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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 도주 문건 작성전 "靑 아내에게 말해 막아보겠다"

중앙일보 2020.10.14 16:14
옵티머스 사건 연루 의혹 이모 전 청와대 행정관은 누구.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옵티머스 사건 연루 의혹 이모 전 청와대 행정관은 누구.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1조원대 펀드 사기 의혹을 받는 옵티머스자산운용 경영진이 도주 시나리오 내용이 담긴 문건을 만들기 직전 “청와대에 얘기해서 막아보겠다”는 대화를 나눈 정황이 확인됐다. 국회는 당시 옵티머스 경영진의 가족이자,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근무했던 변호사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14일 옵티머스 전직 간부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옵티머스 사내 이사 윤모(43‧사법연수원 41기) 변호사가 지난 4월 “청와대에 있는 아내에게 얘기해서 사태를 막아보겠다”는 취지의 말을 경영진에 했다고 한다. 그의 아내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이모(36‧사법연수원 41기) 변호사다.  
 

도주 방안 담긴 문건 작성되기 직전 “청와대에 얘기해 보겠다” 대화 정황

  
지난 4월은 옵티머스에 자금 압박이 시작되던 시기다. 최근 공개된 문건에 따르면 옵티머스 경영진은 지난 5월 회의를 열고 경영진 중 누가 사기행각을 주도했다고 검찰에 진술할지, 금융감독원 등 어느 기관에 로비해야 할지 등을 논의했다. 컴퓨터 파일과 폐쇄회로(CC)TV 장면 삭제 방안이 담겨 ‘커버 시나리오’라는 용어도 쓰였다. 옵티머스 펀드는 지난 6월 환매가 중단됐고, 검찰은 해당 문건을 지난 7월 경영진 기소 당시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다.  
  
옵티머스 전직 간부는 “환매 중단 사태를 예견하고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청와대나 금감원을 통해 막아보겠다는 얘기가 나왔다”며 “윤 변호사는 옵티머스 내에서 각종 서류 결재권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7월에 기소된 옵티머스 경영진 측도 “윤 변호사가 당시 부인 얘기를 하고 다니는 걸 들었다”고 전했다. 검찰은 지난 7월 이모 변호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지만 정관계 로비를 직접 받았다는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  
 
 
지난 12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오른쪽 뒷모습)이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윤창현의원이 제시한 '옵티머스 자산운용의 펀드 자금흐름도' 자료를 지켜보고 있다. 오종택 기자

지난 12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오른쪽 뒷모습)이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윤창현의원이 제시한 '옵티머스 자산운용의 펀드 자금흐름도' 자료를 지켜보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 변호사는 청와대 근무 직전인 지난해 3~10월 옵티머스가 무자본 인수·합병(M&A)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선박 부품 제조업체 해덕파워웨이의 사외이사로 근무했다. 전직 금감원 팀장 변모씨도 같은 시기 해덕파워웨이 감사로 영입됐다. 이 변호사가 사외이사를 맡은 지 2개월 뒤인 2019년 5월 전 경영진과 관계가 있던 박모(57)씨가 폭력조직인 국제PJ파 부두목 조규석(61)씨에게 살해당했다. 당시는 옵티머스 측이 해덕파워웨이 경영권을 가진 뒤 얼마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조규석씨는 도피 이후 9개월 만인 지난 2월 경찰에 체포됐다. 조씨는 체포 뒤 조사실로 이동하는 중에 취재진에 “이번 사건은 주가조작과 무자본 M&A의 폐해”라고 주장했다. 의정부지법은 지난 9월 조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10억원을 준다고 했는데도 더 많은 돈을 요구하는 등 막대한 주식 이득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해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옵티머스 전직 간부는 “자금을 움직이는 핵심이 아니면 시끄러운 회사 사외이사를 맡지 않는다”며 “이 변호사가 오히려 남편을 옵티머스에 꽂아준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사외 이사 지냈던 해덕파워웨이에는 살인 사건도 일어나 

  
이 변호사는 2018년 6월부터 1년 4개월 동안 농어촌공사 비상임이사도 지냈다. 농어촌공사는 지난 1월 사내근로복지기금을 통해 30억원을 옵티머스에 투자했다가 모두 잃을 상황에 놓여 있다. 그는 2017년 이번 정부가 출범한 이후 서울시 고문변호사와 국가정보원 법률고문, 청와대 국가안보실 행정심판위원을 맡았다. 
 
국가정보원 직원 감금 사건으로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김현 전 민주당 의원이 기소됐을 때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함께 변호인단으로 참여했다. 김조원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도 인연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를 지내던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당무감사원에서 김 전 수석과 함께 근무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13일 여야 합의를 거쳐 이 변호사를 증인으로 의결했다. 이 변호사는 오는 23일에 출석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검찰 수사 단계에서 이 변호사는 피의자로 전환되지 않았다.  
 
김민상‧채혜선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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