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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6시간 일하는 동네수퍼 사장님, ‘칼퇴' 기회 잡았다

중앙일보 2020.10.15 16:59
무인 수퍼 출입 인증을 하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뉴시스

무인 수퍼 출입 인증을 하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뉴시스

서울 사당동에 있는 형제슈퍼(나들가게 형제점)는 열흘 전부터 24시간 영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자정을 지난 시간에 손님이 이 가게를 찾아가면 주인도 점원도 없다. 자정부터 오전 9시까지는 무인점포로 운영되는 곳이어서다.
 
이 시간 동안 찾아온 손님은 가게 문 앞에 있는 기기에 신용카드를 대고 문을 열 수 있다. 일종의 본인 인증이다. 그렇게 들어선 가게엔 사람은 없지만, 폐쇄회로(CC)TV가 8개 각도로 촬영 중이다. 손님도 이를 볼 수 있도록 8개 화면이 계산대 위에 걸려있다. 혹시라도 나쁜 마음을 먹지 못하게 하는 장치다.
 
물건을 고른 손님은 계산대에서 바코드를 스스로 입력하고 가게에 들어올 때 댔던 카드로 결제하면 된다. 단 청소년 보호를 위해 심야 무인 운영 시간엔 술ㆍ담배는 결제가 되지 않아 살 수 없다. 
셀프 계산으로 물품 구입하는 박영선 장관. 연합뉴스

셀프 계산으로 물품 구입하는 박영선 장관. 연합뉴스

가게 새 단장을 포함해 7000만원을 들여 이 시스템을 도입한 이 수퍼엔 무인운영 시간 동안 매일 약 10명의 손님이 찾아온다고 한다. 26명의 손님을 받은 날도 있었다. 사람 없이도 그만큼 매출이 오른 것이다. 이 가게 주인 최제형(60)씨는 “아직 불편하다고 느낀 적은 없다”며 “좀 더 운영을 해보고 앞으로는 부인과 저녁 있는 삶도 즐기고, 일요일엔 무인 운영 상태로 해둔 뒤 놀러 가는 일도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가게는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지원한 ‘스마트슈퍼 육성’사업의 1호 점포다. 중기부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등의 형태가 아닌 동네수퍼는 전국 5만2000곳이 있다. 이들 가게의 평균 운영시간은 16시간25분(오전 7시23분 ~ 오후 11시48분)으로 조사됐다.
 
사실상 여가 시간이 없다는 뜻이다. 이날 형제슈퍼의 개점 행사장을 찾은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하루종일 가족들이 돌아가면서 가게를 봐야 하는 형태인 이런 상점에 무인 체계가 갖춰지면, 사장님들이 주말ㆍ저녁에 여가를 즐길 기회가 생길 것”이라며 “대형 수퍼마켓과의 경쟁도 수월해지기 때문에 소상공인 보호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한화테크윈이 개발한 자동계산대. 사진 한화테크윈

한화테크윈이 개발한 자동계산대. 사진 한화테크윈

중기부는 내년까지 이같은 무인 운영 동네 수퍼를 80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가게 리모델링과 무인 운영 장치를 도입하는 데 필요한 돈은 5000만원까지 연 0.9%의 금리로 빌려준다. 돈이 더 필요하면 최대 1억원 상당의 보증을 정부가 해주기로 했다.
 
정부는 안면인식 기술 등이 무인 결제 시스템에 도입되면 심야시간 성인을 대상으로 술ㆍ담배 판매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엔 민간 배달앱과 연계한 배송 서비스도 이 같은 동네수퍼에 도입할 계획이다. 박 장관은 “소상공인 디지털화는 곧 국가 경쟁력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화테크윈도 셀프계산대보다 발전된 형태인 자동계산대를 개발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손님이 일일이 상품 바코드를 찍을 필요 없이, 벨트 위에 상품을 올려놓으면 기기가 자동으로 구입 목록과 결제금액을 계산해 보여주는 형식이다. 한화테크윈 등은 무인계산대의 세계 시장 규모가 35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연평균 성장률도 9%에 달한다. 이 회사는 “유통 업계가 효율적인 매장 운영과 24시간 운영을 확대하려 한다는 점을 고려해 이번 사업 진출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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