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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호, 모빌리티 싣고 카마겟돈 속으로

중앙일보 2020.10.14 15:58
정의선 현대차그룹 신임 회장이 14일 오전 전세계 임직원에게 보낸 영상 취임 메시지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신임 회장이 14일 오전 전세계 임직원에게 보낸 영상 취임 메시지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호'가 닻을 올렸다. 항로는 '카마겟돈(자동차+종말을 뜻하는 아마겟돈의 합성어)' 정면 돌파다. 정의선의 현대차 기함(旗艦)엔 전기차·수소전기차·자율주행차·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미래 모빌리티(Mobility)가 잔뜩 실렸다.  
 

[뉴스분석] 정의선 회장 시대, 현대차 미래는

그러나 카마겟돈이라는 말이 상징하듯 험한 파고가 예상된다. 앞서 지난해 10월 정 회장은 타운홀 미팅에서 "미래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50%, 개인용 비행 자동차 30%, 로봇 20%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청사진이 실현되려면 전기차와 UAM 등에서 글로벌 수위권으로 치고 올라가는 동시에 내연기관차에서 꾸준한 수익을 내야 한다. 앞서 지난해 10월 정 회장은 "2025년까지 미래 차 분야에 41조원을 쏟아부을 것(미래차 산업 발전전략 발표)"이라고 했는데, 이 재원은 기존 비즈니스에서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글로벌 경영 환경은 녹록지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상반기 현대·기아차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9.5%, 47.7% 줄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에서 4위에 올랐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1위 테슬라에 비해선 판매량이 4분의 1 수준이다. 또 수소전기차 분야에선 독일 등 자동차 선진국보다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아직 수소전기차는 미래 차의 주류가 아니다. 10년 뒤 수소전기차를 100만~200만대 수준으로 판매한다고 해도 글로벌 차 판매의 1~2%에 불과하다. 
 

휴먼웨어·CASE, 숙제 많아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2년 전 부회장 취임 후 현대차그룹은 미래·친환경 차 분야에 대거 진출했지만, 모든 사업에서 '기술 임계치'를 달성하는 게 쉽지 않을 것"라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우선순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 공급자 중심보단 수요자 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2028년 상용화하겠다고 한 UAM 분야도 갈 길이 멀다. 이항구 연구위원은 "UAM으로 매출의 30%를 달성하려면 약 15조~30조원을 해야 하는데 그 정도 시장이 열릴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술 개발과 함께 법·제도 정비까지 사실상 현대차가 끌고 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연혁.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현대자동차그룹 연혁.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정 부회장은 미래 사업 비중과 함께 '콘텐트'에 대해서도 밝혔다. "현대차가 스마트 솔루션 플랫폼 프로바이더(제공자)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 차의 성공 요인으로 꼽히는 'C·A·S·E(연결성·자율주행·차량공유·전동화)'를 중심으로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 차두원 차두원모빌리티연구소장은 "현대차는 지금까지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기술을 빠르게 쫓는 기업)였다"며 "미래 차 주도권을 잡으려면 쫓고 베끼는 게 아니라 이전에 없던 새로운 기술로 사용자에게 감동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넘어 '휴먼웨어(Humanware, 사용자 경험을 강조한 기술)'로 가야 한다"며 "휴먼웨어를 개발할 수 있는 여건을 현대차 조직과 신·구세대 간 협업을 통해 찾고 연구·개발(R&D) 투자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룡 이기려면 어벤저스 팀 꾸려야"  

14일 취임사에서 정 회장은 "인류의 꿈을 함께 실현하며 나아간다"는 '인류·미래·나눔' 메시지를 담았다. 이는 수석부회장에 오른 뒤 적극적으로 해왔던 개방형 혁신과 협업을 더 추구하겠다는 의미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정 회장은 그간 앱티브(자율주행)·리막(전기차)·어라이벌(전기차)·그랩(차량공유) 등 모빌리티를 선도하는 글로벌 스타트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과감한 투자를 했다. 반면 르노·닛산, PSA·FCA는 등 덩치 큰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한 덩어리로 연합을 맺어 생존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상대적으로 현대차의 글로벌 동맹은 느슨한 편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제 '어벤저스(수퍼 히어로가 대거 등장하는 할리우드 영화)'가 아니면 공룡을 이길 수 없다"며 "C·A·S·E 분야에서 현대가 갖지 못한 역량을 쌓기 위해선 효율적 제휴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코나 일렉트릭 화재 등으로 LG화학과 미묘한 갈등을 빚는 데서 볼 수 있듯 협력 업체나 제휴사 간 활발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코나 일렉트릭(EV) 화재에 따른 자발적 리콜 조치에 따라 전기차 제조사인 현대차와 배터리 납품사인 LG화학 간에 책임 공방이 불거질 조짐이 보이는데 따른 조언이다. 정 회장이 시급한 과제인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저물어 가는 내연기관차보단 미래 차 분야에 협력을 강화하는 건 잘한 결정"이라며 "LG·SK·삼성 등 배터리 동맹을 비롯해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 등에서 경쟁 브랜드와도 과감하게 손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 이 부분에서 정 회장이 능력을 보여줄 때"라고 말했다. 
 
한편 정의선 신임 회장이 취임한 이날 현대자동차 주가는 0.56% 하락한 17만8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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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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