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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의 눈물…英대사관 국감서 "北외교관 따뜻이 대해달라"

중앙일보 2020.10.16 06:33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사진행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사진행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한국 망명 전까지 북한의 영국 공사로 근무한 국회 외교통일위 소속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15일 자신의 SNS에 전날 화상으로 진행된 주영대사관 국감에 대한 소감을 남겼다.  
 
그는 한국으로 망명한 지 4년 만에 주영 한국대사관 직원들을 만났다. 비록 화상 만남이었지만, 태 의원은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눈물이 나왔다고 했다. 태 의원은 지난 2016년 8월 한국으로 망명하기 직전까지 주영 북한대사관에서 공사로 근무했다.
 
태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박은하 대사 뒤에 앉아있는 주영 한국대사관 직원들을 보는 순간 눈물이 나와 화면이 잠시 보이지 않았다”며 “시작 전부터 주영대사관 국감 때 감정을 통제해야 한다고 마음속으로 여러 번 다짐했지만, 막상 부딪히고 보니 감정 조절이 어려웠다”고 했다.
 
태 의원은 “4년 전까지만 해도 북한 외교관으로서 한국 외교관들을 만날 때마다 마음의 긴장감을 내려놓을 수 없었는데 이렇게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돼 한국 대사에게 질의하는 이 순간이 믿겨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태 의원은 “세상에는 영화에나 나올법한 기적이 종종 있다고 하는데, 바로 내 인생이 기적 같은 영화의 한 장면이고, 인생 역전 자체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도 했다.
 
태 의원은 이날 화상 국감에서 박 대사에게 최근 최일 북한 주영 대사를 자주 만나느냐고 물었고, 박 대사는 최근 코로나 때문에 만나는 행사가 없고 지난해에는 몇 번 만났지만, 자신을 피해 깊은 대화는 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태 의원은 박 대사에게 “런던의 북한 외교관들이 제가 국회의원이 된 것을 알고 있는가”라고 물었고, 박 대사는 “네. 다 알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태 의원은 페이스북에 “박 대사와 대화를 하면서도 나의 탈북 사건 때문에 평양으로 소환돼 소식조차 알 길이 없는 현학봉 대사와 후배들이 생각나 미안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궁금한 것이 한둘이 아니었다. 박 대사와 밤이 새도록 마냥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국정감사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고도 했다.
 
태 의원은 박 대사에게 올해 업무 보고에는 영국의 탈북민 관련 보고가 빠졌다고 지적했고 박 대사는 “좋은 소식을 전하겠다”며 “영국에 있는 탈북민이 700~1000명 정도로 추정되는데 한인 사회와의 통합이 서서히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태 의원은 박 대사에게 탈북민과 영국 한인사회가 공동체를 형성해 나갈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지원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북한대사관 직원들에 대한 관심을 당부한 대목도 눈길을 끌었다. 그는 최일 주영 북한대사가 자신의 ‘대학 1년 후배’라고 소개하면서, “(북한 외교관들은) 겉으로는 차 보여도 속마음은 따뜻한 친구들”이라며 “만나시면 따뜻하게 대해달라”고 했다.
 
태 의원은 “국감이 끝나자 여당 의원들까지 나에게 다가와 박 대사와의 대화를 보면서 가슴이 뭉클했다고 했다”며 “모든 국감이 이렇게 진행될 수는 없을까”라고 덧붙였다.
태영호 페이스북 전문
〈영화 같았던 주영 대사관 국정감사〉
“박은하 대사님 안녕하십니까?”
“태의원님. 안녕하세요”
박은하 대사의 음성을 들으며, 대사 뒤에 앉아있는 주영 한국 대사관 직원들을 보는 순간 눈물이 나와 화면이 잠시 보이지 않았다. 시작 전부터 주영 대사관의 국정감사 때 감정을 통제해야 한다고 마음속으로 여러 번 다짐하였으나 막상 부딪치고 보니 감정 조절이 어려웠다.
4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북한 외교관으로서, 각종 외교 행사장들에 참가하며 한국 외교관들을 만날 때마다 마음의 긴장감을 내려놓을 수 없었는데, 오늘 이렇게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되어 한국 대사에게 질의를 하고있는 이 순간이 믿겨지지 않았다.
세상에는 영화에나 나올법한 기적이 종종 있다고 하는데, 바로 내 인생이 기적같은 영화의 한 장면이고,‘인생역전’자체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는 마음을 다잡고 대사와 말을 이어갔다.“대사님 최근 북한 최일 대사를 자주 만나봅니까?”고 질문했다. 이에 박은하 대사는“의원님, 최근에는 코로나 때문에 행사들이 거의 없고, 지난해에 몇 번 만났었는데 저를 보면 자꾸 피해 깊이 있는 대화는 나누어보지 못했습니다”라고 답했다.
나는“대사님, 최일 대사가 저보다 평양국제관계대학 1년 후배인데 앞으로 만날 기회가 있으면 제 인사 꼭 전해주세요.”라고 말하며“런던에 있는 북한 외교관들이 제가 국회의원이 된 것 알고 있나요? ”라고 다시 물었다.
박 대사는“예, 다 알고 있는 것 같아요.”고 답했고, 나는“대사님, 앞으로 그들을 만나시면 따뜻이 대해 주세요.”라고 부탁하며“겉으로는 차 보여도 속마음은 따뜻한 친구들입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말들이 오고 가니 내 마음은 더 뭉클해졌다.
박은하 대사와 대화를 하면서도 나의 탈북사건 때문에 평양으로 소환되어 소식조차 알 길 없는 현학봉 대사와 후배들이 생각나 그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골프가 뭔지 몰랐던 나에게 골프를 알려준 한인 교포 권 프로, 몇 년째 북한을 드나들면서 식량 지원을 했던 뉴몰든 지역의 한인 교포분들과 수백명 북한 아동 언청이들을 수술해준 교포 목사, 추석이면 북한대사관에 떡과 과일, 쌀을 가져다 주던 교포 상인들. 그들 한분 한분이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나는 박은하 대사와 밤이 새도록 마냥 앉아서 이야기만 하고 싶었다. 하지만 국정감사를 이어가야 했다.
나는 대사에게,“대사님, 2018년 주영 대사관 업무 보고에는 영국에 있는 탈북민들에 대한 업무보고가 있었는데 올해 업무 보고에는 빠졌습니다.”고 말하며,“혹시 탈북민들에 대한 대사님의 따뜻했던 마음이 변화한 것 아닙니까?”라고 질문했다.
이에 박은하 대사는“의원님께 좋은 소식을 전달하겠습니다.”라며“영국에 있는 탈북민이 700에서 1000명 정도로 추정되는 데, 그들과 한인 사회와의 통합이 서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라고 소식을 전했다.  
박 대사는“탈북 노인 20여명이 현지 노인회에 우리국민과 함께 참여하고 있고, 작년 한인 페스티발도 탈북민이 참여하고 있습니다.”라며 “올초 한인 행사에 참여하여 화합과 통합의 새로운 모델의 첫 단추를 잘 끼고 있고, 앞으로도 모범적인 한인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지원할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나는“대사님 감사합니다.”라며 “영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탈북민 사회가 형성되어 있으나, 제가 런던에 있을 때 보니 탈북민들이 현지 한인사회에 잘 흡수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 탈북민들과 우리 한인사회가 한 민족으로서의 공동체를 형성해 나가며 상호 발전할 수 있도록 대사님께서 관심을 가지고 지원 좀 해주세요”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나는 박은하 대사와 ‘향후 대사관 업무보고에 영국과 북한의 관계를 추가하는 문제’, ‘영국과 북한 사이의 군사 교류를 잘 살피는 문제’, ‘우리 국민 피살사건을 계기로 국제해사기구를 통해 NLL 주변에서 모든 국가 배들이 표류 중에 있는 사람을 발견하면 즉시 구조하는 시스템을 환기하는 문제’등을 토의했다.
지난 12일에 있었던 주미·주유엔 대사들과의 질의와는 달리 주영대사관에 대한 국정감사는 전 기간 격려와 웃음, 따뜻한 말이 오가는 한 집안 형제들 사이의 대화 같았다. 국정감사가 끝나자 여당 의원들까지 나에게 다가와 박은하 대사와의 대화를 보면서 가슴이 뭉클했다고 했다.  
모든 국정감사가 이렇게 진행될 수는 없을까?
2020.10.15.
대한민국 국회의원 태영호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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