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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옵티머스 연루 전 靑행정관, 지원서 공란에도 공사 채용

중앙일보 2020.10.15 05:00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의 ‘핵심인물’ 중 한명으로 떠오른 이모(36)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이 주요 항목을 빈칸으로 놔 둔 지원서를 내고도 한국농어촌공사 비상임이사로 임명된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에 입성하기 1년 전의 일이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사기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윤모 변호사(옵티머스 사내이사)가 지난 7월 서울 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당시 그는 구속됐다. 옵티머스 사태의 주요 '키맨'으로 떠오른 이모 전 청와대 행정관은 구속된 윤 변호사의 배우자다. [연합뉴스]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사기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윤모 변호사(옵티머스 사내이사)가 지난 7월 서울 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당시 그는 구속됐다. 옵티머스 사태의 주요 '키맨'으로 떠오른 이모 전 청와대 행정관은 구속된 윤 변호사의 배우자다. [연합뉴스]

농어촌공사가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변호사인 이 전 행정관은 2018년 5월 기재사항 9개 항목 중 5개 항목을 공란을 둔 지원서를 공사 측에 제출했다. 

 
당시 농어촌공사는 초빙 공고문에 ▶기업경영 및 농어업분야에 대한 전문지식과 자질을 겸비하신 분 ▶기업경영 및 농어업ㆍ농어촌정책에 대한 이해와 비전을 갖추신 분 ▶진취적 사고 및 혁신 의지를 보유하신 분 ▶공직자로서 요구되는 국가관과 윤리관을 갖추신 분 등 네 가지를 자격요건으로 내걸었다.

 
지원서에도 이런 자격요건을 확인할 수 있는 항목들이 대거 포함됐다. 하지만 이 전 행정관은 ▶관련 분야 논문발표 ▶연구 및 과제수행 주요업적 ▶관련 분야 국가발전 기여 업적 ▶기타 업적 및 활동 사항 ▶포상 실적 등을 아예 쓰지 않았다.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 등이 담긴 인적사항과 출신교를 적은 학력, 자격 및 면허, 경력사항을 채워 넣은 게 전부였다.

 
윤 의원은 “누군가 힘을 쓰지 않았다면 저런 부실한 지원서로 이사로 선발될 수 있었겠느냐”며 “여권 내에서 이 전 행정관의 영향력이 작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는 정황 증거”라고 말했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이 전 행정관이 지원서 주요 항목을 비워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비상임이사와 외부위원 등으로 구성된 기구인 임원추천위원회가 이사 선발을 결정해 농어촌공사는 이 전 행정관의 채용 과정과는 상관이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상임이사의 임명권자는 공사 사장이 아닌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라고도 덧붙였다. 
 
옵티머스 사건 연루 의혹 이모 전 청와대 행정관은 누구.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옵티머스 사건 연루 의혹 이모 전 청와대 행정관은 누구.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옵티머스 사태 연루 의혹을 받는 이 전 행정관은 투자처를 속여 수천억 원을 끌어모은 혐의로 구속된 옵티머스 사내이사 윤모 변호사의 부인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문재인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했다. 이 전 행정관은 청와대에 근무하기 직전까지 선박 부품 제조업체 ‘해덕파워웨이’의 사외이사로 재직했다. 이 회사는 옵티머스가 무자본 인수ㆍ합병(M&A)했다는 의혹을 받는 곳이다. 또 이 전 행정관은 이 M&A 과정에서 옵티머스가 이른바 ‘자금 세탁 창구’로 활용했던 셉틸리언의 최대 주주(50%)이기도 했다.

 
야당에선 여권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운 이 전 행정관이 옵티머스의 정ㆍ관계 로비 창구, 혹은 검찰 수사 무마 역할을 했을 것이란 의혹을 제기한다. 이 전 행정관은 2015년 문재인 대통령이 대표였던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의 당무감사위원을 지냈다. 당시 당무감사원장은 김조원 전 민정수석이었다. 또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이종걸 전 민주당 의원, 김현 전 의원 등 여권 인사들이 여러 명 기소됐던 국정원 댓글 관련 사건에선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함께 변호인단으로 참여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 제공]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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