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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인척 한 빚쟁이"…中발칵 뒤집은 우한 영웅의 가짜인생

중앙일보 2020.10.17 05:00
위신후이는 간호사로서 몸을 바쳐 환자를 돌본 공로를 인정받아 정식 공산당원에 가입한다. 그러나 그녀는 간호사가 아닌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CCTV]

위신후이는 간호사로서 몸을 바쳐 환자를 돌본 공로를 인정받아 정식 공산당원에 가입한다. 그러나 그녀는 간호사가 아닌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CCTV]


CCTV, ‘우한 최초 지원한 간호사’ 보도
'코로나 극복 영웅' 부상, 정식 당원돼
인민해방군과 약혼, 화제 오르기도
“간호사 아니다” 폭로에 상황 반전
알고보니 이미 결혼, 은행 빚 연체도
"잘못 인정"…CCTV는 관련 보도 삭제

‘가장 아름다운 역행(逆行)자’

 
우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극복 과정을 다룬 중국 관영 CCTV 드라마 제목이다. 모두 자기 안전을 챙기기 급급할 때 반대로 사지로 찾아 들어간 중국 의료진, 그들의 ‘역행’을 극화했다.
 
그런데 이 상찬을 앞서 받은 사람이 있다. 장쑤성에 거주하는 위신후이(24·于鑫慧). CCTV는 지난 2월 그녀를 집중 조명하는 보도를 내놨다.  
CCTV는 지난 2월 우한에 자진해서 들어온 자칭 간호사 위신후이를 집중 조명하는 보도를 했다. [CCTV 캡쳐]

CCTV는 지난 2월 우한에 자진해서 들어온 자칭 간호사 위신후이를 집중 조명하는 보도를 했다. [CCTV 캡쳐]

영상은 그녀가 울먹이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모두 안아주고 싶지만 저한테 묻은 바이러스가 옮겨갈까 무서워요.” 흰 방호복에 자신의 이름을 정성스레 적은 뒤, 그 옷을 입고 병실을 돌며 밤늦게까지 환자를 돌본다. 화면엔 ‘우한에 첫번째로 지원한 장쑤성(江苏省) 난통시(南通市) 출신 간호사’라는 자막이 떠오른다.  

위신후이가 흰 방호복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넣는 장면.[CCTV]

위신후이가 흰 방호복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넣는 장면.[CCTV]

 
“부모님이 허락하지 않을 것 같아 말도 하지 않고 왔어요. 그들의 고통은 제 고통이에요. 그들이 기뻐하면 저도 기쁩니다.” CCTV는 마지막에 사지로 달려 들어간 ‘아름다운 역행자’ 위신후이가 우한 시민을 구한 공로를 인정받아 중국 공산당 정식 당원이 됐다고 전했다.  
 
우한에서 코로나19가 절정에 달했던 시기, 그녀의 미담은 중국 전역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그녀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청년 투쟁 선봉’의 상징이 됐다.  
 
위신후이의 미담이 CCTV에 의해 보도되고 난 뒤 그녀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중국 청년 투쟁'의 선봉이 됐다. [웨이보 캡쳐]

위신후이의 미담이 CCTV에 의해 보도되고 난 뒤 그녀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중국 청년 투쟁'의 선봉이 됐다. [웨이보 캡쳐]

4월 말 우한을 떠나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그녀는 자신의 웨이보에 “원래 여군이 되고 싶었지만 이제 군인의 아내가 되고 싶다”는 영상을 올렸다. 우한의 영웅인 그녀가 중국 인민해방군 군인과 사귀고 싶다는 말은 또 한 번 화제가 됐다. 그러자 CCTV 측이 그녀에게 인민해방군 군인을 소개했다. 왕린. 군에서 표창까지 받은 군인이라고 한다.

 
두 사람의 스토리는 10월 10일 온라인에서 다시 화제가 됐다. CCTV는 두 사람이 연예 6개월 만에 약혼식을 올렸다고 전했다. 왕린이 “나를 믿고 와준다면 평생 나라를 지키듯 너를 지키겠다. 다시 태어나도 너와 함께 하고 싶다”는 프러포즈 장면에 네티즌들은 축하와 환호를 보냈다.  
중국 인민해방군 군인 왕린(왼쪽)과 위신후이의 약혼 사진. [웨이보 캡쳐]

중국 인민해방군 군인 왕린(왼쪽)과 위신후이의 약혼 사진. [웨이보 캡쳐]

 
그런데 상황이 급반전됐다. 한 현지 매체가 위신후이는 간호사가 아니라 일반인이었다고 폭로했다. 그의 고향인 난통시 보건당국에 확인한 결과 간호사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또 그녀는 이미 결혼한 상태였으며, 채무 관계로 은행에 독촉을 받고 있다고도 했다.  
 
문제는 더 드러났다. 그녀가 3년 전 난통시의 한 병원 안내데스크에서 일했으며, 당시 입사지원서를 본 전 직장동료에 따르면 “그녀가 이력서에 명문인 푸단대 졸업으로 기재해 그런 대학을 졸업하고 왜 이런 데 와서 일하는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힌 것이다.  
 
위신후이는 3년 전 병원 안내데스크에서 일했다. 당시 동료는 그녀가 푸단대 졸업이라고 이력서에 쓴 것이 의심스러웠다고 폭로했다. [웨이보]

위신후이는 3년 전 병원 안내데스크에서 일했다. 당시 동료는 그녀가 푸단대 졸업이라고 이력서에 쓴 것이 의심스러웠다고 폭로했다. [웨이보]

 
신경보에 따르면 위신후이는 우한에 자원봉사자 자격으로 갔으며, 당시 그녀가 일한 격리소에는 간호사 자격증을 제출하지 않은 채 간호사로 일한 것으로 드러났다. 코로나19로 경황이 없는 사이 제대로 확인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사실이 전해지자 중국 네티즌들은 “생명을 걸고 목숨을 구해 온 우한 의료진의 명성에 먹칠을 했다”,  “가짜 간호사가 사랑과 명예를 다 얻었다. 이건 정말 웃기는 일”, “아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이렇게 전국에 거짓말을 할 수 있나”며 황당해했다. 또 정확한 확인 없이 그녀를 영웅시한 CCTV에 대해서도 “관영 매체 신뢰도가 완전히 땅에 떨어졌다”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현재 CCTV에서 관련 보도는 모두 삭제된 상태다. 그녀는 문제가 불거진 뒤 자신의 웨이보에 “내 잘못을 인정한다. 사흘 뒤면 모두가 만족할 만한 답을 내겠다”는 글을 올렸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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