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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안된다 하지 말고" vs "병든 닭 잡으려 투망 던지나"

중앙일보 2020.10.14 17:11
유동수 민주당 의원(왼쪽)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뉴시스

유동수 민주당 의원(왼쪽)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뉴시스

“무조건 ‘안 된다’보다는 합리적 대안을 달라.”(유동수 더불어민주당 공정경제TF 위원장)
“병든 닭 몇 마리 골라내기 위해 투망을 던지면 되겠나”(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기업규제 3법 입장차 재확인한 여당과 경영계

 
‘기업규제 3법’(상법ㆍ공정거래법ㆍ금융그룹감독법)을 추진하는 여당과 이를 반대하는 경영계가 14일 만남에서도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공정경제TF(태스크포스) 소속 의원들은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를 잇따라 방문하며 간담회를 했는데, 서로의 입장차만 다시 확인하는 선에서 끝났다.
 
이날 민주당이 대한상의와 경총을 찾아간 것은 이낙연 대표의 권유가 계기다. 이 대표는 6일 서울 대흥동 경총회관을 찾아 손경식 경총 회장 등으로부터 경영계 입장을 들었다. 이후 당으로 돌아와 공정경제TF에 충분한 의견 수렴을 권했는데, 이를 TF 소속 의원들이 받아들인 것이다.
 
TF 위원장인 유동수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의에서 박용만 회장을 만나 “공정경제 3법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하고 계시다는 걸 알고 있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미처 발견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충분히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기업규제 3법을 두고 민주당은 ‘공정경제 3법’, 경영계는 ‘기업부담 3법’이라고 부른다. 유 의원은 “토론회 같은 여러 절차를 통해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겠다”고 덧붙였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오른쪽)과 유동수 민주당 의원. 뉴스1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오른쪽)과 유동수 민주당 의원. 뉴스1

다만 경영계는 공정경제TF의 이같은 입장을 법안 완화의 뜻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대한상의와 경총의 몇몇 관계자들은 “우리 의견을 충분히 듣고 법안을 만드는 것이라는 모양새를 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도 큰 기대는 하지 않지만, 되는 데까지는 해보자는 생각으로 민주당의 방문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유 의원도 박 회장에게 “공정경제 3법은 20대 국회 때부터 많이 논의되면서 나름대로 검토를 많이 한 법”이라며 “민주당은 정기국회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입장을 다시 밝혔다. 박 회장은 “토론을 통해서 우려하는 바를 충분히 전달하고 합리적이고 선진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갔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박 회장은 “기업들 일부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병든 닭 몇 마리를 골라내기 위해서 투망을 던지면 그 안에 모인 닭들이 다 어려워지지 않겠습니까. 해결책이 이거 하나인가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며 “선진경제로 갈수록 법보다 규범에 의해서 해결할 일이 많아진다. 법만으로 모든 걸 규정하는 건 지나치다”고 말했다.
 
오후 경총회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도 입장은 평행선이었다. 공정경제TF 의원들은 손 회장 등과의 간담회 인사말에서 “공정경제법에 대한 많은 걱정과 오해가 있다”며“무조건 ‘안된다’보다는 합리적 대안을 달라”고 말했다. 손 회장이 “기업들이 법을 위반했을 땐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겠지만, 사전적이고 원천적으로 경영이나 사업을 제한하는 규제를 가한다면 우리 기업들이 제대로 뛰기가 힘들다”고 말한 직후다.
 
한편으론 ‘3%룰 강화’로 대표되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선 완화 가능성을 다시 비췄다. 회사가 감사위원을 뽑을 때 위원 1명 이상은 기존 이사가 아닌 다른 사람을 뽑아야 하고. 이 과정에서 대주주의 의결권을 3%까지 인정하는 내용 등에 대해서다. 손 회장이 “우리 기업들은 감사위원 분리선임과 3%룰 강화에 대해 가장 걱정하고 있다”며 “경쟁사나 관련 펀드들의 내부 경영체제로의 진입이 이뤄진다면 기업의 핵심 경영체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는데, 유 의원과 김병욱 의원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일부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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