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단독] "女청경 하혈 출근 요구 안했다" 강원도청 국감 오르나

중앙일보 2020.10.15 05:00
최근 강원도청에서 불거진 청원경찰 A씨(여)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의혹에 대해 강원도청이 진상조사에 나섰다. 청원경찰(청경) 관리를 담당하는 도청 총무과는 사건 관계자를 면담하고 정확한 경위를 파악 중이다. 이번 사건은 강원도청을 상대로 한 국정감사에서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도 높다. 14일 강원도청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 각 1명은 해당 사건에 대한 조사자료 제출을 강원도청에 요구했다. 
 
이번 사건을 두고 청경내 여론은 양분된 양상이다. 도청 측과 가해자로 지목된 청경들은 제기된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며 (괴롭힘이 아닌) 상관의 정당한 업무지시”라고 주장하는 반면 A씨와 일부 청경들은 “집단으로 한 사람에게 지속해서 질책하는 건 과도했다”는 반응이다. A씨는 도청 자체 조사에 대해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 10월 7일 국회에서 행정안전위원회의 행정안전부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지난 10월 7일 국회에서 행정안전위원회의 행정안전부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강원도청→인권위·노동청·여가부 번진 ‘청경 괴롭힘 의혹’

 
A씨는 올해 초부터 약 9개월간 일부 청경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해당 사건을 국가인권위원회·고용노동청·여성가족부에 신고한 상태다. A씨는 5명의 청경을 가해자로 지목하고 이들이 고성·폭언·지속적인 질책·성희롱·악의적인 소문 등 직장내 괴롭힘을 가했다고 주장한다. A씨는 앞서 ▶하혈로 수술하고 2주간 안정이 필요한 시점에도 출근을 요구받은 점 ▶일부 청경이 당직실에 A씨를 가두고 불을 끈 후 질책한 점 ▶악의적 소문에 항의하다 정신을 잃어 구급차에 실려간 점 ▶8월10일 식사 시간을 보장하지 않은 점 등 구체적 상황을 예시로 들었다.
권혁재 기자.

권혁재 기자.

도청 총무과는 지난 13일 A씨를 비롯한 사건 관계자를 면담했다. 이후 도청 총무과 관계자는 A씨의 주장과 기존 보도 내용에 대해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청경 간부의 메신저 내용 등을 확인한 결과, (지난 1월 A씨의 하혈 수술 당시) '출근하라'고 직접 요구하거나 하다못해 '언제 출근할 수 있느냐'고 물어본 상황도 아니다”며 “(총무과는) 결국 1월 초 A씨가 11일간의 병가를 다 사용하도록 보장했다”고 주장했다. 총무과는 이 메신저 내용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A씨는 “청경 간부는 병가 1주차에 메신저가 아닌 전화·문자로 끊임없이 '언제 나오느냐'고 짜증을 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병가를 마치고 출근했을 때도 짜증을 내며 ‘진단서대로 다 쉬는 사람이 어딨느냐’고 말했다”고 했다. A씨는 “그 무렵 '병이 있었으면 고치고 들어왔어야지 왜 들어와서 병 고치러 다니느냐'는 청경 내부의 악성 소문에 시달렸다”며 “도청 측은 ‘강압적으로 다그쳤다는 표현은 잘못’이라지만 꼭 화를 내며 명령하지 않았더라도 당사자로선 '출근을 왜 안 하느냐'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A씨 측은 “수술 후 2주의 휴식이 필요하다고 처음부터 주장했으나 청경 간부가 1일~5일씩 휴가를 끊어가며 올린 것도 출근을 요구했다는 근거”라고 주장했다.
 

'당직실 질책' 등 쟁점 놓고 양측 주장 엇갈려

2018년 3월 충남 홍성군 홍북읍 당시 충남 도지사 관사에서 청원경찰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사진은 기사 본문과 관련이 없다. 뉴스1

2018년 3월 충남 홍성군 홍북읍 당시 충남 도지사 관사에서 청원경찰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사진은 기사 본문과 관련이 없다. 뉴스1

도청 측은 일부 청경이 A씨를 불 꺼진 당직실에 가두고 질책했다는 주장에 대해 “그 일이 있었다는 시각은 오후 1시쯤으로 당직실 내부는 밝았고 수시로 사람들이 들락거릴 수 있어 A씨를 밀실에 은폐한 느낌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가해자로 지목된 청경과의 면담 결과 이들은 전반적으로 ‘(A씨가) 정당한 근무 지시를 이행하지 않다 보니 반복적으로 지시가 갔고, 갈수록 과격한 표현이 됐다’는 분위기”라며 “인격을 모독한 것은 아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5명 중 3명이 반장·조장이어서 업무 지시를 할 수 있는 계급인 데다 나머지 2명도 A씨보다 호봉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A씨는 “당시 상급자에게 '현관에서 말씀하시라. 들어가기 싫다'고 의사를 표현했지만, 손가락으로 (들어오라는 의미의) 까딱까딱하는 지시를 했다”며 “이후 당직실에 들어가 문을 닫은 후 남자 청경 2명이 질책을 했고 밖에는 이들과 우호적인 청경이 근무를 서고 있어 심리적 공포감을 느꼈다. 당직실이 어두웠는지 여부가 중요한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A씨는 “당시 질책 내용도 업무상 정당한 지시가 아니라 일방적으로 혼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7월9일 오후 대전 중구 충남대병원 응급실 앞에 119구급차가 대기하고 있다. 사진 내용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7월9일 오후 대전 중구 충남대병원 응급실 앞에 119구급차가 대기하고 있다. 사진 내용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다. 프리랜서 김성태.

이밖에 지난 9월 감사관실에 투서를 했다는 소문에 항의하다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는 A씨 주장에 대해서도 청경 간부는 “(당시 A씨는) 구급차를 타지도 않았고 근무를 했다”며 “(1월에도) A씨는 수술이 아닌 시술을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도청 측은 또 “8월10일 식사시간을 주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점심시간 A씨가 사무실에서 온라인 수업을 들었다는 다른 청경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A씨는 그러나 “9월 사건 당일 낮에 구급차가 왔을 때는 탑승을 거부했지만 자정 넘어 결국 구급차에 실려 자택에서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말했다. A씨가 제출한 진단서에 따르면 A씨는 1월5일 강원도 춘천시 온의동 한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A씨는 “8월10일 정오에 근무를 교대한 후 11분 만에 호출이 와 점심을 먹지 못했다. 온라인 수업을 들었다는 주장은 허위”라고 주장했다.
 
강원도청에 대한 국정감사는 오는 20일 국회에서 열린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