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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도 갸우뚱…"옵티머스 제안서 허술한데 어떻게 1조를"

중앙일보 2020.10.16 14:56
지난 7월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 입구. 정용환 기자

지난 7월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 입구. 정용환 기자

1조5000억원대 펀드 사기 혐의로 기소된 옵티머스자산운용 김재현(53) 대표 측이 최근 불거진 정관계 로비 의혹 보도에 대해 고통을 호소했다. 의혹의 근거가 된 문건 유출과 관련해서는 피고인 측과 검찰이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는 장면도 연출됐다.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허선아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김 대표 등 5명에 대한 첫 재판을 열었다.  
 
이날 검찰은 김 대표 등의 공소사실과 이들이 벌인 사기 구조에 관해 설명하는데 긴 시간 공을 들였다. 김 대표 등은 공공기관이 발주한 관급공사 매출채권에 투자하겠다고 1조5000억원에 달하는 돈을 끌어모은 뒤 부실채권 인수와 펀드 돌려막기에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돌려막기 규모가 커지면서 한계점에 봉착하자 환매 불능 사태를 야기했고, 검찰은 피해 금액을 5000억원 이상으로 본다.
 
공판검사는 법정에서 투자제안서를 공개하면서 “제안서 내용이 이렇게 허술한데 1조5000억원어치를 판매했다는 건가 생각이 들었다”며 “공공기관의 매출채권이라고 하니 ‘국가가 망하지 않는 이상 돈을 번다’는 희망이 있었을 거고, 금리가 낮으니 ‘설마 사기겠냐’는 생각이 다수 피해자를 양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에선 투자제안서에 담긴 모든 내용이 거짓으로 드러났다.
 

김재현 대표 측 "로비 보도로 고통받고 있다" 

이날 김 대표의 변호인은 재판 말미 발언권을 얻고 “최근 언론에서 보도되는 정계, 금감원 로비와 관련해 인정할 건 인정하고 수사에 성실히 협조할 예정”이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피고인들이 서로 책임 경중을 다투고 있고 이해 관계도 상반된 상황에서 진실이 가려지기도 전에 김 대표가 정관계에 로비하고 펀드 운영에 책임 있는 것처럼 보도가 돼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 측은 언론에 유출된 문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대표가 5월 작성한 ‘펀드 하자 치유 관련’이란 제목의 문건이 최근 공개됐고, 이는 정관계 로비 의혹의 시발점이 됐다. 이에 검찰은 전담 수사팀을 증원하고 옵티머스 측이 펀드 판매와 관련 사업 추진 과정에서 경제계‧법조계 유력 인사들을 고문단으로 내세우거나 로비스트를 활용했다는 의혹을 확인하고 있다.
 

“누가 문건 유출하나” 변호인과 검찰 모두 의심 

김 대표의 변호인은 “다른 피고인의 증거자료를 유출하거나 일부 단편적인 내용을 왜곡해 언론에 흘리는 행위는 법정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낳고 방어권 행사를 방해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자 검찰 역시 “재판 기록이 모두 언론에 공개돼 진행 중인 수사에 영향이 심각하다”며 “어떤 피고인과 변호인이 어떤 의도를 갖고 언론에 증거 기록을 모두 제공했는지 알 수 없지만 심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를 향해 “엄중하게 경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김 대표 측은) 검찰 조사과정에서 유출되는 것 아닌가 말했는데, 오히려 검찰은 변호인이 유출한 거로 이야기한다”고 의아해했다. 이에 변호인은 급히 일어나 “검찰에서 유출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검찰 역시 “저희가 변호인이 유출했다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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