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더오래]꼼꼼한 일본의 치매 노인 돌봄 서비스

중앙일보 2020.10.15 08:00

[더,오래] 양은심의 도쿄에서 맨땅에 헤딩(49)

100세 시대.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정년퇴직 혹은 조기 퇴직해 부모를 모시는 사람도 있다. 부모는 자식이 책임져야 한다는 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 부모가 조부모를 모시는 걸 보고 자란 세대이기도 하다. 부모를 시설에 보내는 것에 죄책감을 느낀다. 자식에게 신세를 지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내 부모만큼은 내 손으로 돌보려 한다. 고령의 부모 또한 자식이 돌보는 걸 당연히 여기며 살아온 세대이다. 요양 시설은 어디까지나 자식이 없는 사람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80세까지 살면 장수라 하던 시대와는 상황이 다르다. 100세 시대. 부모가 80대면 돌보는 자식은 60대다. 손주와 노는 것도 힘이 드는데 고령에 몸이 불편한 어르신을 돌보는 것은 여간 힘든 게 아닐 것이다. 무리해 허리를 다쳤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돌보는 자식이 먼저 쓰러져 입원하는 상황이 종종 벌어진다. 남편을 돌보다 무리해 입원하는 부인 이야기도 듣는다.
 
100세 시대가 되면서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정년퇴직 혹은 조기 퇴직해 부모를 모시는 사람도 있다. 부모가 80대면 돌보는 자식은 60대다. [사진 pixabay]

100세 시대가 되면서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정년퇴직 혹은 조기 퇴직해 부모를 모시는 사람도 있다. 부모가 80대면 돌보는 자식은 60대다. [사진 pixabay]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일본에서 만 92세의 시부를 모시며 절실히 느끼는 것은, 사회적 돌봄 서비스의 도움이 크다는 것이다. 가능한 한 오래오래 집에서 모시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돌봄 서비스가 필요하다.
 
가벼운 치매 증상이 있는 시아버지는 ‘개호보험(介護保険)제도’의 돌봄 서비스를 받고 있다. 케어매니저, 요양사, 주간보호 센터가 관여한다. 케어매니저는 모든 사항을 통괄한다. 돌봄이 필요한 사람의 건강 상태와 성격에 맞춰 요양사와 주간보호 센터를 물색하여 제안한다. 요양사는 보호자가 의뢰한 서비스를, 주간보호 센터에서는 오락, 운동, 식사, 목욕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외에 건강의료보험으로 한 달에 두 번 의사의 왕진을 받는다.
 
이런 돌봄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구청 복지과의 ‘개호 심사’를 받아야 한다. 심사 등급에 맞춰 받을 수 있는 서비스 내용과 횟수가 달라지기 때문에, 등급이 정해지면 ‘개호 회의’를 연다. 케어매니저, 요양사, 주간보호 센터 담당자, 보호자가 모여 현재 상황을 점검하고 서비스와 일정을 조정한다.
 
우리 가족의 목표는 시아버지가 가능한 한 오래오래 혼자 화장실 출입을 할 수 있는 체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처음 서비스를 받기 시작했을 때는 화장실 출입이 힘든 시기였다. 다리의 근력이 떨어져 서 있을 수가 없었다. 다행히도 지금은 체력도 회복되었고 서비스를 받기 전보다 훨씬 건강해졌다. 대화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시아버지는 요양사들과 즐겁게 이야기를 한다. 가족과 이야기할 때와는 내용도 다를뿐더러 목소리 톤도 달라진다. 그리고 타인 앞이라서인지 씩씩해지기도 한다.
 
우리 가족은 요양사가 오면 일단 그 자리를 뜬다. 가족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시아버지 또한 가족이 없는 편이 훨씬 자유롭다. 물론 떨어져 있어도 목소리가 들리기 때문에 분위기는 알 수 있다. 돌봄에 있어서 궁금한 것은 서로가 질문하고 수정해 간다.
 
고령자를 모시는 일은 육체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부담이 크다. 그게 현실이다. 그 현실을 조금이라도 가볍게 해 줄 사회제도는 고령화 시대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사진 pixabay]

고령자를 모시는 일은 육체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부담이 크다. 그게 현실이다. 그 현실을 조금이라도 가볍게 해 줄 사회제도는 고령화 시대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사진 pixabay]

 
계약한 이외의 일은 절대 부탁하지 않는다. 가끔 요양사를 가정부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차 좀 끓여달라, 거기 좀 살짝만 치워달라는 등등. 그건 정말 실례라고 생각한다. 내 가족을 돌보는 게 힘들어서 요양사를 부탁한 거다. 내가 해야 할 일까지 해 달라고 해서는 말이 안 되지 않는가. 설사 돌보는 대상이 차를 마시고 싶다 해도 계약 내용에 없으면 가족이 준비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필요하다면 그 서비스까지 포함해 계약하고 그에 상응하는 요금을 지불하는 게 도리다. 친해졌다면 내가 차를 대접하는 일은 있어도 요양사에게 차를 끓이게 해서는 안 될 말이다. 우리 집의 경우 하루 30분 계약이기 때문에 차를 마실 시간도 없다.
 
요양사가 마음이 편해야 즐거운 마음으로 시아버지를 돌볼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래서 가능한 한 기분이 가벼워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현관 주변도 더 신경 써서 가꾼다. 주간보호센터에 갈 준비를 하고 현관 앞에서 기다리며, 꽃과 나무를 매개로 이야기를 나누고 웃음꽃이 피기도 한다.
 
돌봄 서비스 덕분에 시아버지는 체력을 되찾았고, 우리는 스트레스 없이 시아버지를 모실 수 있게 되었다. 큰 스트레스가 해결되면 소소한 문제는 감수하게 된다. 이런 것 정도야라고. 요양사는 나의 밝아진 표정에서도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서비스를 받기 시작했을 때 나는 걱정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고령자를 모시는 일은 육체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부담이 크다. 그게 현실이다. 그 현실을 조금이라도 가볍게 해 줄 사회제도는 고령화 시대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통감하고 있다.
 
치매가 심해 알아보지도 못하는데 만나러 갈 의미가 있는지 고민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되어버린 부모를 보는 게 힘들다는 것이다. 충분히 이해는 간다. 그러나 잠깐만 생각해 보자. 부모는 나를 몰라봐도 내가 부모를 알아본다.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한일출판번역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공유하기
양은심 양은심 한일자막번역가·작가 필진

[양은심의 도쿄에서 맨땅에 헤딩] 일본인과 결혼해 도쿄에 살림을 꾸린지 약 25년. 일본으로의 이주는 성공적이라고 자부한다. 한일자막 번역가이자 작가이며, 한 가정의 엄마이자 아내다. ‘한일 양국의 풀뿌리 외교관’이라는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한국보다도 더 비빌 언덕이 없는 일본에서 그 사회에 젖어 들고, 내 터전으로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연재한다.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과 같은 이야기가 독자의 삶에 힌트가 되기를 바란다.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