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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교류 ‘코로나 훼방’에도…‘랜선 한류’는 뜨거워

중앙선데이 2020.10.17 00:20 707호 27면 지면보기

전 아사히신문 기자의 ‘일본 뚫어보기’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주인공인 손예진은 최근 일본팬들과 온라인 팬미팅을 가졌다. [사진 유튜브 캡쳐]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주인공인 손예진은 최근 일본팬들과 온라인 팬미팅을 가졌다. [사진 유튜브 캡쳐]

나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한국에 있지 못하게 되고 어려운 상황에 빠진 외국인이 많다고 들었다. 이참에 나의 사적인 근황을 전하고 싶다. 해외에 사는 한국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다. 지난 7월 말 내가 한국에서 일본으로 귀국한 것은 체류 기간이 만료됐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새로 비자를 받지 않으면 한국에 입국할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집도 그대로 두고 와서 지금도 월세는 내는데 마음처럼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 살았던 일본인 중에 나와 같은 상황에 빠진 사람이 주변에 여러 명 있다.
 

연예인들 온라인 팬미팅 더 인기
손예진 라이브방송 4만5000명 참가
한·일 부부 유튜브 구독자도 많아

한국 대학원 박사과정 입학 서류
한국어능력시험 연기 탓 ‘펑크’

체류 기간 만기 전에 연장을 못 하게 된 것도 코로나19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박사과정 9월 입학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었지만, 코로나19로 한국어능력시험이 연기됐다. 한국어능력시험은 유효기간이 2년이며 내가 가지고 있던 건 그 기한이 5월까지였다. 그런데 5월 시험이 7월로 연기되면서 입시 서류 제출 마감까지 못 내게 되었다.
  
체류 기간 연장 못 해 강제 귀국
 
일본인 후루야 마사유키(오른쪽)와 아내인 한국 출신 인디 가수 허민씨가 운영 중인 유튜버 채널 ‘후루야의 방’은 다양한 한국 관련 콘텐트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쳐]

일본인 후루야 마사유키(오른쪽)와 아내인 한국 출신 인디 가수 허민씨가 운영 중인 유튜버 채널 ‘후루야의 방’은 다양한 한국 관련 콘텐트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쳐]

박사과정 입학을 위해 외국인에게 한국어능력시험 결과를 요구하는 것은 한국어로 수업을 듣고 논문을 쓰는 데 지장이 없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통·번역 대학원을 다니고 거기서 석사학위까지 받았는데 꼭 한국어능력시험만이 한국어 실력을 증명할 유일한 방법인지는 의문이었지만, 다른 외국인에게도 똑같이 요구되는 서류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건 이해가 된다.
 
귀국 후 2주 동안 자가격리를 마치고 어떻게 한국에 돌아갈지 생각하기 시작했을 때쯤 일본 방송국으로부터 한국 음식·여행프로그램 관련 현지 리포트 제안을 받았다. 10월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전라남도에 가서 취재하는 일정이었다. 영사관 관계자한테 확인했더니 취재 비자라면 발급 가능할 것 같다고 해서 제출 서류를 준비했다. 그 과정에서 영사관 담당자한테 “지금까지 프리랜서 기자한테 취재비자를 발급한 적 없다”고 들었다.
 
그래도 방송국 회사 도장을 찍은 서류를 제출하면 된다고 해서 재택근무 중이던 담당 프로듀서가 출근해서 도장을 받아 줬다. 그 외에도 코로나19 증상이 없는지를 확인하는 진단서 등 코로나19 때문에 늘어난 서류, 그리고 내가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약력 등 추가로 필요하다는 서류도 모두 제출해서 접수됐다. 그런데 아사히신문 기자 당시 1주일 이내에 발급받았던 취재비자가 2주가 지나도 안 나왔다. 영사관 담당자는 “발급이 아직이냐는 전화는 하지 말라”고 했었지만 참다못해 전화를 해 봤다.
 
‘유기농 가족드라마’라는 타이틀이 붙은 한·일 부부 유튜브 채널 ‘카이쥬들’. [사진 유튜브 캡쳐]

‘유기농 가족드라마’라는 타이틀이 붙은 한·일 부부 유튜브 채널 ‘카이쥬들’. [사진 유튜브 캡쳐]

그때 담당자가 알려준 면접 날짜는 접수부터 3주가 지난 뒤였다. 그날에 면접을 받아봤자 취재 일정까지 2주 격리를 끝내긴 불가능해졌다. 사정을 이야기했지만 담당자는 “취재 일정에 비자 발급을 맞출 순 없다”고 했다. 그것도 맞는 말이다.  
 
취재도 비자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 입국할 방법을 다시 처음부터 생각해야 되게 생겼다. 외국인이고 프리랜서라는 게 사회적 약자라는 걸 지금처럼 실감한 적은 없었다.
 
최근 한·일 기업인들은 2주격리 없이 양국을 오가며 활동할 수 있게 됐다. 취재비자도 해당된다면 비자도 받고 현지 리포트도 예정대로 했을 텐데 아쉽긴 하다. 그래도 가능성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는 것에 희망을 느낀다.
 
그러던 차에 하반기에 들어 갑자기 온라인 강연 의뢰가 늘어났다. 그것도 한국관광공사 등 공적 기관의 의뢰가 많은 것을 보면 올해는 자유로운 왕래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온라인으로라도 뭔가 한국 홍보를 해야겠다는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
 
나는 개인적인 관심과 취재 일 때문에 한국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지를 다니는 여행을 2년 전부터 해 왔다. 서울뿐만 아니라 부산·인천·군산·목포·대전·제천 등에도 가 봤다. 그때 찍은 사진들을 보여 주면서 여행 이야기나 영화·드라마에 관한 이야기를 온라인으로 몇 번 했다. 한번은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일본인 배우 다케다 히로미쓰(武田裕光)와 연결해서 오사카와 서울 간 온라인 대담도 했다.
 
한국에 여행을 못 가는 시기에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되나 하는 망설임도 있었지만, 오히려 못 가는 대신 사진이나 이야기로 여행하는 기분이라도 즐기고 조금 위로가 됐다는 소감을 들었다. 내가 한국에 살면서 거의 매달 한·일 간을 왔다갔다 했던 것처럼, 일본에서 한국으로 국내 다니듯이 편하게 왕래했던 일본사람들은 지금 “한국에 가고 싶어 미치겠다”고들 한다.
 
왕래가 어려운 건 일반 사람뿐만 아니라 연예인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한·일 관계가 악화해도 사실 일본에서는 한국 배우나 K팝 아이돌의 팬미팅은 활발하게 열렸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줄줄이 취소됐던 팬미팅이 최근 온라인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특히 화제가 된 건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으로 인기가 폭발한 손예진 배우의 팬미팅. 지난 9월 27일에 라이브 방송됐다. 참가비가 1800엔(약 2만원)으로 저렴한 덕인지 적어도 4만5000명은 참가했다고 하니 수입으론 괜찮았을 것 같다. 오프라인이면 4만5000명 참가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온라인 팬미팅이 당분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서류 접수 못 해 비자 연장도 불발
 
한국 드라마 촬영지를 온라인으로 소개할 때 자료로 사용했던 나리카와 아야의 인스타그램.

한국 드라마 촬영지를 온라인으로 소개할 때 자료로 사용했던 나리카와 아야의 인스타그램.

일본인과 한국인 부부 유튜버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코로나19 때문일까. 일본에서 열리는 K팝 아티스트의 팬미팅 MC를 제일 많이 맡았던 사람이 후루야 마사유키(古家正亨)다. 최근 후루야를 만났을 때 “코로나로 팬미팅이 줄어서 갑자기 일이 없어졌다”고 한탄했다. 후루야 의 아내는 한국 출신 인디 가수 허민씨다. 허씨는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난 남편이 ‘이야기할 곳’을 만들려고 부부 유튜브 방송을 제안했다. ‘후루야의 방(ふるやのへや)’이라는 타이틀로 허씨가 만드는 한국 요리를 소개하거나 후루야가 MC 강좌를 하거나 다양한 아이템으로 인기를 끌어 짧은 기간에 구독자가 3만 명 가까이 불어났다.
 
그 외에도 내가 즐겨보는 한·일 부부 유튜브는 ‘카이쥬들(怪獣たち)’. 남편이 한국 사람, 아내가 일본 사람이다. 카이쥬는 괴물이라는 뜻인데 딸과 아들 두 아이를 카이쥬들이라고 부른다. 구마모토에서 보내는 시골 생활을 찍고 유튜브에 올리는데 편집을 잘해서 그런지 영화를 보는 것처럼 재미있다. 부부는 둘 다 여행을 좋아해서 처음 만난 곳도 인도였다고 한다. 결혼해서 오키나와에 살다가 가족이 함께 세계 여행을 떠나려고 했을 때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아내의 집이 있는 구마모토에 살게 되면서 그 생활을 유튜브로 공개하고 있다. 한글 자막도 있어서 일본 시골 생활에 관심이 있는 한국 구독자도 많다고 한다.
 
코로나로 인해 계획이나 생활이 바뀐 사람은 적지 않을 것이다. 한·일 부부의 유튜브를 보고 있으면 나도 주어진 곳에서 즐기지 않으면 손해라는 생각도 든다. 하루빨리 한국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일본에 있어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볼 수 있는 영화를 보면서 그날을 기다리고 싶다.
 
나리카와 아야 전 아사히신문 기자
나리카와 아야(成川彩) 2008~2017년 일본 아사히신문에서 주로 문화부 기자로 활동한 후,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석사과정에 유학. 한국영화에 빠져서 한국에서 영화를 배우면서 프리랜서로 일본(아사히신문 GLOBE+ 등)의 여러 매체에 영화 관련 칼럼을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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