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옵티머스 캘 때마다 나오는 그녀, 36세 靑행정관 미스터리

중앙일보 2020.10.15 05:30
윤관석 국회 정무위원장(가운데)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금융위 국정감사에 앞서 김병욱 민주당 간사(왼쪽), 성일종 국민의힘 간사와 의견을 나누고 있다. 정무위는 13일 심야 이 모 전 청와대 행정관을 증인으로 채택하기로 결정했다. [연합뉴스]

윤관석 국회 정무위원장(가운데)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금융위 국정감사에 앞서 김병욱 민주당 간사(왼쪽), 성일종 국민의힘 간사와 의견을 나누고 있다. 정무위는 13일 심야 이 모 전 청와대 행정관을 증인으로 채택하기로 결정했다. [연합뉴스]

옵티머스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되는 이모(36)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이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의 증인으로 채택된 이유는 무엇일까.
 
국회 정무위의 23일 종합감사 증인 채택을 두고 정치권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휴가 특혜 의혹, 북한의 민간인 사살 후 시신 훼손 사건 등에 공방이 치열한 이슈에 관한 증인 채택을 여당이 대부분 거부한 상황에서, 이 전 행정관만 이례적으로 증인으로 전격 채택됐기 때문이다.
 
이 전 행정관은 옵티머스 사내이사 윤모 변호사(구속)의 배우자로, 옵티머스 지분 9.8%를 보유했고, 옵티머스의 자금세탁용 페이퍼컴퍼니로 지목된 셉틸리언의 대주주(50% 지분)이기도 하다. 이 전 행정관이 과거 비상임이사를 지낸 농어촌공사는 지난 1월 사내근로복지기금 30억원을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봤다. 국민의힘에서 “권력형 비리를 입증할 고리”라고 지목하는 이유다. 
 
14일 중앙일보의 취재 결과, 이 전 행정관의 증인 채택은 전날 국회 정무위 여야 간사 심야 회동에서 전격 결정됐다. 국민의힘은 이 전 행정관 외에도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 회장들을 증인으로 요구했다. 민주당 의원 가운데에선 기업 CEO의 출석을 요구한 경우도 있었다. 통상적으로 국정감사 증인 채택 협상은 여야가 서로 만든 신청 명단에서 하나씩 동시에 지워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정무위 소속 한 야당 보좌관은 “이 전 행정관에 앞서, 정부 정책과 관련이 많은 금융지주사 회장을 빼는데 민주당이 주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하지만 앞서 민주당은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채동욱 전 검찰총장, 양호 전 나라은행장, 윤모 셉틸리언 전 이사 등 야당이 신청한 옵티머스 관련 증인 채택을 정무위에서 모두 거부했다. “이 전 행정관은 국정감사에 나와도 문제, 불출석해도 문제다. 증인 채택은 일종의 사고로 보인다”(민주당 정무위 관계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또 다른 민주당 정무위 소속 보좌관은 “야당 신청 증인을 워낙 많이 거부한 상황에서, 최근 의혹이 집중되는 이 전 행정관까지 거절하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봤다.  
 
이 전 행정관이 ‘깃털’에 불과하다는 판단이 야당의 증인 신청을 수용하는 배경이 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 핵심 의원은 “20여명이 명기됐다는 리스트는 옵티머스 연루자들이 주장하는 로비 리스트에 불과하다”고 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도 “이 전 행정관을 자체 조사한 결과, 남편이 연관됐을 뿐 본인의 직접 연관성은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은 23일 정무위 종합 국감을 격전장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전 행정관은 현 정권 청와대에서 일했기 때문에 이 사건의 핵심 인사”라며 “옵티머스 지분을 보유한 채 어떻게 청와대에 들어갔는지 밝힐 것”이라고 했다.
 
윤 모 변호사(옵티머스 사내이사·구속기소)가 지난 7월 당시 서울 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윤 변호사는 지난 4월 사태가 불거지자 경영진에 "청와대에 있는 아내(이 전 행정관)에게 얘기해서 사태를 막아보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연합뉴스]

윤 모 변호사(옵티머스 사내이사·구속기소)가 지난 7월 당시 서울 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윤 변호사는 지난 4월 사태가 불거지자 경영진에 "청와대에 있는 아내(이 전 행정관)에게 얘기해서 사태를 막아보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연합뉴스]

 
30대 변호사 치고는 이례적인 이 전 행정관의 넓은 활동 반경 자체가 우선 쟁점이다. 이 전 행정관은 2012년에 개업해 비교적 경력이 짧지만, 여권 곳곳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 전 행정관은 ‘국정원 셀프 감금사건’ 변호인(2014년 6월~2018년 3월), 서울시 법률고문(2017년 10월~작년 10월)과 국가정보원 법률고문(2018년 2월~작년 10월) 등 이력을 쌓은 뒤 청와대에 입성했다. 
 
옵티머스 사건 연루 의혹 이모 전 청와대 행정관은 누구. 그래픽=차준홍 기자

옵티머스 사건 연루 의혹 이모 전 청와대 행정관은 누구. 그래픽=차준홍 기자

 
국정원 셀프 감금사건 피고인이던 이종걸 전 민주당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주심 변호를 맡았던 이광철 변호사(현 청와대 민정비서관)가 이 전 행정관을 보조변호사로 썼고 이 전 행정관은 주도적인 역할은 아니었던 거로 안다”며 “누가 그를 변호인단에 포함시켰는지는 잘 모른다”고 했다. 당시 직접 관여한 한 인사는 “국정원 여직원이 연루된 사안이라 여성 변호사가 필요한 상황에서 뽑힌 것”이라며 “자세한 사안은 당이 안다”고 귀띔했다. 
 
그렇다고 민주당과 관련해 두드러진 역할을 해 온 것도 아니다. 2015년 10월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당 대표 시절 이 전 행정관은 당무감사위원으로 김조원 당무감사원장(전 민정수석)과 함께 일했지만 이후엔 당과 관련한 일을 맡지 않았다. 한 당직자는 “이 전 행정관의 이름은 옵티머스 사건이 불거진 후 처음 들었다”고 했다. 서울시 요직을 거친 민주당 의원은 “이 전 행정관 이름은 물론 남편인 윤 변호사 이름도 들은 적이 없어서 누가 추천했는지 모른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에 소재한 옵티머스 자산운용 사무실이 굳게 닫혀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3일 증원 지시를 내리면서 옵티머스 사건 전담수사팀은 검사 18명으로 확대됐다. [중앙포토]

서울 강남구에 소재한 옵티머스 자산운용 사무실이 굳게 닫혀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3일 증원 지시를 내리면서 옵티머스 사건 전담수사팀은 검사 18명으로 확대됐다. [중앙포토]

 
여러 여권 인사들과 너른 관계를 구축한 건 아니지만 정권 핵심 인사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시선이 민주당 내에도 있다. 서울시 사정에 밝은 민주당 의원은 “당 요청에 따라 영입된 케이스라면 서울시 정무수석실을 거쳤을 텐데 그런 적 없었다. 개인적인 ‘끈’이 있었단 얘기”라고 했다. 청와대 사정을 잘 아는 여권 인사는 “이 전 행정관이 들어오자 내부서도 ‘대체 누구 라인이냐’는 말이 나왔다”며 “한양대 출신인 남편의 인맥이 작용했을 거라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라고 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