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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디지털 세상의 불안한 미래

중앙일보 2020.10.15 00:33 종합 35면 지면보기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코로나19 위기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까? 대유행병으로 엄청난 인명 피해와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지만, 위기에 적응하고 이후를 대비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무엇보다 디지털 경제로의 빠른 전환이 주목을 받고 있다. 가계·기업의 비대면 활동 증가가 재택근무와 온라인 교육, 비대면 산업의 발전을 촉진했다. 세계적 컨설팅회사 맥킨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디지털화는 과거 7년의 변화가 올 한해에 이미 이루어졌을 정도로 속도가 빠르다고 한다. 디지털 산업이 위기 극복과 미래 성장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감염병 위기로 디지털 전환 빨라
생산과 삶의 질 향상 기대되지만
정보활용 격차 줄여 혜택 공유하고
기술남용 막고 개인정보 보호해야

디지털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디지털 전환은 코로나19 시대에 사람들이 더 건강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고, 삶의 질을 높이도록 도와준다. 디지털 기술은 우리가 홀로 격리되어도 초연결사회에 살 수 있도록 한다. 아마존,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이 제공하는 ‘디지털 플랫폼’은 전 세계 시민이 일하고, 즐기고,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우리는 사실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으로 오래전부터 ‘디지털 혁명’을 경험해 왔다. MIT 미디어랩의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교수는 세상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게 될 것을 1990년대에 예언했다. 기업은 컴퓨터, 통신 장비 및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디지털 자산 축적을 통해 생산 비용을 낮추고 효율을 높여 왔다. 우리는 인터넷과 휴대폰이 제공하는 디지털 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이제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5G,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첨단기술의 융합과 빅데이터의 활용으로 디지털 전환이 가속할 것이다. 디지털 전환이 이제 돌이킬 수 없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에 이르렀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ICT가 발전하고 디지털 플랫폼이 세상을 지배하면 모두가 행복할까? 그 답은 아직 확실하지 않다. 우선 디지털 전환으로 모두가 경제적 혜택을 누릴 수 있을지가 불확실하다. 로버트 솔로우 MIT대 교수는 ‘생산성 역설’을 언급했다. ICT가 발전해도 경제 전체로는 생산성 향상이 크지 않다고 했다. 그 배경에는 여러 장애 요소들이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 신기술을 채택하여 비즈니스에 활용하기가 쉽지 않고, 근로자는 신기술을 익히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다. 디지털 플랫폼을 독점한 대기업이 신규 혁신 기업의 진입을 막고 경쟁을 제한할 수도 있다. 기술혁신은 ‘창조적 파괴’의 과정이기도 하다. 신기술과 새로운 산업이 오래된 기술과 산업을 쓸모없게 만든다. 예를 들어, 전자상거래의 성장으로 많은 소매업체가 피해를 볼 수 있다. 기존 기술에 의존하는 근로자의 일자리가 줄고 임금 격차가 커질 수 있다.
 
디지털 정보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정부와 대기업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문제다. 정부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여 시민을 감시하고, 개인행동을 과도하게 규제할 우려가 크다. 유발 하라리 히브리대 교수는 지난 3월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중국 정부가 감염병 확산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스마트폰과 안면인식 카메라로 개인을 밀착 감시하고 있다며 ‘빅브라더’ 사회의 출현을 경고했다. 하라리 교수는 중국식 전체주의 방식보다는 공권력에 대한 신뢰와 시민의 협력을 바탕으로 공중 보건과 사생활 보호의 균형을 추구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 대만, 싱가포르를 이렇게 성공한 예로 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동아시아 국가가 ‘중국의 아류(China-lite)’가 되어 간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 수준이 높고 중앙집권적 체제에 익숙한 동아시아 국가의 시민은 정부의 과도한 통제에도 잘 협조한다. 국가가 이를 이용해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사생활을 과도하게 감시하고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은 이제 어디서나 휴대폰으로 행선지를 추적당하는 사회가 되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기사에서 한국 정부가 과도한 개인정보 공개로 사생활과 인권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플랫폼’을 장악한 공룡들이 개인정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우려스럽다. 한국은 개인정보 보호에 특별히 취약하다. 개인정보 유출로 사생활 침해와 사이버 범죄가 자주 발생한다. 온라인 상거래와 검색정보를 장악한 대기업이 정보를 왜곡하고 부당한 이익을 추구한다는 비판도 받는다.
 
디지털 혁신이 경제 전체로 혜택을 가져오고 모두를 행복하게 하려면, 우선 기업 간, 개인 간 존재하는 정보 접근과 활용능력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 중소기업이 신기술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지원하고 노동자가 새로운 기술에 뒤처지지 않도록 직업훈련을 확대하고 학교의 정보화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 기술혁신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경쟁을 촉진하도록 디지털 플랫폼을 적절히 규제해야 한다. 디지털 세상에서 정부와 디지털 플랫폼이 권력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 개인정보와 시민의 기본권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원상을 빨리 회복하려면 지금부터 우리 사회가 디지털 권력을 감시하고 감독하는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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