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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창·포로수용소·미군기지…부평캠프마켓 영욕의 80년史

중앙일보 2020.10.16 05:01
대한민국 땅에 있지만 80여년간 쉽사리 드나들지 못하던 장소가 있습니다. 인천 부평구에 있는 주한미군기지, 캠프마켓입니다.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정국을 거치면서 한국 근현대사 격동기를 함께한 곳입니다. 81년 만에 지난 14일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부평캠프마켓의 역사를 정리했습니다.
 

[이슈원샷]

①1939년-일제 병참기지 조병창

1950년대 촬영한 과거 인천육군조병창으로 사용했던 건물. [부평역사박물관]

1950년대 촬영한 과거 인천육군조병창으로 사용했던 건물. [부평역사박물관]

 
일제강점기인 1938년 조선총독부는 조선 병참 기지화를 선언합니다. 중·일 전쟁에서 태평양전쟁으로 이어지는 전시체제에서 더 많은 보급창이 필요했습니다. 일제는 1939년 인천일본육군조병창을 부평에 세웁니다. 병참기지이자 군수공장인 조병창은 일제 패망 전까지 전쟁 물자를 만들었습니다.
 

②1945년-미군기지, 1953년-포로수용소

1945년 11월 부평미군기지 초창기 시절 미군부대 헌병. [부평역사박물관]

1945년 11월 부평미군기지 초창기 시절 미군부대 헌병. [부평역사박물관]

 
1945년 광복 이후 일제가 떠난 조병창 지대에 들어선 건 미군이었습니다. 인천상륙작전과 서울수복 이후 미군이 부평지역에 재주둔하면서 본격적인 미군기지 시대가 열렸습니다. 1953년 3월에는 반공포로를 수용하기 위한 제10포로수용소가 기지 내에 설치됐습니다. 그해 6월 북으로 돌아가길 원치 않았던 반공포로들이 탈출을 시도하던 중 다치는 일도 있었습니다.
 

③한국전쟁 후- '애스컴시티'

애스컴시티 내 미군클럽에서 미군들이 술을 마시고 있다. [부평역사박물관]

애스컴시티 내 미군클럽에서 미군들이 술을 마시고 있다. [부평역사박물관]

 
한국전쟁 이후 부평미군기지에는 캠프마켓, 캠프 아담스 등 7개 구역으로 구성된 애스컴 시티가 형성됐습니다. 보급창, 공병대, 항공대, 의무대, 후송병원이 잇따라 들어섰고 식당, 클럽, PX, 극장 등 편의시설이 더해지면서 거대도시로 성장했습니다. 당시 한국에선 보기 힘든 각종 시설이 즐비한 탓에 간혹 미군기지가 개방될 때면 부평 사람들은 신세계를 경험했습니다. 기지 영내외에 들어선 미군 클럽을 축으로 애스컴시티는 대중문화의 중심지로 떠올랐습니다.
 

④1973년-애스텀시티 해체 후 캠프마켓만 남아

애스컴 시티 내 121 후송병원. 한국전쟁 후 부평에 자리잡은 이 병원은 1971년 용산으로 이전한다.[부평역사박물관]

애스컴 시티 내 121 후송병원. 한국전쟁 후 부평에 자리잡은 이 병원은 1971년 용산으로 이전한다.[부평역사박물관]

 
1969년 닉슨 독트린 이후 주한 미군 감축·이전이 시작되면서 부평미군기지는 변곡점을 맞습니다. 애스컴 시티 내 121 후송병원의 용산 이전을 시작으로 캠프마켓을 제외한 6개 캠프가 부평을 떠났습니다. 1973년 애스컴 시티가 공식 해체되면서 도시 내 한국인 노동자를 비롯해 주변 클럽 운영자, 음악가 등 미군기지 관련해 생계를 이어가는 이들도 하나둘씩 자리를 비웠습니다. 거대 도시는 캠프마켓으로 대폭 축소됐습니다.
 

⑤2002년-반환 결정

인천 부평미군기지, 캠프마켓 전경. [부평구]

인천 부평미군기지, 캠프마켓 전경. [부평구]

 
55 헌병대, 빵 공장 등만 남은 캠프마켓이 자리를 지키는 동안 주변에는 아파트 등 민간시설이 들어섰습니다. 단절된 공간이 된 부평 미군기지는 2002년 3월 한미 연합토지관리계획(LPP)에 따라 반환이 확정됐습니다. 그러나 기지 내 환경 오염이 얼마나 발생했는지, 정화 비용은 누가 낼 것인지를 두고 한·미 간 논의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방치는 계속됐습니다. 한국이 먼저 관련 비용을 부담하기로 한 끝에 지난해 12월 제200차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합동위원회에서 캠프마켓을 즉시 반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⑥2020년-81년 만에 시민 품으로 

인천시는 지난 6일 길이 16m, 높이 2.2m 담장을 철거해 캠프마켓 개방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인천시]

인천시는 지난 6일 길이 16m, 높이 2.2m 담장을 철거해 캠프마켓 개방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인천시]

 
지난 14일 인천시는 반환받은 캠프마켓 부지 중 일부를 시민에게 개방했습니다. 야구장, 극장 등 주한미군이 지원시설로 사용하던 곳입니다. 시는 이번 개방에서 제외된 나머지 구역은 환경정화작업을 마무리하는 2022년쯤 순차적으로 개방할 예정입니다. 류윤기 부대이전개발과장은 “문화재청 권고에 따라 조병창, 미군 벙커 등은 보존할 방침”이라며 “기존 건물을 활용해 역사문화공원 등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부평미군기지 연표. [부평역사박물관]

부평미군기지 연표. [부평역사박물관]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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