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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망 틀리자 징계하라던 그 의원, 이번엔 "너나 잘하세요"

중앙일보 2020.10.16 18:09
“너나 잘하세요.”
 

[현장에서]

믿을 수 없는 발언이 국정감사장에서 나왔다.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은 총재의 엄격한 재정준칙 필요 운운을 보면서 ‘너나 잘하세요.’라는 유명한 영화 대사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14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총재가 “장기적인 재정 건전성 유지를 위해서는 엄격한 재정준칙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지난 8월 4일 국회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지난 8월 4일 국회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어느 때보다도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죠. 너무 엄격히 해서 긴축적으로 가면 안 되는 거죠. 그런데 위기 요인이 해소된다면 평상시에 쓸 준칙은 좀 엄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거다. 이건 제 개인적인 의견이라기보다 전문가들의 어떤 공통된 의견을 정리했을 뿐이다. 그런데 엄격하다는 한마디를 가지고…

 

양경숙: 그렇지 않습니다. 읽어드릴까요? 말씀하신 거? 가지고 왔습니다.

 
차라리 읽었어야 했다. 아마 양 의원은 제대로 읽지 않았거나, 읽었더라도 받아들일 준비를 하지 않았던 것 같다.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총재는 엄격한 재정준칙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코로나19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현 상황에서 재정운용 유연성이 요구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2018년 국제통화기금이 제시한 재정준칙의 세 가지 기준(단순성·강제성·유연성)을 예시로 들기도 했다. 엄격함만큼 유연함도 필요하다는 걸 이미 설명했다는 의미다. 양 의원은 이날 “본 의원은 재정준칙 자체를 만들지 말자는 게 아니라, 지금은 시기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총재 발언 맥락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실상 같은 얘길 하고 있는데도 양 의원은 ‘엄격함’이란 형용사 하나를 붙들고 이 총재를 몰아세웠다.
 
사실 양 의원은 지난 8월 업무보고 때도 논란의 주인공이었다. 당시 양 의원은 “앞으로 경제 상황이 위중해질 텐데 큰 (경제성장률 전망치) 오차율을 계속적으로 낸다고 하면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총재는) 경제 전망치를 잘못 예측하는 담당자들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을 의향이 있느냐”고 말했다. 실적이 아니라 전망인데 오차를 내지 말란 것이고, 오차를 낸 직원을 징계하란 것이니 터무니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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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경제 전망 작업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발언이다. 그런데 양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도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양 의원은 “한국개발연구원(KDI)·IMF·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물론이고 민간기관보다도 제대로 된 전망치를 내놓고 있지 못하다”며 “1년에 네 번이나 경제성장률을 바꿔서 보고하고 있는데도 민간기관이 한 번 내지 두 번 하는 것보다도 못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체 어떤 기준에서 한은이 예시한 기관보다 못한 전망을 했다는 건지 알 길은 없다. 어쨌든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에 오차가 있는 것 맞는 얘기다. 그런데 한은만 그런 게 아니라 양 의원이 예시한 모든 기관이 틀린다. 잘못해서 틀리는 게 아니라 여러 변수에 따라 수정하는 거로 보는 게 정확하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듣고 있다. 뉴스1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듣고 있다. 뉴스1

업무보고 땐 ‘예측 가능하지 않은 변수가 많다’ 정도로 대응했던 이 총재도 이번엔 강하게 반박했다. 이 총재는 “일부 민간경제연구소와 수치를 비교했는데 중앙은행 전망치를 숫자 결과만 놓고 잘했다, 못했다 판단하는 것은 제발 그렇게 하지 말아달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숫자 하나 갖고 잘했다, 못했다 판단은 서운한 생각이 든다”는 말도 했다.
 
약 10분간의 발언 시간은 막말과 고성으로 가득했다. “한은 본연의 역할도 제대로 못 하면서 정부 정책에 훈수 두나”, 구체적인 대안을 중심으로 발언하지 않을 거라면 논란만 가중시키는 발언은 자제하라” 등이다. 독립성이 명백한 중앙은행 총재에게 정부 거수기 역할이나 하라는 건가.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 국회 업무의 꽃이라는 국정감사 현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런 목적, 이런 수준의 감사라면 없어도 무방하지 않나.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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