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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꿩고기 씹는 맛 제주 ‘꿩엿’, 겨울철 보양식으로도

중앙일보 2020.10.16 10:00

[더,오래] 강병욱의 우리 식재료 이야기(9)  

제주는 예로부터 땅이 척박하여 농사짓기에는 적합하지 않았고 육지와는 달리 다양한 단백질 공급원도 부족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제주의 한라산과 오름의 초지에는 고열량, 고단백질의 꿩이 많이 서식하고 있어 이를 이용한 식품이 많았는데, 오늘 소개할 꿩엿도 그 한 가지다.
 
꿩은 우리나라 전역의 농어촌, 산간초지, 도시공원 등에서 서식하는 대표적인 사냥새이면서 우리 민족과 친숙한 텃새다. 지방마다 꿩에 대한 민요가 전해 오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우리말로는 보통 수컷을 장끼, 암컷을 까투리, 새끼는 꺼병이라고 한다. 꿩은 강한 야성을 지녀 길들이기 어려운 새로 알려져 있다. 철망 속에 가두어 두면 철망에 계속 머리를 박기 때문에 일반 새장보다 크고 자연적인 풀이나 나뭇가지 등을 넣어 자연과 유사하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야생에서 꿩을 만나면 그냥 숲속에 머리를 박고 꼼짝 않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제 머리만 숨기면 남도 보지 못할 줄 아는 것이다. 머리 나쁜 사람을 두고 ‘꿩 머리’라고 놀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꿩은 우리나라 전역의 농어촌, 산간초지, 도시공원 등에서 서식하는 대표적인 사냥새이면서 우리 민족과 친숙한 텃새다. [사진 강병욱]

꿩은 우리나라 전역의 농어촌, 산간초지, 도시공원 등에서 서식하는 대표적인 사냥새이면서 우리 민족과 친숙한 텃새다. [사진 강병욱]

 
꿩의 수컷은 몸길이가 80~90㎝ 정도이며, 그중 꼬리와 깃이 40~50㎝인 것도 있다. 깃은 금속광택이 있는 녹색이며 머리 양측에는 귀 모양의 깃털이 서 있다. 깃은 암컷에 비해 수컷이 화려한 것이 특징이다. 암컷은 몸길이가 55~65㎝이며, 꼬리깃은 20~30㎝로 짧고, 깃털은 황토색 바탕에 고동색 얼룩무늬가 있다.

 
꿩의 산란기는 4월 하순에서 6월까지이며 산란 수는 10개 정도의 알을 낳는다. 포란 기간은 약 21일이며, 알에서 막 깨어난 새끼는 곧 스스로 활동하고 먹이를 찾는 조숙성 조류이다. 산란기를 거쳐 겨울철에 가장 살이 찌고 영양이 풍부해 제주 사람들은 이때 꿩을 잡았다. 농한기인 겨울에 여럿이 함께 들판을 누비며 꿩을 사냥하며, 꿩 사냥 자체가 즐거운 절기 놀이였고 꿩엿은 중요한 세시음식이었다.

 
옛 문헌을 찾아보면 꿩에 대한 이야기를 몇 개 찾아볼 수 있는데, 『본초강목』에서는 꿩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나는 것이 마치 화살 같다. 한 번 날아서 그대로 떨어진다. 크기가 닭만 하고, 아롱진 빛깔에 수놓은 깃털을 지녔다. 수컷은 몸체가 아름답고 꽁지가 길다. 암컷은 무늬가 어둡고 꽁지도 짧다. 성질이 싸움을 좋아한다.” 또한 『삼국사기』에서는 꿩을 왕에게 바쳤다는 여러 기록이 나온다. 꿩을 왕에게 바쳤다는 것은 그것이 드물고 귀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루에 쌀 서 말의 밥과 꿩 아홉 마리를 먹었다’는 내용으로 보아 꿩은 일찍부터 우리 민족이 식용으로 사냥했던 야생조류임을 알 수 있다.

 
꿩은 예부터 겨울철 보양 식품으로 주목받아 까투리 육회, 꿩만두, 꿩 밀국수, 꿩고기 떡국 등을 만들어 먹었다. 특히 꿩고기는 고단백 알칼리성 식품인 데다 지방 또한 불포화 지방산이어서 몸에 이롭다. 기운을 돋우고 당뇨에 좋으며, 간에 좋아 눈을 밝게 한다. 『동의보감』에서는 꿩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맛이 시고 무독하여 몸에 좋으며, 설사를 그치게 한다. 그리고 꿩은 귀한 음식이나 미독이 있어 생식하여서는 안 되며, 9~12월 사이에 먹으면 괜찮다고 한다. 또한 누창을 고친다고 하여 치료제의 역할도 했다고 한다.”


그럼 제주 꿩엿은 어떻게 만들었을까? 우선 겨울철 꿩을 잡아 털을 제거해 손질한다. 육수를 끓여야 하므로 손질한 꿩을 깨끗이 씻어준다. 씻은 꿩을 물에 넣어 2시간 정도 푹 삶아준다. 삶은 꿩은 건져내어 푹 식혀주고, 식혀진 꿩은 뼈를 제외한 살을 얇게 뜯어 준비해둔다. 닭개장에 들어가는 고기의 크기로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 같다. 꿩을 넣고 삶은 육수에 깨끗이 씻은 찹쌀을 넣어주고, 찹쌀이 타지 않게 힘을 주어가며 섞어준다. 찹쌀이 타기 시작하면 타는 향이 올라오기 때문에 조심하여야 한다. 조리된 찹쌀과 엿기름을 섞어 발효 과정을 거쳐 발효된 엿기름 건더기를 걸러내 6시간 정도 푹 조려준다. 엿물이 어느 정도 졸여지면 손질된 꿩을 넣어서 계속 조려준다. 조청과 같은 질감이 느껴지면 꺼내어 식혀준다. 완전히 식혀지면 꿩엿이 완성된다. 만드는 과정은 어렵지 않지만 하나의 꿩엿을 만들기 위해 3일을 밤을 새워가며 작업한다고 한다. 한국의 음식은 어느 것 하나 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것들이 없다.

 
그럼 제주 꿩엿은 어떻게 만들었을까? 우선 겨울철 꿩을 잡아 털을 제거해 손질한다. 육수를 끓여야 하므로 손질한 꿩을 깨끗이 씻어준다. [사지 강병욱]

그럼 제주 꿩엿은 어떻게 만들었을까? 우선 겨울철 꿩을 잡아 털을 제거해 손질한다. 육수를 끓여야 하므로 손질한 꿩을 깨끗이 씻어준다. [사지 강병욱]

 
꿩엿은 지방이 적고 단백질 함량이 많아 위와 장에 부담을 주지 않아서 노인이나 회복기 환자의 보양식, 혹은 어린이들의 감기와 천식 예방에 쓰였다고 한다. 특히 겨울철, 뜨거운 물에 살짝 넣어 먹거나 원액 그대로 한 숟갈 먹으면 겨울에 감기 한번 걸리지 않는다고 어르신께서 말씀해 주셨다. 꿩엿의 맛은 일반 엿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꿩고기가 그대로 들어가기 때문에 오래 씹으면 작은 꿩고기의 씹는 맛을 느낄 수 있어 일반 엿과는 전혀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꿩엿은 손수 꿩을 사냥하는 노력과 귀한 곡식으로 오랫동안 엿을 고아 내는 노고가 있어야만 얻어지는 음식이었다. 곡식으로 허기를 면하기도 어렵던 시절에 곡물을 삭히고 오랫동안 고아 단맛을 내고 야생에서 꿩을 수렵하는 노력을 하는 것은 집안 어르신과 아이들의 건강을 염려하고 기원하는 마음에서 이루어졌다. 그래서 꿩엿은 연로한 어르신에게 우선적으로 드리는 효성의 음식이었고, 귀한 아이를 위한 집안 어른들의 사랑이 담긴 자애의 음식이었다.
 
넘은봄 셰프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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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욱 강병욱 넘은봄 셰프 필진

[강병욱의 우리 식재료 이야기] 해외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근무를 하면서 느꼈던 한국 식재료의 우수함, 버려지는 식재료 등에 대한 아쉬움으로 한국으로 돌아와 여러 방면의 음식 공부를 하고 있다. 제주도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으며 직접 여러 농가를 다니며 B급 농작물과 한국의 사라져가는 식재료, 지역의 식재료에 대한 발굴과 기록, 음식을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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