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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신·수능 어떻게 바꿔도 웃는 쪽은 ‘금수저’

중앙선데이 2020.10.17 00:02 707호 1면 지면보기

중앙일보대학평가원 리포트 

정부는 수능 위주 전형을 확대해 대입 공정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지난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국회 국정 감사에서 수능 위주 전형 40% 확대 계획을 재확인하며, 이를 대입공정성 강화 방안이라고 했다. 조국 사태 당시 학생부종합전형 등 내신위주 전형의 불공정 문제가 불거지면서 내놨던 대책을 다시 언급한 것이다.
 

상위권대 입학가능성 예측 결과
정부 방침대로 수능전형 늘려도
고소득층 자녀 3~4배 많이 들어가

논술 폐지 땐 저소득층 자녀 숨통
“면밀한 분석 통해 입시 개편해야”

그러나 중앙일보대학평가원이 김창환 미국 캔자스대 교수(사회학)에게 의뢰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수능 위주 전형이 저소득층의 상위 대학 입학에 유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졸자직업경로조사 자료(GOMS)를 활용해 국내 최상위와 상위권 대학 및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부모 소득 상위 20%(중산층)와 하위 20%(저소득층) 학생들의 입학가능성을 시뮬레이션한  내용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시뮬레이션 결과 수능 전형을 40%로 할 경우 중산층 학생 100명이 입학할 때 저소득층 학생은 27.4명이 입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내신만 100%로 할 경우(28.7명)보다 떨어지는 숫자다. 또 수능 전형만 100%로 시뮬레이션해보니 20.8명으로 더 떨어졌다. 어떤 방식으로 시뮬레이션 해도 수능 전형이 저소득층에게 유리하다는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다만 논술을 폐지할 경우 저소득층의 입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의 내신과 수능 전형의 조합만으로는 어떤 경우라도 부모 소득이 중산층 이상인 학생이 상위권 대학에 3~4배 정도 더 많이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정부의 의도나 예측과 크게 어긋난다.
 
물론 시뮬레이션 분석은 결과를 엄밀히 예측하기보다 경향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그 경향이 정부가 공정성 강화 방안이라고 내놓은 의도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점은 문제다. 정부가 내놓은 수능 확대 정책 자체가 효율성을 검증하고 과학적인 분석을 토대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이 정책이 여론을 의식한 즉흥적 임기응변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그래서다. 여론은 수능 확대에 호의적이다. 지난해 9월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 셋 중 두 명꼴로 정시가 수시보다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대입에서 저소득층 학생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공정성 확보는 중요하다. 대입의 공정성은 우리 사회가 소득 계층 이동이 좀 더 원활한 사회로 가는 전제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중앙일보대학평가원이 올 특별리포트로 기획한 ‘대학교육의 사회계층 이동’ 조사 결과 계층이동의 관건은 상위권 대학에 저소득층 학생이 얼마나 입학하느냐에 달렸다는 점이 드러난다.
 
이번 시뮬레이션 분석을 한 김 교수는 “입시 전형 비율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공정성을 증진하겠다는 것은 매우 효율이 낮은 정책 수단으로 보인다”며 “좀 더 면밀하고 전문적인 분석을 통해 입시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뮬레이션 개요=이번 분석에는 GOMS 2016·2017년 2년간 자료를 활용했다. 이번 분석 대상인 상위권 이상 대학은 서울대 등 11개 주요 대학과 한국과학기술원·포항공대, 그리고 38개 의과대학들이다. 이들 대학의 입학 정원은 전체 대학 입학 정원의 13.6%이다.
 
대학평가원=양선희(원장), 최은혜·문상덕 기자 
시뮬레이션=김창환 미국 캔자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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