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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촬영' 성지 타이구리. 사람들이 눈살 찌푸린 이유?

중앙일보 2020.10.16 09:00

"중국 길거리는 365일이 패션위크"

  
해외에서 3000만 이상 조회 수를 기록한 트윗 내용이다. 대체 무슨 말일까. 중국 사람들이 패셔너블한다는 칭찬일까, 아니면 중국에 대한 또 다른 풍자적인 조소일까.
[진르터우탸오 캡처]

[진르터우탸오 캡처]

 
해당 트윗에서 언급하는 것은 중국에서 현재 유행하고 있는 '제파이(街拍,길거리촬영)' 현상이다.   
 
제파이는, 말 그대로 길거리에서 흥미로운 것들을 촬영해서 공유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더우인(抖音) 등 숏클립 플랫폼의 성장에 힘입어, 이 '길거리 영상들'은 중국에서 일시적 유행을 넘어 이젠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진르터우탸오 캡처]

[진르터우탸오 캡처]

 
제파이는 사실 영상 플랫폼이 생기기 전부터 존재했다. 북경의 산리툰, 상하이의 신천지 등 지역별로 소위 가장 '핫'하다는 곳에는 늘 한 손에 카메라를 들고 서성대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길거리 '패피'들의 사진을 찍는 파파라치다. 
 
하지만 쇼트 클립 플랫폼의 발달로 사진에서 영상으로 표현범위가 확대되자, 점차 더 다양한 시도들이 행해졌다. 번화가에서 춤을 추거나, 상황극을 하고, 전통의상을 입고 워킹을 하는 등. 제파이는 일종의 '쇼'의 의미로 확장됐다. 정해진 형식 없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행위라면 무엇이든 소재가 되었다. 
[더우인 캡처]

[더우인 캡처]

[진르터우탸오 캡처]

[진르터우탸오 캡처]

[haiwai.net 캡처]

[haiwai.net 캡처]

 

길거리 미녀 영상이 가장 인기...

 
그 중에서도 항상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는 것은 소위 '길거리 미녀들' 영상이다. 심지어 이들만 전문적(?)으로 찍어 올리는 채널이 수두룩할 정도다. 당당하게 채널명을 '길거리 미녀 촬영'이라고 짓고서는 말이다.
 '타이구리 미녀 길거리 촬영' 채널 [진르터우탸오 캡처]

'타이구리 미녀 길거리 촬영' 채널 [진르터우탸오 캡처]

 
생면부지의 누군가에게 영상이 찍히고, 온라인상에업로드된다면, 누구나 꺼림칙한 느낌이 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또한 많은 듯하다. 이 파파라치들에게 촬영되어, 더우인이나 다른 SNS에 영상이 올라가 '유명'해지면, 자신의 개인 계정을 열어 '왕훙(网红)'이 될 기회도 생기기 때문이다. 마치 악어와 악어새 관계와 같다.  
 
많은 사람이 오히려 의도적으로 이목을 끄는 의상을 입고, '찍히기를' 바라며 번화가 거리를 배회하기도 한다. 
 
[진르터우탸오 캡처]

[진르터우탸오 캡처]

[진르터우탸오 캡처]

[진르터우탸오 캡처]

일반인에게도 카메라 들이대... 사람들 초상권은 어디에

 
문제는 일반인들도 종종 이 파파라치들에게 도촬을 당하여, 당사자 허가 없이 SNS에 영상이 업로드된다는 사실이다. SNS상에서는 자극적인 제목과 함께, 왕훙이 아닌 일반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영상도 자주 목격된다. 
[더우인 캡처]

[더우인 캡처]

[더우인 캡처]

[더우인 캡처]

 
'이렇게 다리가 예쁜 여친이 있다니, 남친이 부럽네'
'몸매랑 얼굴 다 A급... 99점 줘도 안 아깝다'
  
국내에서라면 큰 논란이 될 수 있을만한 제목의 해당 영상들에는, 적지 않은 조회 수와 댓글이 달려 있다. 일반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영상에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중국 SNS에서는 자신의 동의 없이 도촬 된 영상을 온라인에서 본 적 있다며, 많은 사람이 피해를 호소하기도 했다. 
[진르터우탸오 캡처]

[진르터우탸오 캡처]

 

초상권 보호, 결국 새 규정 생겨... 타이구리, 이젠 길거리 촬영 금지

 
이러한 피해사례가 많아서였을까. 결국 청두의 타이구리(太古里)에서는 길거리 촬영을 금지하는 새 규정이 생겼다. 사람들의 초상권 보호 및 거리 혼잡도 완화를 위한 취지로 보아서다.
 제파이(街拍) 금지 입간판 [진르터우탸오 캡처]

제파이(街拍) 금지 입간판 [진르터우탸오 캡처]

[진르터우탸오 캡처]

[진르터우탸오 캡처]

 
해당 조치에 대해 일부 사람들은, "길거리 촬영을 하고 안 하고는 개인의 자유"라며, 지나친 자유 침해 조치라는 반대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늘 있었으면 했던 조치다."라며, 해당 규정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수 역시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 내에서 이전엔 비교적 엄격하지 않았던 초상권에 대한 의식 또한 점차 변화하는 과정 중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차이나랩 허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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