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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58살 노후헬기가 산불 진화에? 작년만 77번 출동했다

중앙일보 2020.10.15 14:00
지난 3월 울산시 울주군 회야댐에 헬기 한 대가 추락했다. 사고 직후 기장은 헬기 밖으로 튕겨 나가 절벽에 있는 나무에 걸려 구조됐으나, 동승하고 있던 부기장이 탈출하지 못하고 사망했다. 
 
사고 헬기는 울산시와 울주군이 민간업체에서 임차해 산불 진화 작업에 투입된 ‘벨 214B-1’ 기종이었다. 1978년 미국에서 제조돼 기령(機齡·항공기의 나이) 42년이었다. 정부는 제작한 지 20년이 넘은 항공기는 ‘경년(經年) 항공기’로 분류해 특별 관리하는데, 이 기준보다 두 배 이상 오래된 헬기였다.
 
지난 3월 19일 오후 울산 울주군 청량읍 회야댐 인근에서 산불 진화작업을 펴던 울산소방본부의 민간 임차헬기가 추락하는 사고가 나 기장은 구조됐으나 부기장은 사망했다. 사고 당시 헬기의 기령은 42년이었다. 송봉근 기자

지난 3월 19일 오후 울산 울주군 청량읍 회야댐 인근에서 산불 진화작업을 펴던 울산소방본부의 민간 임차헬기가 추락하는 사고가 나 기장은 구조됐으나 부기장은 사망했다. 사고 당시 헬기의 기령은 42년이었다. 송봉근 기자

 
이처럼 산불 진화 등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에서 민간 대여 업체에서 빌려 운영하는 현역 임차 헬기의 대다수가 제작된 지 20년이 넘은 노후 헬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맹성규 의원실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가 민간업체에서 임차한 헬기 68대의 평균 기령은 33.8년이다. 이 중에는 1962년 제작돼 58년 넘은 헬기도 있었다.
 
헬기가 오래되면 사고 발생률이 높아진다. 최근 5년간 발생한 지자체 임차 헬기의 사고는 모두 4건이 발생해 4명이 숨졌다. 모두 제작된 지 20년이 넘은 노후 헬기의 추락 사고였다. 산불 발생 시 산림청 헬기보다 먼저 현장에 출동해 초동 진화를 담당하는 지자체 헬기에 사고가 집중된 이유다. 매년 국정감사에서 노후화 문제를 지적을 받아온 산림청 산불 진화 헬기의 평균 기령은 19.7년이다.  
 
강원도에서 임차한 1962년에 생산된 S-58HT기종 헬기. 맹성규 의원실 제공

강원도에서 임차한 1962년에 생산된 S-58HT기종 헬기. 맹성규 의원실 제공

 
강원도에선 1962년 미국에서 만들어진 헬기(S-58HT)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 나이로 따지면 58살인데, 지난해에만 77회 출동했다. 산림청 소속 헬기 평균 출동 횟수(48.4회)보다 두 배 잦은 운행 횟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노후 헬기의 사용이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연방항공국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만들어진 지 30년이 넘은 헬기는 14년 이하의 헬기에 비해 결함 발생 비율이 100배 높다. 한 항공기계 전문가는 “헬기는 진동이 강해 다른 항공기에 비해 기체가 더 빠르게 손상된다”며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맹성규 의원은 “산림청이 보유한 산불 진화 헬기만으로는 대형산불의 초기 진화를 비롯해 기후와 지형에 따라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산불에 대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헬기 사고는 치명적인 인명피해를 낳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지자체 임차 헬기 중 20년 이상 된 헬기의 경우 산림청이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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