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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의 코멘터리]대통령 말처럼,성역없이 수사하라

중앙일보 2020.10.14 19:48
 
 

문재인 대통령, 펀드사건 관련 '검찰수사에 성역없다' 천명
여권내 '수사해봐야 별 거 없다' 분위기..예단해선 안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월 12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10월 12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1.

최근 핫이슈인 라임ㆍ옵티머스 펀드사기 사건과 관련,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아주 훌륭한 말씀을 했습니다.

 
‘검찰 수사에 어느 것도 성역이 될 수 없다.’

이런 말씀이 나온 것은 13일 SBS뉴스가‘강기정 전 정무수석이 라임 사건과 관련해 5000만원 받았다’면서 ‘라임 사장이 청와대에서 강 수석을 만났는데, 검찰이 당시 CCTV를 청와대에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보도했기 때문입니다.  
이 보도에 대해 청와대는 13일 밤‘공공기관 정보공개법’에 따라 청와대 출입기록은 공개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2.

그런데 다음날 아침 대통령이‘청와대 출입기록을 검찰에 제출하라’고 지시한 것입니다. 검찰수사에 적극 협조하라면서..

 
지당한 말씀입니다. ‘공공기관 정보공개법’에 따르면 당연히 제출하는 것이 맞습니다.  
정보공개를 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조항은‘국가안전보장 등 국가 중대 이익을 현저히 해칠 경우’와 ‘사생활 비밀이 침해될 우려가 있는 경우’등으로 엄격히 제한됩니다.  
강기정의 경우는 범죄수사상 필요한 것으로, 예외조항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3.

대통령의 말씀이 청와대 출입기록에만 해당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1차적으론 검찰이 요청한 CCTV를 제출하란 얘기겠죠. 그런데 CCTV는 이미 보존기한(3개월)이 지나 없다고 합니다.  
대신 출입자 이름을 적어놓은 문서는 있겠죠. 그건 별 의미가 없습니다.  
이미 강 수석도 청와대에서 만난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대신 돈 받은 것을 부인했습니다. 라임사장이 출입기록에 ‘돈 전달’이라고 적지는 않았겠죠.

 
4.

대통령이 이런 지시를 한 것은 기본적으로 법적으로 그렇게 해야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데 이런 민감한 사안에 정치적 계산이 없지는 않았을 겁니다. 정부여당에서는 이번 사건에 대해‘별 거 아니다’는 내부판단을 하고 있는듯 합니다.  
 
검찰의 신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순천고 출신의 동문 형님격인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미 그렇게 얘기했다고 합니다.  
같은 당 박성준 의원이 13일 ‘비공개회의에서 김 대표가..직접 취재해봤는데 염려할만한 사안을 발견하지 못했다..더라’고 밝혔습니다.  
 
검찰 후배들에게 직접 물어본 결과 문제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청와대를 포함해 정부여당내에서 광범하게 공유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니 굳이 무엇을 숨기는듯한 모습을 보일 필요도 없다고 판단했겠죠.

 
5.

아무튼 좋습니다. 별거든 아니든, 진실을 밝히겠다는 것은 바람직한 자세입니다.  
 
그래서인지 14일 추미애 법무장관이 현재의 중앙지검 수사팀에 특수수사 전문 검사 5명 추가를 승인했습니다.  중앙지검내 이동 4명까지 포함하면 9명이나 늘게됐습니다.

사실 기존 수사팀엔 특수수사 인력이 부족했습니다. 추가파견에 대한 승인권이 (검찰개혁 결과) 검찰총장에서 법무장관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감지덕지입니다.  
 
6.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 내외에선 이번 수사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 분위기가 여전합니다.  
정말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발복색원할 수사가 가능하겠느냐는 의구심입니다.  
김태년 대표의 발언은, 진짜 비리가 없어서일 수도 있지만,미리 ‘비리는 없다’는 정답을 검찰에 가이드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 건 아니겠죠?

대통령 말씀대로‘성역없이 수사’하면 진실이 밝혀지리라 기대해봅니다. 착한 대통령입니다. 그 말씀대로 수사하면 됩니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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