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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불 질러 관리인 숨지게 한 60대, 항소심서 형량 늘었다 왜

중앙일보 2020.10.15 11:41
지난해 12월 25일 오후 11시55분쯤 전북 전주시 동완산동 한 주택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60대 집 관리인이 숨졌다. 전주 완산경찰서는 같은 달 29일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이 집에 세 들어 살던 A씨(60)를 구속했다. 사진은 불에 탄 주택 내부.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5일 오후 11시55분쯤 전북 전주시 동완산동 한 주택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60대 집 관리인이 숨졌다. 전주 완산경찰서는 같은 달 29일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이 집에 세 들어 살던 A씨(60)를 구속했다. 사진은 불에 탄 주택 내부. 연합뉴스

집 불지른 뒤 흉기 들고 봉쇄

크리스마스 한밤중에 본인이 세 들어 살던 집에 불을 질러 집 관리인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60대 세입자가 항소심에서 형량이 늘었다. 재판부는 불을 지른 피고인이 문 앞에서 흉기를 들고 관리인이 집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막은 점을 들며 '잔혹한 범행 수법'을 양형에 반영했다.
 

문 앞서 흉기 들고 못 나오게 막아
재판부 "잔혹한 범행 수법 반영"

변호인 "알코올중독·조현병탓" 주장
재판부 "심신미약 아냐…살해 의도"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형사1부(부장 김성주)는 15일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구속기소 된 A씨(60)의 항소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5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2월 25일 오후 11시55분쯤 전북 전주시 동완산동 자신이 세 들어 살던 집에 불을 질러 집 관리인 B씨(사망 당시 61세·여)를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재판부는 "원심은 대법원 양형 위원회의 양형 기준을 적용하면서 권고 형량 범위를 '현주건조물 등 방화치사'의 기본 영역에 해당하는 것으로 봤으나 '잔혹한 범행 수법'을 특별 가중 요소로 참작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방에 불을 지르고 문 앞에서 흉기를 들고 피해자가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막아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범행 수법이 잔혹하고 죄질이 불량한 데다 피해 복구 노력도 다하지 않았다"고 했다.
 
 조사 결과 A씨가 불을 지른 집은 10평(33㎡)도 안 되는 1층짜리 오래된 주택이었다. 세 가구가 살았는데 나머지 한 세입자는 지인을 만나기 위해 집을 비워 참변을 피했다. 
 
 A씨는 2018년 5월부터 월세 25만원을 내며 이 집에서 살았다. A씨와 B씨 모두 기초생활수급자로 매달 60만원 정도의 생계급여를 받으며 생활해 왔다. A씨는 사건 당시 석 달 치 월세(75만원)를 밀렸던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12월 25일 오후 11시55분쯤 전북 전주시 동완산동 한 주택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60대 집 관리인이 숨졌다. 전주 완산경찰서는 같은 달 29일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이 집에 세 들어 살던 A씨(60)를 구속했다. 사진은 불에 탄 주택 내부.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5일 오후 11시55분쯤 전북 전주시 동완산동 한 주택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60대 집 관리인이 숨졌다. 전주 완산경찰서는 같은 달 29일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이 집에 세 들어 살던 A씨(60)를 구속했다. 사진은 불에 탄 주택 내부. 연합뉴스

 A씨는 사건 당일 라이터를 이용해 천 조각에 불을 붙여 B씨 방 앞에 둔 것으로 조사됐다. 집이 낡은 데다 문과 창틀 등이 나무로 만들어져 불은 삽시간에 번졌다.
 
 B씨는 A씨가 흉기를 든 채 "나오면 죽이겠다"며 문 앞을 막고 서 있어서 방 밖으로 빠져나올 수 없었다. A씨는 불길이 집 전체를 뒤덮은 뒤에야 현장을 벗어났다.
 
 A씨는 경찰에서 "나는 월세를 다 줬다고 생각했는데 B씨가 '밀린 월세를 내라'고 다시 독촉했다. (범행 당일) B씨가 외출했다가 집에 들어와 내가 '얘기 좀 하자'고 했는데 문을 '쾅' 닫고 방에 들어가 순간적으로 화가 나 불을 질렀다"고 말했다.
 
 A씨는 법정에서 알코올 중독과 조현병 치료 이력을 들며 심신 미약을 주장했다. 하지만 1·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건 경위나 피해자와의 관계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점 ▶충동적이 아니라 피해자를 살해할 의도를 가지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 ▶CCTV가 없는 이면도로를 통해 도주한 점 ▶수사관과 정상적인 대화를 나눈 점 등을 토대로 심신 미약을 인정하지 않았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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