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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도 계급차? ‘설국열차’는 수평 ‘기생충’은 수직 구조

중앙선데이 2020.10.17 00:02 707호 26면 지면보기

[도시와 건축] 영화 속 공간의 비밀

영화는 시공간의 예술이다.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카메라로 찍어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관객에게 보여 주는 매체다. 따라서 영화 속 공간은 감독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 영화에서 감독은 생각을 공간적으로 표현한다. 그런 면에서 건축가가 하는 건축설계와 감독이 하는 세트 디자인은 기본적으로 같다.
 

‘설국열차’ 꼬리 칸 사는 최하층
문 부수고 나가는 장면은 ‘혁명’

‘기생충’선 차도가 Y축 기준점 ‘0’
주인공 반지하 집은 ‘-0.5’ 공간
권력자일수록 높고 큰 곳 차지

감독 중에는 공간을 통해서 주제 전달을 잘하는 사람이 있는데, 대표적 인물이 봉준호다. 사회학과 출신답게 봉 감독의 영화는 주로 계급 간의 갈등을 주요 소재로 삼고 있다. 그의 대표작 중 ‘설국열차’와 ‘기생충’은 계급의 차이를 공간적으로 잘 설명하고 있다. 계급의 차등을 설국열차는 가로방향인 X축의 공간으로, 기생충은 세로방향인 Y축의 공간으로 보여 준다.
 
건축설계와 영화감독 세트는 비슷
 
봉준호 감독은 계급의 차이를 ‘설국열차’에선 수평적으로, ‘기생충’에선 수직적으로 잘 설명했다.

봉준호 감독은 계급의 차이를 ‘설국열차’에선 수평적으로, ‘기생충’에선 수직적으로 잘 설명했다.

영화 설국열차 속 공간은 맨 뒤의 꼬리 칸부터 맨 앞의 엔진이 있는 머리 칸까지 계급이 나누어져 있다. 가장 밑바닥 계층은 꼬리 칸에 거주하고, 가장 높은 계층은 머리 칸에 거주한다. 객차와 객차 사이의 이동을 막는 문은 계층 간 이동 사다리가 막혀 있음을 나타낸다. 영화 설국열차는 꼬리 칸에서 혁명을 일으킨 주인공이 문을 부수면서 점점 높은 객차로 올라가는 것이 주요 스토리다. 객차 사이를 막고 있는 모든 문을 부순 후 영화의 마지막에 객차에서 외부로 나가는 문을 부수는 것으로 끝이 난다.
 
계급타파의 혁명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진정한 혁명은 닫히고 막힌 객차라는 근본적인 껍질을 깨야한다는 것을 공간적으로 암시한다. 영화에서 기차의 문을 폭파하고 나오는 모습은 병아리가 달걀껍질을 깨고 나와 새로운 생명의 시대를 여는 것과도 같다.
 
기차는 서 있으면 어디가 꼬리 칸이고 어디가 머리 칸인지 알 수 없다. 그러다가 기차가 달리기 시작하는 순간 앞뒤가 구분되면서 수평의 공간에 계급의 위계가 만들어진다. 봉 감독은 설국열차에서 X축 선상에 가로로 놓인 기차라는 공간을 통해 사회적 계층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었다면, 영화 ‘기생충’에서는 공간의 계층을 수직적으로 구분하고 있다.
 
수학 그래프를 보면 Y축의 중간에 ‘0’이 있고 위에는 ‘양수’, 아래에는 ‘음수’가 있다. 우리 일상의 공간에서 Y축의 기준점인 0에 해당하는 곳은 어디일까? 땅, 즉 지면이다. 자동차가 다니는 차도가 위치한 지면이 기준점 0이고, 차도보다 18㎝ 높은 인도가 가장 낮은 값을 가지는 양의 공간이다. 도시는 차도보다 18㎝ 높은 곳에 인도를 위치시킴으로써 사람이 자동차보다 더 높은 위상의 존재라는 것을 보여 준다. 인도는 인간의 존엄을 나타내는 최소한의 장치다.
 
인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은 뒷골목은 인간이 존중받지 못하는 공간이다. 영화 기생충에서 가난한 주인공이 사는 집은 그런 골목길에 접해 있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카메라는 주인공이 사는 반지하집의 창문을 보여 준다. 창문 밖 풍경으로 자동차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지나간다. 자동차를 찍었던 카메라는 아래로 내려간다. 그리고 집이 나타난다. 주인공의 집이 기준점인 0보다 낮다는 것을 드러내는 장면이다.
 
기준점 도로보다 조금 높은 곳이 인도라면 반지하는 기준보다 반층 밑의 공간이다. 반지하 집은 숫자로 나타낸다면 ‘-0.5’의 공간이다. 주인공이 반지하 집을 나와서 지면에 있는 도로에 가려면 몇 개의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주인공이 사는 집의 공간을 통해서 감독은 그가 사회에서 기준보다도 낮고 자동차보다도 낮은 계층이라는 점을 보여 준다. 영화 첫 장면의 카메라 움직임은 맨 마지막에 똑같이 반복된다. 주인공 처지가 하나도 바뀌지 않았음을 보여 주는 수미상관의 장치다.
 
건축에서 권력자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을 가진다. 그래서 부잣집은 보통 언덕에 위치한다. 서울 성북동, 한남동, 평창동이 그런 곳이다. 영화 속 부잣집도 높은 언덕에 위치한다. 회장님 방은 최상층에 있고, 꼭대기에 위치한 펜트하우스가 가장 비싼 이유다. 그런데 달동네나 옥탑방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인데도 가격이 싸다.
 
펜트하우스와 옥탑방의 차이는 …
 
그 이유는 무엇일까? 펜트하우스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지만, 옥탑방은 걸어서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어느 시대나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여 육체노동을 줄이는 사람이 권력자다. 가난한 주인공집 식구들과 가정부는 높은 언덕 위의 주인집을 오갈 때 골목길을 걸어서 다닌다. 반면 사모님, 사장님, 주인집의 친구들은 모두 차를 타고 이동한다.
 
건축에서 높이를 조절하는 것은 기단이다. 권력자일수록 기단이 높다. 조선시대 건축 법규상 왕족은 돌을 3단까지 쌓은 기단을 만들었고 양반은 2단까지만 만들 수 있었고, 일반인은 작은 주춧돌만 사용했다.
 
우리나라 건축에서 기단이 중요한 이유는 연간 1300㎜가 넘는 많은 강수량 때문이다. 비가 많이 내리면 침수가 되고 나무로 만든 집이 피해를 본다. 높은 돌로 만든 기단은 비의 피해를 줄여 준다. 부자는 기단위에 집을 짓고, 가난한 사람의 집에는 기단이 없다. 영화 기생충 속 가난한 주인공 집은 땅에 반쯤 잠긴 반지하집이다. 반지하는 비가 오면 물이 고이는 공간이다. 영화에서 폭우가 내리는 클라이맥스 장면에서 반지하 집은 물에 잠겼다. 물이 고이는 곳은 가장 낮은 곳이라는 반증이다.
 
반면 부자동네는 경사진 언덕에 위치해서 빗물이 아래로 흘러나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 이유에서 풍수지리에서는 배수가 잘되는 배산임수를 선호한다. 영화 속에서 폭우가 내리는 장면에서 가난한 주인공 가족은 물과 함께 한참 동안 계단을 내려가는 장면이 있다. 그러한 수직적 움직임을 통해서 권력의 위계를 공간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권력이 많은 사람일수록 더 큰 체적의 공간을 점유한다. 영화 초반 주인공인 가난한 집 아들이 처음으로 가정교사를 하기 위해 부잣집을 찾아가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반지하 집이 위치한 좁은 골목길에서 시작해서 부잣집의 넓은 골목길로 장면이 바뀌는 것을 보여 준다.
 
주인공 남자가 부잣집 골목을 걸을 때에는 주변 공간에 비해 사람의 몸집이 상대적으로 작아 보인다. 같은 크기의 사람을 기준점으로 두 개의 다른 동네 골목길 공간의 스케일을 대비해서 보여 주는 것이다. 골목길 공간 크기의 차이를 강조함으로써 부와 권력의 차등을 보여 준다.
 
가난한 동네 골목길의 집은 골목을 향해서 창문이 많이 나 있다. 공공 도로 위 빈 공간을 통해서만 빛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부자동네의 골목은 축대가 벽처럼 서 있고 가끔씩 대문이 있을 뿐이다. 부잣집의 창문은 볕이 잘 드는 자기 집 마당을 향해 나 있기 때문이다. 빛과 바람과 공간의 빈부차를 서로 다른 골목길의 풍경으로 보여 준다.
 
접근을 어렵게 만드는 건축 장치는 권력을 만든다. 인류 최초의 건축물은 괴베클리 테페라는 종교공간이다. 이것은 단순하게 둥그런 벽을 두 겹 쌓은 공간이다. 벽으로 안쪽 공간을 가려서 보이지 않게 하고, 들어가기 어렵게 함으로써 안쪽 공간은 성스러운 권력자의 공간이 된다.
 
겹겹 벽으로 만드는 권력의 위계
 
같은 원리로 회장님 방은 비서실을 거쳐야 들어갈 수 있다. 높은 사람의 명함에는 핸드폰 번호가 없다. 직접 연락을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클럽에서는 문지기를 세워 놓고 아무나 안으로 못 들어가게 막는다. 접근을 어렵게 만드는 이 모든 것들은 경계 너머의 공간에 권력을 부여하기 위한 장치다.
 
영화 기생충에서 주인공 남자가 골목길로부터 시작해서 뒷마당에 있는 부잣집 사모님을 만나기위해서는 다섯 단계의 건축장치를 통과해야 했다. 1. 대문 인터폰 2. 대문 통과 후 마당까지 계단을 오름 3. 가정부가 현관문을 열어 줌 4. 거실 5. 뒷당으로 나가는 현관문 이렇게 5단계다. 그 만큼 주인공과 사모님은 계급의 차이가 있음을 수평·수직적인 공간의 레이어로 보여 준다. 영화 기생충에는 이 밖에도 공간 속 미디어와 자연의 비율로 보여주는 계급, 의자로 보여주는 계급, 주인집에 숨겨져 있는 지하실 집 등 영화 곳곳에 공간구조를 통해서 스토리를 말하고 있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
하버드·MIT에서 건축 공부를 했다. 세계적인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 사무소에서 실무를 익혔다. 30여 개의 국내외 건축가상을 수상했고 『어디서 살 것인가』 『공간이 만든 공간』 등 저술활동도 활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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