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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명 집단감염 만덕동, 고깃집·목욕탕 '조용한 전파' 돌았다

중앙일보 2020.10.14 17:08
14일 기준 직원 11명과 환자 4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부산 북구 만덕동 해뜨락요양병원이 동일집단 격리에 들어갔다. 한 보호자가 병원 관계자와 전화 통화를 시도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14일 기준 직원 11명과 환자 4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부산 북구 만덕동 해뜨락요양병원이 동일집단 격리에 들어갔다. 한 보호자가 병원 관계자와 전화 통화를 시도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53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한 해뜨락요양병원이 위치한 부산 북구 만덕동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동(洞) 단위 방역 강화 조치가 이뤄진 곳이다.  
 

해뜨락 요양병원 위치한 만덕동 산으로 둘러싸여
자연환경 좋아 만덕동에 요양시설 9곳 밀집
지난 9월 19일 고깃집에서 확진자 발생 이후 조용한 전파
지난 1일 전국 최초로 동 단위 방역강화 조치 내려져
고령자 많고 소규모 가게 능선 따라 들어선 산동네

 만덕동 내 ‘조용한 전파’가 시작된 지난 9월 중순 이전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거의 없는 안전지대였다. 정기수 부산시 북구의원은 “만덕동은 고령자가 많은 주택가인데 지난 3월부터 6개월 간 확진자가 없어 안심하고 있었다”며 “9월 중순 고깃집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코로나바이러스가 동네에 만연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만덕동은 3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주택가와 아파트 단지가 많은 주거지역이다. 부산 구도심 중 하나인 북구 중에서도 개발이 덜 된 만덕동은 자연환경이 좋기로 유명하다. 금정산이 인접해 있고, 소규모 공원이 많아 공기가 맑은 편이다. 해뜨락요양병원에 부친이 입원해 있는 정봉규(62)씨는 “부산 동래구 사직동에 있는 요양병원에 아버지를 모셨는데 공기가 너무 안 좋다고 하셔서 2년 전 해뜨락요양병원으로 옮겼다”며 “아버지가 공기가 맑다고 만족해 하셨는데 코로나 집단감염이 발생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주위 환경이 좋고 대중교통이 발달해 요양시설이 밀집된 곳이기도 하다. 만덕동에는 요양병원 6곳, 요양원 3곳이 들어서 있다. 정 의원은 “만덕동에 법정사와 관음사 등 절이 있고, 공원이 많아 노인들이 살기 좋은 곳”이라며 “접근성이 좋아 보호자들이 방문하기 편하다는 이유로 요양시설이 많이 들어섰다”고 말했다.  
14일 기준 53명의 코로나19 확잔자가 발생한 부산 해뜨락요양병원에서 한 환자가 119구급차량을 이용해 격리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송봉근 기자

14일 기준 53명의 코로나19 확잔자가 발생한 부산 해뜨락요양병원에서 한 환자가 119구급차량을 이용해 격리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송봉근 기자

 만덕동 내 조용한 전파는 지난 9월 19일 한 고깃집에서 시작됐다. 이 고깃집은 탁자가 7개인 작은 음식점이다. 만덕동에 있는 상점 대부분은 소규모다. 60대 남성이 이 식당에서 식사한 뒤 지난 9월 21일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 60대 남성과 같은 시각 식당에 있던 손님 7명이 줄줄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른바 n차 감염이 이어지면서 식당 관련 감염자는 14일 기준 10명에 이른다. 당시 부산시는 “고깃집 내 환기구를 통해 옆 테이블까지 코로나바이러스가 전파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이어 9월 29일에는 부산 만덕동 그린코아 목욕탕을 이용한 남성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이후 자녀 2명이 연이어 확진 판정을 받았다. 14일 기준 그린코아 목욕탕 관련 감염자는 15명에 달한다. 만덕동은 주민 간 친밀도가 높아 목욕탕에 장시간 머물면서 대화를 나누다 전파된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는 목욕탕 및 식당 관련 감염자가 늘어나던 지난 1일 만덕동에 방역 강화 조처를 내렸다. 1일부터 2주간 만덕동 일원의 18개 소공원을 모두 폐쇄하고 이 지역 일반음식점 및 휴게음식점에 대해 방역수칙 준수를 의무화하는 집합제한 명령을 내렸다. 집합제한 명령을 어긴 음식점은 즉시 집합금지 명령을 내리는 강력한 조치다. 또 추석 연휴 기간에 100여명을 투입, 이 지역에 대해 강도 높은 방역수칙 점검을 했다.  
14일 기준 53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부산 북구 만덕동 해뜨락요양병원이 동일집단 격리에 들어간 가운데 정부 관계자들이 개인 보호장구를 전달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14일 기준 53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부산 북구 만덕동 해뜨락요양병원이 동일집단 격리에 들어간 가운데 정부 관계자들이 개인 보호장구를 전달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14일 요양병원에서 무더기로 확진자가 발생하자 만덕동 일원의 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 등에 대한 집합제한 명령은 2주간 연장됐다. 만덕동 주민 김모(62)씨는 “지난 1일부터 수시로 소독차가 돌아다녀서 더는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을 줄 알았다”며 “만덕동 곳곳에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진 게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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