망하고 가정재판소에서 선임된 후견인이다.
 
시민후견인이 되려면 특별한 자격은 필요 없다. 그렇지만 후견인으로서 역할을 하려면 시민후견인 양성강좌를 수강하고 일정한 지식을 익혀야 한다. 시민후견인은 피후견인과 동일한 지역에서 생활하는 시민이기 때문에 지역의 사회적 자원을 잘 파악해 후견사무를 수행하고 세심하게 신상보호를 할 수 있다. 시민후견인은 비즈니스로 후견사무를 하지 않기에 후견보수가 없는 생활보호자와 관련한 안건도 처리할 수 있다.
 
법인이 후견을 수임해 시민후견활동을 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NPO법인과 일반사단법인은 시민후견법인으로 활동할 수 있다. 이때 개별 시민은 해당 법인의 회원이 되어 후견과 관련한 사무에 종사한다. 법인은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쉽게 선임되기 때문에 많은 후견 수임을 받아 실적을 올리고 있다. 법인은 법정후견뿐만 아니라 지역 사람들과 임의후견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안부 및 재산관리 등에 관한 위임계약을 체결하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일정한 실적을 쌓아 가정재판소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면 어려운 안건도 선임 받을 수 있다.
 
늘어나는 시민후견법인에 대한 자금관리의 부정을 방지하고 체제를 구축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감독기관을 설치하고, 자금의 입출금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장치를 만들어야 후견인 제도가 지속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커리어넷 커리어 전직개발 연구소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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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종 이형종 커리어넷 커리어 전직개발 연구소장 필진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 한국은 급속하게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초고령사회에서는 인생 80세 시대와 다른 삶의 방식이 전개된다. 기존의 국가 시스템과 사회 제도 등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 인생100세 시대에 걸맞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앞서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의 초고령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과 대응책 등을 통해 해답을 찾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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