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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쓰고 출산, 뭘해도 눈물이 나" 日 산후우울증이 는다

중앙일보 2020.10.15 11:35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산후 우울증을 호소하는 여성이 배 이상 늘었다는 조사가 나왔다. 주변으로부터 돌봄이 필요한 시기에 고립감이 더해져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분석에 기업들까지 나서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긴급조치 선언 후 "분만실에서 고독한 출산"
"출산후 가족면회 못해…뭘 해도 눈물만 흐른다"
급기야 기업들까지 나서 산후 우울증 대책 마련

도쿄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이 텅 빈 도로를 건너고 있다. [AP=연합뉴스]

도쿄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이 텅 빈 도로를 건너고 있다. [AP=연합뉴스]

15일 NHK에 따르면 마쓰시마 미도리 쓰쿠바대 교수팀이 이번 달 육아 관련 애플리케이션 회사와 함께 출산 1년 미만 산모 213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산후 우울증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24%에 달했다.
 
일본 산부인과 단체에선 세계보건기구(WHO)의 견해를 토대로 산모들의 산후 우울증 발병 가능성 비율을 통상 10%로 보고 있다. 최근 해당 증상이 2배 이상 늘어 산모 4명 중 1명꼴로 고통을 겪고 있다는 의미다.
 
NHK는 산모들이 코로나19 여파에 직격탄을 맞았다고 분석했다. 외출 제한으로 타인과 접촉 기회가 적어진 데다 정신적 문제를 호소하기 어려운 어머니로서의 지위가 이들을 더 힘들게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산후 우울증 가능성이 있는 산모 3분의 2가 자신이 위험한 상태에 있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타치바나 요시유키(立花良之) 국립성장연구센터 교수는 NHK에 “산모들은 ‘약한 소리를 하면 안 된다’라거나 ‘아기를 위해 힘을 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식으로 생각하곤 해 자신의 침체된 기분을 부정하는 경향이 있다”며 “주변 사람들이 도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사태가 선포된 지난 4월 일본 오사카부 오사카시 번화가의 한 음식점에 임시 휴업 안내문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사태가 선포된 지난 4월 일본 오사카부 오사카시 번화가의 한 음식점에 임시 휴업 안내문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NHK는 산후 우울증을 호소하는 도쿄 거주 30대 산모의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생후 5개월 딸을 키우고 있는 이 여성은 지난 5월 긴급사태 선언으로 인해 병원 분만실에서 마스크를 쓴 채 가족과 떨어져 출산해야만 했다.
 
출산 후에도 남편 등 가족들의 면회가 통제됐고, 병실 내 다른 산모들과 접촉도 자유롭지 않아 언제나 나 홀로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렸다고 한다. 집으로 돌아가서도 감염 우려 때문에 외출하지 못했고, 다른 부모들과 교류 역시 차단됐다. 해당 산모는 “아기와 단둘이 있으면 기분이 침울해지고, 뭘 해도 눈물이 나는 상황이었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상황에 각종 단체와 기업들이 지원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NHK는 전했다. 요코하마의 자원봉사단체 ‘길 위의 동반자’는 지난 7월부터 실내에서 진행되던 대면 상담 방식의 산모 지원을 실외 활동으로 바꿨다. 20여명의 산모를 모아 함께 장을 보고 산책을 하게 함으로써 교류의 장을 만들어주는 식이다.
 
요코하마은행과 치바은행은 비영리민간단체(NPO)인 ‘파더링 재팬’과 손잡고 온라인으로 ‘기업 내 부모 학급’을 열고 있다. NHK는 “남성의 육아 참여가 산모의 고립을 막는 ‘최후의 보루’라는 내용으로 강연이 진행된다”며 “기업들은 안정된 가정이 직원들의 업무 의욕을 높인다고 보고 이런 활동에 의의를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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