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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 쌍순환, 악순환

중앙선데이 2020.10.16 17:14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중앙SUNDAY 편집국장 김종윤입니다. 위기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경제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하지만 중국의 움직임은 다릅니다. 코로나19의 발원지였습니다. 엄청난 환자가 생기고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붉은 경고등이 켜진 나라였습니다. 
코로나19 발원지로 지목된 중국 우한의 워터파크에서 지난 8월 15일 수상 파티가 열려 수천 명이 몰렸다. 마스크를 쓴 사람은 찾아볼 수 없다. [AFP=연합뉴스]

코로나19 발원지로 지목된 중국 우한의 워터파크에서 지난 8월 15일 수상 파티가 열려 수천 명이 몰렸다. 마스크를 쓴 사람은 찾아볼 수 없다. [AFP=연합뉴스]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지금은 바이러스를 이겨내고 경제 성장의 엔진에 불을 붙인 나라로 불립니다. 통계에 대한 의혹이 있지만, 중국은 이제 코로나19를 사실상 퇴치한 나라라고 주장합니다. 글로벌 경제기구는 올해 주요국 경제가 지난해보다 모두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하는 데 반해 중국만 2% 가까운 플러스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요지경입니다.  
  
중국에서 요즘 자주 외치는 말이 있습니다. 쌍순환(雙循環)입니다. 내수 중심의 국내 대순환과 수출 중심의 국제 대순환을 모두 이루자는 주장입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인데 의미가 다릅니다. 본질은 내수를 중심으로 성장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입니다. 국내 수요를 키워 국제 시장의 변동성에서 벗어나 독자 생존하겠다는 전략입니다.  
  
덩샤오핑(鄧小平) 정부는 외국인 투자 유치 및 수출 주도형 경제 구조를 짰습니다. 개방 개혁입니다. 시진핑(習近平) 정부는 새 패러다임을 열려고 합니다. 내수를 중심으로 성장하는 경제, 국제 시장에 의존하지 않는 독자 경제 시스템입니다.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은 글로벌 공급망의 약점을 파고들어 연결 고리를 끊어 놓을 기세입니다. 
 
교역이 줄면서 중간재를 수입해서 가공 조립한 뒤 수출해 먹고 사는 중국형 경제모델은 벼랑에 몰릴 위기였습니다. 이미 ‘제조업 2025’ 정책으로 미국과의 기술 패권 갈등이 깊어지는 중이었기 때문에 엎친 데 덮친 격이었습니다. 그런데 중국은 오히려 판세를 뒤집으려는 카드를 던진 것입니다.  
쌍순환 전략을 강조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앙포토]

쌍순환 전략을 강조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앙포토]

 

핵심은 기술력입니다. 기술 자립을 통해 대외 의존도를 낮추고 자립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구호가 가득합니다. 앞으로 팬데믹이 더 거세지고 미중 갈등이 심해질수록 시진핑 주석은 “내수가 성장 엔진”이라고 목소리를 높일 겁니다. 
 
중국의 그랜드 전략이 결실을 볼지는 지켜볼 일입니다. 통계가 의심쩍고, 정부가 앞장서 끌고 가는 국가주도 자본주의의 한계도 보이면서 쌍순환 전략은 말장난에 그칠 공산도 큽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결과가 아닙니다. 글로벌 변수 때문이든, 국내 문제 때문이든 중국은 위기 때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중장기 전략을 제시합니다. 공산당 주도의 일당 독재체제이기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게 쉽다고 얕볼 일만은 아닙니다. 이들이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하는 모습은 분명 도드라집니다.  
 
눈을 한국으로 돌립니다. 코로나19 방역을 지금까지 잘해냈다는 평가입니다. 이 결과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1.9% 정도로 예측합니다(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선방한 성적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겉만 번지르르합니다. 속내를 들여다보죠. 우리는 과연 미래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는가요. 눈에 들어오는 그림이 있습니까. 
 
그저 나랏돈을 얼마나 풀어야 할지, 풀면 푸는 대로 왜 이리 많은 돈을 쓰느냐며, 안 풀면 안 푸는 대로 다 죽일 일 있느냐며 서로 핏대 올립니다. 소모성 논쟁일 뿐입니다. 그린 뉴딜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고 하지만 말만 그럴싸할 뿐 모래 위에 지은 집 마냥 엉성하다고 느끼는 건 저만일까요. 위기의 시대일수록 변화와 개혁의 밑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중국에는 쌍순환이라는 미래 구호가 가득한데 한국은 뭐하나요. 눈앞의 정치 이익에만 급급한 악순환에 빠진 건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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