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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취임 한달도 안돼 개헌 나선 日…'자위대 명기' 밀어부치나

중앙일보 2020.10.15 05:00
일본 정부·여당이 자위대의 정식 군대화, 긴급사태 발동 등 논쟁적 내용을 헌법에 담기 위한 개헌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 취임 후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다.
 

자민당 "연말까지 당 개헌안 확정"
헌법 8조에 자위대 근거 규정 명기,
긴급사태 조항 등 논란 사안 강행

아베 신조(왼쪽) 전 일본 총리가 스가 요시히데 신임 총리에게 축하 꽃다발을 건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베 신조(왼쪽) 전 일본 총리가 스가 요시히데 신임 총리에게 축하 꽃다발을 건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4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전날(13일) 자민당은 에토 세이시로(衛藤征士郎) 당 헌법개정추진본부장을 위원장으로, 나카타니 겐(中谷 元) 전 방위상을 사무국장으로 하는 5명의 개헌 기초위원회를 구성하고 첫 번째 회의를 열었다. 개헌 기초위원회 개최는 2012년 2차 아베 내각 출범 이후 8년 만에 일이다. 위원회는 이날 이후 매주 2차례 꾸준히 논의를 이어간 뒤 늦어도 올해 연말까지 당 의사결정 기구의 승인을 모두 거쳐 최종 확정안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이런 움직임은 개헌이 신임 내각의 역점 추진 사안이란 걸 분명히 한 것이다. 당초 스가 내각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경제 침체 등 산적한 현안에 개헌에 크게 신경을 쓰지 못할 수 있다는 관측이 빗나간 것이다. 요미우리신문도 지난 16일 스가 총리 취임 당시 “스가 총리가 헌법 개정에 대해선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만큼 열의가 없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었다.
 
논란이 큰 쟁점도 그대로 밀어붙일 태세다. 이날 회의에선 ▶자위대 명기 ▶긴급사태 조항 신설 ▶참의원 선거구 합구 ▶교육 무상화 등 4개 항목을 개정 헌법에 담기 위한 논리를 구성하기 위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한다. 이중 자위대 명기와 긴급사태 조항 신설은 아베 정권이 추진을 시도했지만 야권 등의 반발에 주춤했던 사안이다. 
 
일본 내에선 특히 긴급사태 조항 신설을 놓고 의회 내 합의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긴급사태 조항은 올해 초 코로나19 사태가 번질 무렵 본격적으로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심각한 전염병이 유행할 때 내각이 국회 동의 없이도 법률과 동급인 긴급명령을 발동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야권은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일본 공산당은 “내각 결정만으로 국민 권리를 제한하자는 것으로 민주주의 기능을 정지시킬 수 있다”며 “발동 조건을 ‘유사’시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이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야당들은 자민당 내에도 긴급사태 신설에 우려하는 인사들이 있다며 연대 투쟁 의지도 내비쳤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전 총리가 재임 시절 자위대 사열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전 총리가 재임 시절 자위대 사열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 9조에 자위대의 존재 근거를 명시하겠다는 계획은 일본 국내는 물론 한국·중국 등 국제적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아베 전 총리는 집권 기간 내내 9조 개정 의지를 드러냈는데, 스가 총리 역시 후보 시절 아베 전 총리와 같은 입장을 가졌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일본 헌법 9조 1항에는 전쟁을 포기하고, 2항에 전력(군대)을 보유하지 말 것을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 3항을 추가해 자위대 근거 조항을 넣겠다는 것이다.  
 
개헌 추진파는 평화헌법의 근간을 남겨두고 자위대의 지위만 명기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상 군대 보유를 선언하는 것과 다름없고, 이른바 ‘보통국가’로의 본격 전환을 위한 정지 작업이라는 비판이 크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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