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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매물 나오면 바로 연락달라" 강남 4채중 1채 외지인 샀다

중앙일보 2020.10.15 05:00
 
정부의 고강도 규제에 서울의 아파트 거래는 급감했지만, 강남권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 신고가 기록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스1.

정부의 고강도 규제에 서울의 아파트 거래는 급감했지만, 강남권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 신고가 기록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스1.

'똘똘한 한 채'를 찾아 서울 강남의 주택 쇼핑에 나선 '지방 큰 손'의 비중이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3차례에 이르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도 '서울 집값, 특히 강남의 집값은 내려가지 않는다'는 시장의 인식이 전국으로 확산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14일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중앙일보에 제공한 ‘최근 5년(2016~2020년 8월 신고일 기준)간 강남 3구 주택 매입자의 거주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연초 이후 8월까지 서울 서초ㆍ강남ㆍ송파구에서 거래된 1만5311채 중 4119채(26.9%)는 서울에 거주하지 않는 외지인이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지인의 매매 비중은 2016년(18.8%)보다 8%포인트 이상 늘어나며 최근 5년 내 가장 컸다.
 
외지인은 '강남 3구' 중에서도 강남구를 가장 선호했다. 올해 8월까지 강남구 전체 주택매매 거래(4140건)의 29%(2081채)는 서울 밖 외지인으로 집주인이 바뀌었다. 서울 강남구에서 거래된 주택 3채 중 1채꼴이다.
 
지역별로는 강남 집주인으로 입성한 외지인은 경기ㆍ인천(2482채) 거주자가 가장 많았다. 부산(134채)과 충남(119채), 충북(118채), 대구(116채), 경남(111채), 대전(101채) 등이 뒤를 이었다.
외지인의 강남3구 주택매매 비중.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외지인의 강남3구 주택매매 비중.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규제의 역효과, ‘강남 불패’ 인식 확산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23차례에 이르는 부동산 대책에도 강남 집값은 상승 곡선을 그렸다. 정부의 부동산 옥죄기가 본격화하자 오히려 '똘똘한 한 채'를 찾아 자금이 움직였기 때문이다. 강남 아파트를 겨냥한 정부의 규제가 ‘강남 불패’ 신화를 더 공고히 하는 역설을 낳고 있다.
 
이런 흐름에 불을 붙인 것은 6ㆍ17대책이다. 수도권을 넘어 대전과 충북 청주까지 규제 지역에 포함되자 자금이 투자가치가 높은 서울 강남권으로 집중됐다. 그 결과 월별로 따진 올해 외지인의 강남 3구 주택거래는 6ㆍ17 대책 직후인 7월(953건)이 가장 많았다. 전달보다 43%(299건)나 늘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강남권 개포동의 한 공인중개업체 대표는 “올해 지방 자산가들은 지방에 보유한 주택을 다 팔더라도 서울 강남에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하고 싶다는 상담이 늘었다”며 “이중 계약한 사례도 여러 건이고, 급매물 나오는 즉시 연락 달라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강남3구 주택 누가 구입했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강남3구 주택 누가 구입했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개포우성, 석 달 사이 1억 또 올라  

이른바 '강남 3구' 주택 시장은 '그들만의 리그'였다. 2016년 이후 5년간 '강남 3구' 주택 매입자의 절반 이상은 '강남 3구' 주민이었다. 손바뀜도 그 안에서 이뤄졌던 셈이다. 진입 장벽도 높아졌다. 지난해 12ㆍ16대책 이후 15억 넘는 아파트에 대한 대출이 막히며 '전국 현금 부자들의 리그'가 됐다. 강남ㆍ서초구의 평균 아파트값은 올해 17억원(한국감정원)을 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집값은 신고가를 기록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매물 품귀 현상 속에 강남 입성을 노리는 지방 부자들의 대기수요가 더해진 영향이다. 서울 도곡동 개포우성4차 전용면적 126㎡는 지난달 25일 27억8500만원(국토부 실거래가)에 거래됐다. 석 달 전(26억7500만원)보다 1억1000만원 더 올랐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국적으로 서울 강남 주택 선호현상은 지속할 것으로 입을 모았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규제의 역효과로 서울과 지방간 집값 격차가 더 벌어지면서 서울 강남 주택 선호현상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최근 자산가를 중심으로 서울 강남 부동산이 저성장ㆍ저금리시대 안전한 투자처라는 인식이 확고해지고 있다”며 “강남은 교육을 비롯해 편의시설, 교통 등 인프라를 잘 갖춰 집값이 하락하더라도 단기간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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