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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반도체 초격차 지키기…해외공장 찾아 EUV장비 추가확보 논의

중앙일보 2020.10.15 00:03 경제 3면 지면보기
네덜란드로 출장을 떠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 셋째)이 쪼그려 앉은 채로 ASML 장비 생산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네덜란드로 출장을 떠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 셋째)이 쪼그려 앉은 채로 ASML 장비 생산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주일간의 유럽 출장일정을 마치고 14일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 부회장은 출장 기간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L의 경영진과 회동을 갖고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공급을 논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막혔던 해외출장을 5개월 만에 재개하면서 가장 먼저 찾은 만큼 ASML과의 협력에 공을 들이는 것이다.
 

삼성 맞수 대만 TSMC에도 납품
네덜란드 ASML 본사 직접 방문
CEO 버닝크와 제조공정 돌아봐

2, 3나노 반도체 양산 치고나가려
첨단 EUV장비 앞서서 도입 나선듯

삼성전자 측은 “이 부회장이 1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이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찾아 피터 버닝크 최고경영자와 7나노 이하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EUV 장비 공급계획 및 운영 기술 고도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면서 “ASML의 생산공장도 방문해 직접 현황을 살펴봤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시스템반도체에 이어 최첨단 메모리반도체 분야까지 EUV의 활용 범위를 확대해 가고 있으며, 특히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두 회사 간 협력 관계도 확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UV 장비는 7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이하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필수적인 장비다. 웨이퍼 위에 빛으로 회로 모양을 반복해서 찍어내는 노광 공정에 사용된다. EUV를 광원으로 사용하면 기존 불화아르곤(ArF) 광원보다 파장이 약 14분의 1로 짧아서 더 미세한 회로패턴을 그려 넣을 수 있다. 세밀한 회로패턴의 반도체일수록 성능과 효율이 좋다. EUV 기반 최첨단 제품 수요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EUV 장비의 공급량은 제한적이다. 2019년 처음 이 장비를 상용화한 곳이 ASML인데 아직 독점 공급사다. 대당 가격이 2000억원 내외로 초고가지만 없어서 못 판다. 일본의 니콘 등의 업체도 EUV 기술력을 갖고 있지만 상용화가 가능한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니콘은 2016년 EUV 사업부 직원을 대규모 구조조정한 이후 상용화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SML의 주요 고객은 세계 파운드리업계 1·2위인 TSMC와 삼성전자”라면서 “두 업체 모두 제한적인 EUV 장비 수급을 위해 ASML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현재 ASML의 지분 1.5%를 보유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3분기 파운드리 시장 전망은 1위가 TSMC(53.9%), 2위가 삼성전자(17.4%)다. 삼성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세계 1위지만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도전자 입장인 것이다. 이 부회장은 파운드리 분야에서 1위 TSMC와의 점유율 격차를 줄이기 위해 지난해 ‘반도체 비전 2030’을 수립했다.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하는데, 전체의 45%인 60조원이 EUV 노광기 등 첨단 생산 인프라에 투입된다.
 
삼성전자는 2019년 10대의 EUV 장비를 도입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이 부회장의 출장으로 추가 도입이 점쳐진다. TSMC의 투자도 삼성 못지않다. 현재 20여대 EUV 장비를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2021년까지 EUV 노광기 50대를 추가 구매할 계획이다. 이조원 나노종합기술원장은 “TSMC와 삼성전자는 누가 먼저 2나노, 3나노 반도체를 양산하느냐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면서 “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EUV 장비를 누가 많이 확보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9시40분께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전용기로 입국한 이 부회장은 “이번에 IOC(국제올림픽위원회)를 만나고 돌아왔다. 다음 출장은 아직 안 정해진 것 같다”며 네덜란드 외에 스위스에 다녀온 사실도 밝혔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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