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족과 오붓하게, 코로나 시대 단풍산행법

중앙일보 2020.10.16 00:03 종합 21면 지면보기

최승표의 여행의 기술

설악산 대청봉 오르는 길, 서북능선에서 만난 장관. 국립수목원은 이번 주말께 설악산 단풍이 절정에 이를 것이라고 예보했다. 산 면적의 80%가 단풍으로 물든다는 뜻이다. [중앙포토]

설악산 대청봉 오르는 길, 서북능선에서 만난 장관. 국립수목원은 이번 주말께 설악산 단풍이 절정에 이를 것이라고 예보했다. 산 면적의 80%가 단풍으로 물든다는 뜻이다. [중앙포토]

9월 26일 설악산에 첫 단풍이 들었다. 우리나라가 가을에 들어섰다는 뜻이다. 첫 단풍은 산 면적의 20%가 단풍이 들었을 때를 이른다. 국립수목원은 이달 17일 설악산 단풍이, 26일엔 내장산 단풍이 절정에 이를 것으로 예보했다. 단풍 절정은 산의 80%가 단풍으로 덮였을 때를 가리킨다. ‘산린이(등산 초보)’를 위한 단풍 산행의 기술을 준비했다. 방심하다간 적기를 놓친다. 단풍은 시속 830m 속도로 남하한다. 하루 20~25㎞ 속도다.
  

산악회 단풍놀이 ‘금지령’ 

가장 쉬운 단풍 산행은 여행사나 산악회를 이용하는 것이다.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국립공원공단이 단체 산행 자제를 권고하며 강도 높은 조치에 나섰다. 17일부터 11월 15일까지 대형 버스의 국립공원 주차를 금지했다. 설악산 울산바위, 지리산 바래봉 정상 등 폐쇄한 코스도 많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가을 단체산행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그러니 올가을 단풍 산행은 가족, 친구와 소박하게 다녀오자.
 
코로나19 걱정에 산행이 꺼려진다면, 방구석에서 단풍을 감상하시라. 유튜브 채널 ‘국립공원TV’가 오는 20일 설악산, 25일 오대산, 30일 내장산의 단풍을 담은 영상을 공개한다.
내장산은 이달 26일께 단풍 절정기에 접어들 전망이다. 연못에 비친 백양사 쌍계루와 단풍. [중앙포토]

내장산은 이달 26일께 단풍 절정기에 접어들 전망이다. 연못에 비친 백양사 쌍계루와 단풍. [중앙포토]

 
당장 눈부신 단풍을 보고 싶다면 설악산이나 오대산, 지리산으로 달려가면 된다. 같은 설악산이라 해도 등산 고수와 산린이가 갈 수 있는 코스가 다르다. 고수는 해종일 걷는 대청봉이나 공룡 능선 코스를 도전한다. 등산과 담을 쌓은 사람은 속초 쪽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권금성에 오를 수 있겠다. 외설악보다는 내설악 쪽 단풍이 낫다는 사람이 많다. 산린이에게는 2시간 남짓 걷는 주전골 코스를 추천한다. 단풍은 산 정상부보다 물 많은 계곡이 더 예쁘다. 계곡이 일교차가 커서 단풍 색깔이 진하다.
 
남쪽까지 단풍이 내려가길 기다리는 것도 괜찮다. 케이블카를 타고 편하게 다녀올 수 있는 내장산 내장사, 평지처럼 걷기 편한 선운산 선운사가 무난한 코스다. 때깔로는 설악산 단풍에 뒤지지 않는다. 11월은 돼야 한다.
  

기능성 의류 필수 

다음은 단풍 산행 장비. 서울 남산(262m)이나 아차산(287m)처럼 낮은 산은 가벼운 차림으로 나서도 된다. 그러나 3시간 넘게 걸리는 본격 산행은 준비할 게 많다. 요즘 유행하는 레깅스나 트레이닝복을 입고 운동화 신고 단풍 산행에 나서겠다면 말린다. 등산 사고가 10월에 가장 많이 일어난다. 수북한 낙엽과 나뒹구는 도토리 열매 때문에 바닥이 미끄럽다.
 
기온이 떨어질 것을 대비해 여벌의 보온 의류를 챙기고, 바닥 접지력 좋고 발목 잡아주는 등산화를 신길 권한다. 땀 배출이 잘 되고 바람을 막아주는 기능성 의류도 필수다. 등산 스틱을 쓰면 무릎과 발목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다.
 
단풍 사진은 단순하게 찍는 것도 좋다. 단풍잎 사이로 언뜻 비치는 푸른 하늘을 함께 담은 사진. [중앙포토]

단풍 사진은 단순하게 찍는 것도 좋다. 단풍잎 사이로 언뜻 비치는 푸른 하늘을 함께 담은 사진. [중앙포토]

단풍 물든 산은 대충 찍어도 그림이 나올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멋진 단풍 사진을 건지려면 타이밍이 중요하다. 태양이 머리 위에 있는 대낮보다 빛의 밀도가 깊은 이른 아침이나 오후 5~6시가 좋다. 햇볕이 피사체에 정면으로 내리는 순광보다는 측광이나 역광을 이용하면 훨씬 입체적인 단풍 사진을 건질 수 있다.
 
무턱대고 셔터를 누르기 전에 고민하자. 풍성한 단풍 군락을 앵글에 담을지, 나무 한 그루나 잎사귀 몇 개만 클로즈업해서 찍을지. 주연과 조연이 불분명한 사진은 밋밋하다. 물가에 비친 반영 사진도 도전해보자. 낙엽 쌓인 계곡에서는 삼각대를 설치하고, 셔터 속도 15분의 1초 이하로 장노출 촬영을 하면 색다른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