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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돈 버는 법…뛰는 '법' 위에 나는 '재벌'

중앙선데이 2020.10.17 00:21 707호 21면 지면보기
『법은 어떻게 부자의 무기가 되는가』에 따르면, 상장회사가 배당이나 사업을 조절하거나 좋은 기사 혹은 나 나쁜 기사를 계속 내보내게 해서 주가 변동을 일으킨 뒤 합병을 시도해도 위법이 아니다. 사진은 한 시중은행의 딜링룸 전광판. 뉴스1

『법은 어떻게 부자의 무기가 되는가』에 따르면, 상장회사가 배당이나 사업을 조절하거나 좋은 기사 혹은 나 나쁜 기사를 계속 내보내게 해서 주가 변동을 일으킨 뒤 합병을 시도해도 위법이 아니다. 사진은 한 시중은행의 딜링룸 전광판. 뉴스1

법

법은 어떻게 부자의 무기가 되는가
천준범 지음, 부키
 
재벌 기업이 ‘선빵’을 날린다. 한 대 맞은 정부는 씩씩거리며 쫓아간다. 재벌이 이렇게 자신만만한 데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그렇다. 바로 법이다. 먼저 법부터 파고들어 법의 테두리 안에서 돈을 벌어왔다. ‘선빵’이라는 행동 근거를, 저자는 재벌(이 돈버는 방)법이라고 부른다. 뒤통수 맞은 정부도 법으로 응수한다. 저자는 이 역시 재벌(을 규제하는)법으로 명했다.
 
싸움의 기술을 터득하지 않아도 ‘선빵’이 제대로 걸리려면 빈틈을 찾아야 한다는 게 상식. 재벌은 법의 빈틈을 노린다. 불법이 아니라는 말이다. 저자는 자영업 1순위 업종인 치킨집의 성장 과정을 예로 들며 차근차근, 쉽게 그 방법을 풀어낸다. 기초 편에서 일감 밀어주기·몰아주기를, 중급 과정에서는 합병과 분할, 자기주식·지주회사를 설명한다. 고급 편에서는 재벌의 마법, 즉 합병하거나 지주회사 설립하는 법, 상장 폐지를 이용한 재테크 법을 소개한다.
 

예를 들어, ‘치킨코리아’로 성장시킨 치킨집 설립자의 지분이 45%에 그친다면? 치킨코리아가 자사 주식을 사들여 의결권 없는 '자기주식'으로 만들어 버리면, 의결권이 있는 주식의 모수가 줄어든다. 이때 설립자 지분율은 50%를 넘을 수 있게 되는 상황도 마법 중 하나다. 
 
저자는 ‘마법 쿠폰’도 소개한다. 91% 폭탄 세일로 내놓은 전환사채(CB)를 주주들이 결단코 안 사겠다고 하자 결국 제3자가 사들인 그 사건이다. 논란은 있었으나 대법원에서 무죄로 결정 났다.  
 
이렇다 보니 당국도 가만히 있지 않다. 가령 1996년 신설한 공정거래법 23조는 ‘현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을 금한다’고 돼 있다. 재벌들은 ‘현저히 유리하지 않은 방법’을 파고든다. 즉 관계인 혹은 관련 회사와 너무 싸지 않게, 대신 시장 가격 수준으로 '많이' 거래하는 것이다. 이처럼 정부가 기존 법을 땜질해서 대응하니 재벌은 그 빈틈을 이용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경제학을 전공한 변호사다. 경영권 분쟁, 공정거래 소송을 맡으며 현장의 경험을 책으로 옮겼다. 난 재벌이 아닌데 재벌이 돈 버는 방법을 알아야 하는 이유가 궁금할 수 있다. 저자는 책 서두에 이렇게 말한다. ‘합법적으로 돈을 빨리 벌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이를 여러분만 모른다면 너무 억울하지 않겠는가.’ 
김홍준 기자 rim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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