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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거짓말’도 檢 무혐의 뒤 알았다···"형사사건 공개금지 악용"

중앙일보 2020.10.15 05:00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휴가 특혜 의혹은 검찰이 "불법적인 부분이 없었다"며 추 장관과 그의 전 보좌관, 군 관계자 모두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일단락됐다. 야당이 추 장관과 아들 서모(27)씨를 검찰에 고발한 지 8개월 만이었다.
 

법무부 "기소 전 사건 내용 비공개 원칙"
작년 12월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 도입

 하지만 앞서 "아들 휴가 연장 과정에서 보좌관과 연락한 바 없다"고 했던 추 장관은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 추 장관이 보좌관과 아들 서씨의 휴가 연장을 논의한 카카오톡 메시지 원문이 지난달 28일 서울동부지검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 의결을 통해 언론에 공개되면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일 법무부에 추 장관 사건 관련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 위원 명단과 '대검이 요청하면 공개심의위를 무조건 열어야 하는지' 등을 물었다. 이에 법무부는 지난 11일 법무부 훈령 1265호를 근거로 "위원 명부는 제출하기 어렵다" "해당 청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해 개최된다"는 답변을 내놨다.
 
 법무부가 말한 훈령은 법무부가 지난해 12월 1일부터 시행 중인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이하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이다. 기소 전에는 피의자의 인적사항과 사건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게 골자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개심의위 운영현황 질의에 檢 "별도 관리 안해"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은 도입 초기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한 시기에 해당 규정이 만들어져 "조 전 장관에 대한 보도를 막으려는 꼼수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법무부는 피의자 인권 보호와 무죄 추정의 원칙을 내세웠지만, 국민의 알 권리 침해와 권력에 대한 감시 기능 위축을 우려하는 의견도 많았다. 다만 법무부는 수사 중 오보가 발생하거나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는 중요 사건의 경우에는 민간위원이 과반수 포함된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의 의결을 거쳐 일부 공개가 가능하도록 여지를 뒀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이후 심의위를 얼마나 열었고, 어떤 기준으로 운영하고 있을까. '어느 검찰청에서, 언제, 어떤 사건에 대해 심의위를 열었는지' '심의위가 사건을 공개한 이유와 범위' 등을 중앙일보가 지난달 24일 대검찰청 대변인실에 e메일로 문의한 결과 "요청 자료는 별도로 작성·관리하지 않아 제출하기 어려움을 양해해주기 바란다"는 답이 돌아왔다.
 
금융위원회 국장 재직 시절 금융업계 관계자 등에게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지난해 11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동부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금융위원회 국장 재직 시절 금융업계 관계자 등에게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지난해 11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동부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유재수 사건 비공개…'박사' 조주빈은 공개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 시행 이후 첫번째 심의 대상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 사건이었다. 전·현직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가 수사선상에 오른 사건이었다. 해당 사건을 수사한 서울동부지검은 지난해 12월 2일 심의위를 열어 유 전 부시장 사건 수사의 공개 여부 등을 논의했지만, 결국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당시 정규영 서울동부지검 전문공보관은 "원칙적으로 모든 형사사건은 비공개이고 예외적으로 중대한 사건만 공개하는 것이다. 운영 지침에 따라 심의위 심의와 구체적인 의결 내용도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반면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만들어 텔레그램에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 조주빈(25) 사건과 관련해서는 서울중앙지검이 지난 3월 심의위를 열어 조주빈의 실명과 일부 수사 상황을 공개했다. 당시 검찰은 "사건의 내용과 중대성, 피의자의 인권, 수사의 공정성, 국민의 알 권리 보장, 재범 방지 및 범죄 예방 등 공공의 이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심의위가 각급 검찰청 수뇌부 판단에 따라 개최 여부가 결정되다 보니 '깜깜이 수사'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검찰이 부실 수사를 해도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 뒤에 숨어 국민이 알 길이 원천적으로 봉쇄됐다"는 주장이다.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최소 74명의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지난 3월 25일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되고 있다. 뉴스1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최소 74명의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지난 3월 25일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되고 있다. 뉴스1

"검찰 부실수사 감추는 전가의 보도" 

 법조계에서는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이 검찰의 부실 수사를 감추는 전가의 보도처럼 쓰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최근 옵티머스·라임 펀드 사태는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여권 핵심 인사들의 연루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치권 뇌관으로 떠올랐다. 피해액만도 각각 5000억원, 1조6000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검찰이 청와대와 여권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는 내용이 담긴 옵티머스 내부 대책 문건이나 "권력형 게이트 사건화 우려" 등이 적힌 문건 등을 지난 6~7월 확보하고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검찰 고위 간부 출신 한 변호사는 14일 통화에서 "검찰이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심의위를 선택적으로 악용하고 있다"며 "검찰이 알리고 싶은 사건은 공개하고, 덮고 싶은 사건은 묻어두는 구조"라고 말했다. 한 재경 지검 검사는 "수사 초점이 무엇인지 언론 보도로 확인했는데 규정 시행 이후 그 과정이 가로막혔다"고 했다.
 
 야당 의원들은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이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윤한홍 의원은 "심의위 과정을 공개하고, 정치인 등 공인에 한해서는 사건 공개 범위를 넓게 허용하는 방향으로 규정을 손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라임·옵티머스 사건 관련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라임·옵티머스 사건 관련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검찰 공개 거부시 시민 기준 판단받아야"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의 필요성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있다. 민변 전북지부장을 지낸 김현승 변호사는 "공인 여부를 떠나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유죄로 몰아가는 분위기에서 기소 전에 수사 내용을 공개하는 건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피의사실 공표 금지와 국민의 알 권리라는 상충하는 두 이익이 균형을 이루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조기영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피의사실 공표가 오·남용된 사례가 많아 이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규정을 바꾼 건 맞다"면서도 "검찰이 '사건 비공개'를 결정하면 외부에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불복 절차가 하나도 없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에서 사건 공개 신청권을 인정하고 심의위를 운영하는 건 알 권리를 보호 이익으로 보기 때문"이라며 "알 권리가 사문화되지 않으려면 언론이 신청하거나 검찰이 공개를 거부한 경우에도 심의위를 열어 일반 시민의 기준과 감각으로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은 순기능과 역기능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며 "피의사실 공표 시 대중의 알 권리가 충족되는 공적 사안인지, 공인과 사인을 나눠 당사자의 피해 정도가 큰지 등이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김수민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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