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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한달 배낭여행 끝, 다시 가고픈 라오스 루앙프라방

중앙일보 2020.10.15 13:00

[더,오래] 조남대의 예순에 떠나는 배낭여행(30)

여행 30일 차, 파타야 주민들의 신앙심

오늘은 파타야를 떠나는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파타야에서 4박 5일을 보냈다. 이번 여행 기간 한 곳에서 제일 오랫동안 지낸 곳이다. 그렇다고 헛되이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 한 달간 배낭여행의 마지막을 좀 여유 있게 보낸 것이다.
 
여기 사람들은 맨발로 다니는 것이 일상화한 것 같다. 호텔 종업원도 맨발로 로비를 왔다 갔다 한다. 가정이나 호텔이나 관공서 등도 로비나 잘 보이는 곳에 조그만 사당 같은 것을 만들어 자기가 숭배하는 불상이나 신상을 안치해 놓고 아침마다 향을 피우고 물이나 음식, 과일, 꽃 등을 가져다 놓고 기도를 한다. 안마시술소 종업원도 문 입구에 조그마한 쟁반 같은 것에 음식과 음료수 등을 얹어 놓고 향을 피운 후 쪼그리고 앉아 기도한다.
 
호텔이나 관공서 또는 가게 앞에 재단을 차려놓고 기도하는 곳. [사진 조남대]

호텔이나 관공서 또는 가게 앞에 재단을 차려놓고 기도하는 곳. [사진 조남대]

 
파타야는 치과 등 병원과 약국도 많다. 계획도시라 도로가 일직선으로 되어있으며, 바닷가는 호텔과 상가 등이 있고 그 안쪽은 주택가인데, 여기도  술집과 안마시술소 등이 많다.
 
파타야는 방콕에서 동남쪽으로 145km 떨어진 촌부리주의 휴양지다. 40년 전만 해도 작은 어촌이었으나 베트남 전쟁 때 병사들이 휴가를 즐기러 오기 시작하면서 아시아의 대표적인 휴양지로 발전하게 되었다. 현지 주민은 20만 명이나, 외국인 등 유동인구는 100만 명이나 되고, 호텔이 700여 개나 된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해양스포츠 해변이 있고, 유럽에서는 노인의 천국으로 불린다. 완벽에 가까운 의료시설과 클럽 및 레스토랑이 잘 갖춰진 예술 문화의 도시이며, 놀이동산·자연농원· 동물원 등 즐길 곳이 즐비하다. 반경 1시간 이내에 20여 군데에 골프장이 있고, 안마·테라피·스파 숍도 무수히 많다. 파타야를 별빛이 쏟아지는 곳이라고 불리기도 하며, 이 세상에서 가장 열정적인 도시로 알려져 있다.
 

수완나품 공항으로

3시 40분 1300밧을 주고 빌린 승합차가 호텔로 와서 공항으로 출발했다. 이제 서울을 향해 떠나는 것이다. 방콕 수완나품 공항까지는 120km로 1시간 20분 정도 소요된다.
 
한 달 동안 아무 사고 없이 여행을 잘하다 집으로 돌아가게 되어 너무나 다행이다. 처음 출발할 때는 참 길어 보였었는데 벌써 마지막 날이 되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과연 해낼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였었는데 이런 우려를 떨쳐버리고 무사히 마친 것이다.
 
이렇게 배낭여행을 잘 마무리한 것은 우리 여행팀의 리더인 양 팀장의 활약과 노고가 컸으며, 또한 각자가 제 역할을 잘 해주었고 서로 협조함으로써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생각된다. 우리를 태운 차량은 쭉 곧은 고속도로를 시원하게 달린다. 피곤했던지 모두 고개를 숙이고 잠이 들었다.
 
수완나품 공항에 설치된 용 모형의 조형물.

수완나품 공항에 설치된 용 모형의 조형물.

 
한 달 동안 비워 두었던 집이 그리워진다. 이곳저곳 여행지를 옮겨 다니며 자던 잠도 오늘 밤만 비행기에서 지내면 나를 기다리는 침대 곁으로 갈 수 있다. 나는 여행이 체질인 것 같다. 한 달 동안 동남아 4개국의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지냈지만, 음식이 맞지 않아 밥을 먹지 못한 적도 없었으며, 힘들거나 피곤하여 조금 쉬었으면 좋겠다고 느낀 적도 없다. 강행군해 조금 피곤하더라도 하룻밤 자고 나면 개운해진다. 그러면 또 체력이 보강되어 어디로 갈까? 어떤 멋진 곳을 구경할지 눈이 반짝거린다.
 
우리를 태운 승용차는 막힘없이 달린다. 방콕 부근에 오자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는 왕복 8차선으로 넓어졌다. 공항 부근 톨게이트는 하이패스가 없이 수작업으로 하니 느리다. 우리 차량은 통행료가 105밧이다.
 
한 달 동안 재미있게 여행을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허벅지 골절로 절뚝거리던 왼쪽 다리가 거의 정상적인 모습으로 회복되었다. 아직도 계단을 오르내릴 때나 좀 빨리 다니거나 할 때는 불편한 점이 있지만, 평지를 걸을 때는 거의 표시가 나지 않는다. 이번 여행에서 얻은 또 다른 큰 수확이다.
 
5시 10분에 수완나품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저녁 10시 20분 발 이스트 항공이니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 한참을 기다리기 위해서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이 많아 겨우 자리를 잡아 커피와 음료를 마시며 휴식을 취했다. 이 공항은 아랍인이 많은지 모슬렘 기도실을 따로 만들어 놓은 것이 특이하다. 한참을 쉬다 7시 50분 체크인을 시작해 들어갔다.
 
수안나품 공항은 그동안 다닌 아시아의 다른 공항에 비하면 훨씬 크지만, 인천공항과 비교하면 턱없이 작고 촌스럽다. 규모가 작아 모든 처리가 간단하고 쉽다. 우리의 인천공항을 생각하면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에 새삼 자부심을 느낀다.
 
여행 기간에 사용하고 남은 태국 지폐로 공항에서 열대 과일 건조한 것을 구입하여 나누어 먹었다. 예정시각보다 40분 늦은 밤 11시에 비행기는 이륙했다. 비행시간은 4시간 50분 소요된다. 저가 항공인 관계로 기내식과 신문 등 어떤 서비스도 없다. 
 

다시 일상으로 

우리를 태운 비행기는 방콕 수안나품공항을 이륙한 후 5시간을 비행해 새벽 6시에 인천공항에 무사히 착륙했다. 좁은 좌석에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좀 피곤하다. 야간버스를 타고 미얀마 낭쉐에서 바간까지 8시간 버스를 탄 것보다 더 피곤한 것 같다. 하여튼 30일간의 동남아시아 4개국 배낭여행을 무사히 마쳤다. 다행이다. 모든 것이 감사하다.
 
퇴직 후 자동차로 한 달 동안 전국 일주 여행을 하고 제주도 한 달 살기를 마친 다음 『부부가 함께 떠나는 전국 자동차 여행』이라는 책을 출간한 후 내 인생이 크게 바뀌었듯이 이제 이번 여행을 계기로 나의 또 다른 인생이 펼쳐질 것이다. 기대된다.
 
모든 수속을 마친 후 일행과 깊은 포옹을 하고 헤어져 7시 25분에 공항버스에 올랐다. 날이 훤하다. 영하의 차가운 기온이 느껴진다. 이제야 한국에 돌아왔다는 것이 실감 난다. 몇 시간 전까지 방콕의 32℃ 무더운 날씨 속에 있다가 갑자기 36℃나 차이가 나는 영하 4℃라니 그래도 금방 적응이 된다. 짐을 찾아 화장실로 들어가 여행용 가방에서 출국할 때 쑤셔 놓았던 내복과 패딩으로 갈아입었다.
 
영종대교를 지나오면서 보이는 바닷물에는 살얼음이 끼어 있는 것 같았다. 동남아 4개국을 다니며 멋진 풍경과 오래된 사원과 파고다 등을 수없이 보았지만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는 우리 산하가 더 정감이 가고 푸근하다. 동쪽 하늘에서 떠오르는 붉은 해가 차 앞 유리를 통해 어서 오라고 나를 반긴다. 경쾌하게 달리던 공항버스가 올림픽대로로 접어들어 출근 차량과 합류하자 갑자기 속도가 느려진다.
 
양 팀장은 우리 여행 팀 카톡 방에 “무사히 여행을 마쳤네요. 모든 분 고맙습니다. 이번 여행을 계기로 더욱 활력 넘치는 생활을 하시기 바랍니다. 한 달이라는 시간을 함께함에 감사드리며 소중한 인연 이어 나가요”라는 문자를 보내왔다. 양 팀장 덕분에 환갑 지난 장년들의 배낭여행이 성사되고 또 성공적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고마울 뿐이다. 내가 『배낭여행은 처음이라서』라는 제목의 동남아 4개국 배낭 여행기를 쓸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다시 시계를 2시간 앞당겨 서울 시각으로 맞췄다. 동남아와 2시간의 시차를 원위치시켰다. 경희는 버스를 타고 오는 내내 잠에 취해 깨어나지 못한다. 좁은 비행기 안에서 잠자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출근하는 시민들이 두꺼운 패딩 외투에 마스크까지 한 모습을 보니 추운 겨울이라는 것을 이제야 실감이 난다. 1시간 30분이 걸려 9시에 집 앞에 내렸다.
 
집에서 3시간 정도 자고 난 다음 빨래를 하고 정리를 한 후 함께 여행 다녀온 일행들끼리 뒤풀이하기 위해 고속버스터미널 부근으로 나갔다. 뒤풀이 날짜는 여행 중에 정했는데 처음에는 1월 26일까지 여행을 하기로 했으나 여행 일정이 늘어나는 관계로 여행 마지막 날인 1월 31일인 도착하는 날 뒤풀이를 따로 하게 되었다.
 
양 팀장은 사정이 있어 나오지 못해 순희 씨와 함께 네 명이 만났다. 우리 3명은 끝까지 여행했지만 순희 씨는 어머님이 입원하는 관계로 중도에 귀국해 오랜만에 다시 만났다. 동남아 음식만 먹다가 우리 음식이 그리워 뼈다귀해장국과 함께 소주를 마시며 여행 기간에 있었던 이야기와 평가를 하였다. 
 

꿈꾸고 도전하자

파타야 해변 인근에 있는 센트럴 페스티벌에서 바라 본 파타야 해안 풍경.

파타야 해변 인근에 있는 센트럴 페스티벌에서 바라 본 파타야 해안 풍경.

 
우리는 젊은 사람처럼 치밀하게 사전에 계획을 세우지 않고, 숙소나 항공권 예약도 없이 가볍게 출국했다. 다섯 명이 함께 떠나니 ‘내가 아니라도 어떻게 되겠지’하는 심정으로 떠난 것이다.
 
그러나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모두 해결하고 처음 계획대로 한 달 동안 잘 지내다 돌아왔다. 떠나기 전부터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부딪히면 다 방법이 있다. 둘러가거나 비용이 좀 더 들어갈 뿐이다. 그러나 그런 경험을 통해 얻는 것은 훨씬 많다는 것을 알았다.
 
이번 여행을 통해 얻은 큰 교훈은 무슨 일이든 ‘꿈꾸고 도전하자’는 것이다. ‘꿈을 꾸고 도전하면 이루어진다’라는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다시 가고 싶은 곳을 꼽으라면 라오스 루앙프라방이다. 가장 아름답고 기억에 남는 곳은 미얀마 인레호수의 멋진 풍경과 호수에서 사는 사람들의 모습, 바간에서 보았던 일출과 형형색색의 열기구, 만달레이의 우베인 다리에서 본 일몰 등 수도 없다.
 
우리 다섯 명은 갖가지 달란트로 서로를 위하여 희생하고 아끼며 난관이 있을 때는 힘과 지혜를 모아 헤쳐 나갔다. 비가 오는데 경비 절약을 위해 여행용 가방을 끌고 두 시간 동안 숙소를 찾아 헤매던 일, 툭툭이 비용을 아낀다고 뜨거운 도로변에서 1시간 반 동안 이리저리 오가던 때는 화가 나기도 하고 무척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소중한 추억이다.
 
동남아여행에서는 바가지요금이 많아 식대 등을 계산할 때 꼼꼼히 항목별로 따져 보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동남아 4개국을 돌아보자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고마운지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더욱더 생겼다. 또 우리나라가 깨끗하고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곳인지를 새삼 알게 되었다.
 
우리는 이번 배낭여행의 경험을 살려 다음에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한 달 동안 러시아를 돌아볼 계획이다. 이 여행기를 끝까지 읽어 주신 독자분들께 감사드린다. 참고로 지금까지 연재한 이 글은 『배낭여행은 처음이라서』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으며, 북큐레이션 채널인 ‘캐치북’에서 ‘도전이 망설여지는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주는 책 5’ 로 선정되었음을 알려드린다.(끝)
 
동북아경제협력위원회 행정위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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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대 조남대 동북아경제협력위원회 행정위원장 필진

[조남대의 예순에 떠나는 배낭여행] 해외여행을 여러 번 해 본 사람들은 많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패키지여행을 다녀보면 빠듯한 일정으로 관광지를 옮겨 다니기에 바쁠 뿐, 시간이 지나면 남는 것이 별로 없다. 나이가 들어 은퇴하자 좀 느긋하게 여유를 갖고 내 마음대로 여행을 하고 싶어졌다. 그러려면 나 혼자나 몇 명이 배낭여행을 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영어 실력이 부족하고, 인터넷을 활용하여 검색하는 것도 서툴고, 순발력도 떨어진 데다 용기나 자신감도 없다. 주변에서 하면 된다는데 말처럼 쉽지 않다. 그러나 이번에 남자 3명 여자 2명 등 5명이 의기투합하여 한 달 일정으로 동남아 4개국 배낭여행을 떠났다. 과연 할 수 있는지, 어떤 난관이 기다리는지 함께 떠나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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