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워싱턴 '전작권 담판'…"내년까지 우선 전환 후 검증" 카드 빼들까

중앙일보 2020.10.14 16:59
서욱 국방부 장관이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과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취임 이후 첫 한·미 안보협의회의(SCM)를 개최한다. 서 장관은 이번 회의를 통해 문재인 정부가 원하는 '임기 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에 전력 투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가시적인 결론이 나지 않으면 일정상 문재인 정부 내 전작권 전환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서욱, '文정부 임기내 전환'에 전력투구 예상
"2단계 검증만 마치고 전환 먼저하는 안도"
"北 핵보유 이유로 美선 '시기상조론' 대두"
"이번에 분담금 해결 안되면 한·미동맹 심각"

이미 전문가들 사이에선 미 대선(11월 3일)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성과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오히려 미측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번 회의가 만만치 않은 자리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 3일 서욱 국방부 장관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방문해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과 도보다리를 걷고 있다. [사진 국방부]

지난 3일 서욱 국방부 장관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방문해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과 도보다리를 걷고 있다. [사진 국방부]

◇"빨라야 내년 SCM서 전환 시기 결정"

서 장관의 출국에 앞서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회의에서 한반도 안보 상황 평가와 함께 전작권 전환 문제가 주요 핵심 의제로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 어떤 안을 제시할 것인지에 대해선 함구했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일관되게 '임기 내 전환'을 강조한 만큼 이번 회의에서도 "전작권 전환 검증에 속도를 내자"는 제안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초 한·미는 지난해 검증 3단계 중 1단계인 기본운용능력(IOC) 평가를 마치고, 올해 2단계 완전운용능력(FOC) 평가도 완료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2단계 검증은 내년으로 연기된 상황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서욱 장관이 유엔사령부·한미연합사가 평택으로 이전하는 내년 말까지 2단계를 마친 뒤 전작권을 우선 전환하고, 3단계(완전임무수행능력·FMC)는 그 이후에 하자는 제안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또 한 번 전작권을 연기하면 한국 내 반미 여론을 부추길 수 있다"며 "미 정부도 그런 득실을 따질 것"이라고 짚었다.
 
한ㆍ미 군 장병들이 연합훈련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미 공군]

한ㆍ미 군 장병들이 연합훈련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미 공군]

반면 국방부 국방개혁실장을 지낸 홍규덕 숙명여대 교수는 "에스퍼 장관이나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한·미연합사령관) 등이 전작권 전환의 조건인 연합훈련 등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표현을 많이 내놨다"면서 "미측이 '전환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라거나 '너무 서두르는 것이 이롭지 않다'고 주장하면 조기 전환을 강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작권 전환 논의에 정통한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2014년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을 합의할 때 합의의 기본 정신은 적정 시기에 안정적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 한·미 간에 이견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버웰 벨 전 연합사령관 등은 북한의 핵 보유를 이유로 전작권 전환이 시기상조라고 주장한다"며 "일단 3단계 검증을 마쳐야만 전환에 합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르면 내년 SCM에서나 전환 시기를 못 박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앞서 지난달 10일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토론회에서 "마치 세가지 전작권 전환 조건을 검증하는 게 전부로 잘못 알려져 있다"며 "미래연합사 능력 검증은 전작권 전환의 첫 번째 조건이자 한국군이 갖춰야 할 핵심 군사능력 과제 26개 중 하나일 뿐"이라고 밝혀 논란이 일기도 했다.
 

◇"트럼프, 재선 위해 분담금 합의할 수도"

이번 회의에서 한·미 양측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문제를 놓고도 줄다리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홍규덕 교수는 "앞서 정부가 가능한 인상선을 제시했는데도 트럼프는 부족하다며 퇴짜를 놨다"면서 "미측 분담금 협상대표(도나 웰튼)가 바뀐 지 얼마 안 된 데다가 미 대선을 앞두고 있어서 이번엔 원론적 입장만 밝힐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달 29일 1차 TV토론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는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달 29일 1차 TV토론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는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번 회의에서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온다.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입장에선 지금 시점에서 합의를 이루는 게 정치적 이익이 될 수 있다고 본다"며 "대선 상대인 바이든이 '동맹국에 지나치게 많은 요구를 하고 있다'고 공격하는 상황에서 만일 이번 회담을 계기로 합의를 이룬다면 표 획득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SCM에서까지 분담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 동맹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우려했다. 
 
한편, SCM을 앞두고 14일 새벽에 화상으로 열린 한·미 군사위원회(MCM)에서도 양국 합참의장은 전작권 전환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회의에서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을 포함한 한반도 방위 공약을 지키겠다"고 재확인했다. 또 양측은 북한 열병식에 등장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에 대한 평가도 공유했다고 합참은 이날 밝혔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