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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가 있는 아침] (41) 방안에 켰는 촛불

중앙일보 2020.10.15 00:07 종합 26면 지면보기
유자효 시인

유자효 시인

방안에 켰는 촛불
이개 (1417∼1456) 
방안에 켰는 촛불 눌과 이별 하였관데
눈물을 흘리면서 속타는 줄 모르는고
우리도 저 촛불 같아야 속타는 줄 모르노라
- 병와가곡집
 
사람들은 눈물의 연유를 모른다
 
방안에 촛불이 타고 있다. 촛농이 녹아 초를 타고 내린다. 마치 초가 눈물을 흘리는 듯하다. 저 초는 누구와 이별을 해서 저렇게 눈물을 흘리고 있단 말인가? 그런데 초는 제가 속 타는 줄을 모르고 있다. 우리도 그와 같다. 이렇게 흘리는 눈물이 왜 그러는지를 사람들은 모르고 있다. 내 속은 타들어 가고, 그래서 흘리는 눈물인 줄을….
 
이개는 1436년 과거에 급제하여 집현전에 들어갔다. 문종 때는 좌문학으로서 세자를 지도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으니 단종의 스승이다. 그런 그가 계유정난으로 수양대군이 왕위를 찬탈하는 것을 보아야 했으니 그 심경이 오죽했겠는가? 이 시조는 당시의 마음을 읊은 것이다.
 
서해 상에서 북한군의 총격으로 숨지고 불태워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씨의 고등학생 아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가 많은 이들을 울렸다. 아들은 아빠가 월북하려 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다며 “아빠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이 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고 물었다. 대통령은 “진실을 밝혀낼 수 있도록 내가 직접 챙기겠다”는 답장을 보냈으나 이씨의 형 이래진 씨는 “아들이 절규하는 마음으로 쓴 편지의 답장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섭섭함을 드러냈다. 우리는 눈물의 진정한 연유와 그 깊이를 알아야 한다. 
 
유자효(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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