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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사건건 감정적 대응 추미애, 장관 계속할 수 있나

중앙일보 2020.10.16 00:05 종합 30면 지면보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어제 페이스북에 두 장의 사진을 올렸다. 자신의 아파트 앞에서 카메라를 들고 기다리는 기자의 모습을 찍은 사진이다. 그러면서 “아파트 앞은 사생활 영역이니 촬영 제한을 바란다는 공문을 언론사에 보냈는데 기자는 계속 뻗치기를 하겠다고 한다”는 글을 남겼다. 출근을 방해하는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집에서 대기하며 일을 보겠다고도 했다.
 

집 앞 기자 사진 화풀이식 공개
비판한 한동훈 세 번째 보복 좌천

기자가 현안을 물어보기 위해 장관 집 앞에 찾아가 기다리는 것은 취재의 기본이다. 더구나 추 장관은 당 대표까지 지낸 정치인 출신이고, 내놓는 말마다 논란을 일으켜 온 장본인 아닌가. 출근길 사진조차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처사는 지극히 감정적 대응이다. 또 기자 모습을 공개한 것은, 너도 당해 보라는 보복성 ‘좌표 찍기’로밖에 볼 수 없다. 예상대로 글을 올린 지 얼마 안 돼 해당 기자 신상을 묻는 질문과 인신 공격성 댓글이 쏟아졌다.
 
추 장관의 감정적 대응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회에서 아들의 휴가 미복귀 의혹을 묻는 야당 의원에게 “소설 쓰시네”라며 비아냥댔다. 그 소설이 사실로 확인되자 잠시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거짓말 논란이 더 커지자 결국 “소설로 끝나는 게 아니고 장편소설을 쓰려고 하나”며 다시 발끈했다.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추 장관은 옵티머스의 로비 정황이 담긴 ‘펀드 하자 치유 관련’ 문건에 대해 “허위 문건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를 석 달 전에 확보하고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논란이 커지자 이제 막 검사 9명을 수사팀에 충원했다. 그런데 이들이 다 합류하기도 전에 문건이 거짓이라고 선을 긋는 것은 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주겠다는 것인가.
 
지난 14일에는 법무부가 한동훈 검사장 출근지를 경기도 용인의 법무연수원 분원에서 충북 진천의 본원으로 변경했다. 그는 하루 전 언론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추 장관이 전가의 보도처럼 강조했던 피의사실 공표금지 원칙이 왜 채널A 사건에서는 깡그리 무시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던 한 검사장은 올 1월 부산고검 차장으로 좌천당했다. 6월 말에는 채널A 기자의 취재와 관련한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 연루돼 직무배제됐고, 법무연수원으로 발령받았다. 1년도 안 돼 세 번씩 좌천 인사를 당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추 장관이 자신을 비판한 한 검사장에 대해 보복 인사를 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하는 말, 벌이는 일마다 스스로 분을 참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추 장관이 법무부 장관직을 계속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엄중한 상황에 기자가 찾아오는 것이 기분 나쁘다며 출근하지 않겠다는 추 장관을 지켜보는 국민은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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