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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스웨덴 코로나 방역 모델을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

중앙일보 2020.10.16 00:24 종합 29면 지면보기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과 교수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과 교수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스웨덴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줄면서 초기의 부정적 시각과 달리 스웨덴의 방역 전략이 재평가되기 시작했다. 안데르스 텡넬 스웨덴 ‘국가 방역 수장(NCE)’을 프랑스 르몽드지가 ‘스웨덴의 영웅’으로 묘사했고, 영국 선지는 그를 70년대 세계적 인기를 끌었던 4인조 보컬 그룹 아바(ABBA)의 제5 멤버로 비유했다.
 

자율·자치를 존중하는 방역 원칙
기업 우선 지원으로 경제 위축 막아

그렇다면 세계가 주목하는 스웨덴식 코로나19 방역 전략의 핵심은 무엇일까. 코로나 사태 초기에는 스웨덴의 인구 대비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영국·프랑스에 버금간다는 비판을 받았다. 스웨덴의 방역 모델은 사실상 실패한 정책이란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초기 방역 단계에서 노인 시설이 집단 감염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실제로 사망자의 85% 이상이 90세 이상 초고령자였고, 전체 사망자의 99%를 60세 이상이 차지했다. 이 때문에 지자체들은 국가(중앙정부)가 방역 지침을 제때 마련하지 못하고 강력한 통제와 이동제한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화살을 돌렸다.
 
초기 방역 실패의 원인은 국가가 지방자치의 기본 정신을 최대한 해치지 않으면서 자율적 책임에 기초한 원칙론으로 대응한 데 있다. 이런 방역 정책에 대해 스웨덴 국민은 정부를 전적으로 신뢰한다고 화답했다. 야당들도 정쟁 중단을 선언하고 정부의 정책에 지지를 보여줬고, 경제 살리기를 위해 정부와 야당이 함께 힘을 모았다.
 
사실 스웨덴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전략은 정상적 경제 활동을 바탕으로 한 복지 제도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 최소한의 통제와 자율적 실천에 기초한다. 이를 두고 ‘국민 집단면역 정책’이란 해석이 나왔지만, 스웨덴 정부는 집단면역을 염두에 둔 방역 조치였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스톡홀름의 항체 형성률은 20%로 매우 높다.
 
다만 국민 세금과 법인세가 주요 세원인 복지제도가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 경제 활동이 중단되지 않고 지속하도록 노력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시장의 안정과 기업 활동 위축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대기업·중소기업·자영업자까지 촘촘히 이어지는 지원 대책으로 급격한 실업률을 방지하는 정책을 견지해 왔다.
 
이런 노력 덕분에 스웨덴의 코로나 이후 경제 활동 축소율은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가가 사회적 거리두기, 청결과 위생, 불필요한 접촉 자제 등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한 포괄적 계도 정책에 집중했다면, 지방 정부는 복지 서비스 역할을 담당했다.
 
학교 수업은 전면 금지보다는 교장의 판단에 따라 진행했고, 대학 원격 강의도 총장의 결정에 따라 시행했다. 결과적으로 국가가 가장 안전하다고 판단한 최고 수준의 감염 예방조치로 방향이 정해지기는 했지만, 최종 판단은 기관장의 자율적 결정에 따라 이뤄졌다.
 
국가는 철저하게 자율적 결정권을 침해하지 않기 위한 노력에 집중했다.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도 집회·시위 등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가 정상 작동하고 있는 이유다.
 
재난지원금은 지급하지 않았고, 경제 펀더멘탈 붕괴를 막기 위해 기업 지원에 최우선 순위를 뒀기 때문에 경제 활동이 위축되지 않았다. 실업자들의 실업기금 혜택 자격을 확대해 사각지대를 줄이려 노력했다. 국가가 재취업 교육을 지원해 코로나로 인해 실직한 근로자가 유통업계에 취업하도록 매칭 역할을 자처했다. 실업자를 위한 무상 대학교육 지원책을 통해 이참에 업종 전환의 기회를 제공해 줬다.
 
국가 채무를 급격히 늘리지 않으면서도 위기 상황을 노동시장의 체질 개선과 국가 경쟁력 강화에 활용하고 있다. 한국 정부와는 아주 다른 해법을 채택한 스웨덴 좌파 정부의 실험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지는 이유다.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과 교수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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