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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0년전 고래사냥···물에 잠긴 ‘반구대 암각화’ 3D로 재탄생

중앙일보 2020.10.17 05:00

세계 첫 고래사냥…12월에 프랑스 간다

반구대암각화 3D 실물 모형. 9개월간 실제 크기로 제작됐다. [사진 울산박물관]

반구대암각화 3D 실물 모형. 9개월간 실제 크기로 제작됐다. [사진 울산박물관]

세계 최초로 선사시대 고래사냥 모습이 새겨진 바위 그림 울산 ‘반구대 암각화’가 실물 크기의 모형으로 재탄생했다.

울산의 반구대 암각화 조형물 제작

 
 울산박물관은 16일 “반구대 암각화 실물 모형을 제작해 17일부터 25일까지 울산박물관 로비에서 공개하는 행사를 갖는다”고 밝혔다. 울산박물관 관계자는 “국보 제285호인 반구대암각화는 장마로 물에 잠겼다가 나오길 반복해 일반 시민들은 보기가 어려웠었다”며 “시민들에게 반구대암각화에 그려진 그림을 보여주고, 그 가치를 알리기 위해 3D 프린팅 업체에 실물 모형 제작을 요청했다”고 했다. 
 
 반구대 암각화는 바위 위에 고래사냥 모습 등이 새겨진 그림이다. 울산 울주군 언양읍 대곡천을 따라가다 보면 거북이가 엎드린 형상을 한 바위인 반구대(盤龜臺)가 나온다. 이 바위에서 1㎞ 정도 떨어진 또 다른 바위 절벽에 선사시대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그림 암각화가 있다. 이곳은 지난 7월 장마 이후 지금까지 물에 잠겨 있는 상태다.  
 
반구대 암각화 실측도면. 3D 스캔해 합성한 이미지다. [사진 울산대 반구대암각화유적보존연구소]

반구대 암각화 실측도면. 3D 스캔해 합성한 이미지다. [사진 울산대 반구대암각화유적보존연구소]

 울산박물관이 제작을 의뢰한 실물 모형은 2019년 8월부터 9개월간의 제작 기간을 거쳐 완성됐으며 크기는 가로 8m, 세로 4m다. 실물 모형은 실제 크기의 반구대 암각화 중심암면을 15개의 조각으로 나누어 제작됐다. 
 
 특히 제작에는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했다. 3D 프린팅은 프린터로 평면으로 된 문자나 그림을 인쇄하는 것이 아니라, 입체도형을 찍어내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실제 선사시대 사람들이 새겼던 쪼기, 긋기, 갈기 등의 표현기법이 섬세하게 재현될 수 있었다. 
 
 울산박물관은 시민들을 상대로 실물 모형을 공개한 뒤 전시가 끝나는 대로 이를 프랑스로 옮길 계획이다. 오는 12월 프랑스 라로셸박물관(Muséum d’Histoire Naturelle)에서 울산박물관과 라로셸박물관의 공동 주최로 진행되는 ‘반구대 고래, 라로셸에 오다(Whales, from Bangudae(Korea) to La Rochelle)’에 출품하기 위해서다. 이 실물 모형을 쉽게 운반하기 위해 박물관 측은 에이비에스(ABS) 소재를 사용해 모형의 무게를 줄이기도 했다. 
 
지난 7월 울산 울주군 반구대 암각화가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월 울산 울주군 반구대 암각화가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반구대 암각화는 300여 점이 그림이 새겨진 평평한 바위다. 약 7000년 전 신석기시대부터 청동기시대에 걸쳐 선이나 면을 파내 그린 것으로 추정되며 고래·거북 등 바다 동물뿐만 아니라 사슴·멧돼지·호랑이 등 육지 동물 등이 다양한 모습으로 남아 있다. 이중 고래는 60여 마리로 가장 많이 그려져 있는데 “그림이 고래의 세부 종을 구분할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당시 고래를 사냥하는 모습도 그려져 있다.
 
 1971년 12월 25일 반구대암각화를 처음 발견한 문명대 동국대 명예교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잡이 유적으로 북태평양 선사시대의 해양문화를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반구대 암각화는 매년 물에 잠기고 나오고를 반복하고 있다. 하류에 위치한 사연댐 수위가 반구대 암각화가 그려진 53m를 넘으면 침수가 시작돼 56.7m가 되면 그림이 완전히 잠긴다. 댐 건설 이후 1년에 3개월 이상, 길게는 8개월 동안 물에 잠기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울산=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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