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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은 신형 ICBM 공개했는데···北미사일, 안 쏘면 괜찮다는 美

중앙일보 2020.10.15 15:42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14일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AFP=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14일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AFP=연합뉴스]

 
"북한이 지난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을 한 횟수는 '제로(zero)'였다. 그 전해도 마찬가지였다."

북 열병식서 신형 ICBM 공개했는데
美 대북 외교가 위협을 줄였나 묻자
폼페이오 "북, 시험 발사 안 해
…미국에 대한 위험은 확실히 줄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14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기자들에게 한 발언이다. 북한이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ICBM이 미국에 위협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신형 ICBM을 개발했지만 쏘지 않았으니 아직 위협은 아니란 얘기다. 북한의 열병식 장면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불같이 화를 냈다는 현지 보도와는 결이 달랐다.  
 
이날 국무부 브리핑에선 북한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그중 핵심은 "여전히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외교가 북한의 위협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고 확신하느냐"는 것이었다. 폼페이오는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그렇다"고 말했다. 마치 답은 정해져 있었다는 듯 조금도 지체하지 않은 대답에 기자들과 배석한 당국자들 사이에선 실소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폼페이오 장관 역시 멋쩍은 듯 따라 웃었다. 
 
그는 "우리도 (군사) 행진에 나온 요소들을 봤다"면서 "한 국가가 미사일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 그것이 실제로 기능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미사일 시험이라는 것을 아는 게 중요하다"고 재강조했다.
 
슬쩍 화살을 중국으로 돌리기도 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은 지난해 전 세계 모든 국가가 한 미사일 시험 총합보다 더 많은 시험을 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폼페이오의 이런 입장이 실제 북한 미사일의 위협이 크지 않다고 봐서 나온 건 아닐테다. 그보다는 북한발 악재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영향을 주는 걸 차단하기 위한 메시지의 성격이 짙다. 그렇지 않아도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물론 존 볼턴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 등 전직 측근까지 트럼프의 대북 접근법을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맞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래도 자기였으니 이만큼이나마 북한을 자제시키고 전쟁위험을 줄일 수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현지에선 북한의 신형 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미 본토를 향한 위협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와 함께 트럼프식 북핵 대응의 한계를 부각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레드라인'만 넘지 않으면, 단거리 미사일 등은 크게 문제 삼지 않겠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북한이 소형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자 "단거리 미사일은 신뢰 위반이 아니다", "단거리 미사일들은 매우 일반적인 것(very standard stuff)"이라고 말했다. 7월에는 "북한은 작은 미사일 시험만 해왔다"면서 "전혀 언짢지 않다"고 의미를 축소했다.
 
그사이 북한은 핵과 미사일 능력을 키웠다. 전날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 노력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정권이 핵미사일과 무기 증강에 여념이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면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핵무기와 미사일로 인한 세계적 위협은 더욱 커졌다"고 논평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비핵화 전략이 역설적으로 북한에 무기 개발 능력을 키울 시간을 벌어줬다는 것이다. 
  
이런 지적을 의식한 듯 폼페이오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싱가포르 북미 정상 간) 합의나 (양국 간) 이해는 비록 북한에서의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시인하면서도 "이전 정부가 갔던 길을 계속 갔더라면 겪었을 상황보다 미국에 대한 위험은 확실히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에 대한 위협이 줄었다는 폼페이오의 설명을 받아들인다고 치자. 하지만 '미국' 대신 '한반도나 동북아'를 넣어도 같은 주장이 성립할까. 
  
이 대목에서 2017년 북한이 첫 ICBM을 발사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측근들에 했다는 말이 떠올랐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방송에 나와 전한 트럼프의 당시 발언은 이랬다. 
 
"(김정은을) 저지하기 위해 전쟁이 일어난다면 저쪽(한반도)에서 있을 것이다. 수천 명이 죽으면 저쪽에서 죽게 되지 여기서 죽지는 않을 것이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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