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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카마겟돈·지배구조 파고 넘어야 산다…3세 경영시대 연 정의선

중앙일보 2020.10.14 11:44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14일 임시이사회에서 회장으로 선임됐다. 이로써 53년 역사의 현대차그룹은 3세 경영 시대를 맞게 됐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14일 임시이사회에서 회장으로 선임됐다. 이로써 53년 역사의 현대차그룹은 3세 경영 시대를 맞게 됐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14일 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이로써 1967년 옛 현대그룹 계열사로 출발한 현대차그룹은 창업자 고(故)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고(故) 정세영 전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 정몽구 명예회장에 이어 3세 경영 시대를 열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는 이날 오전 7시 30분 온라인으로 임시 이사회를 열어 정 수석부회장의 회장 선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각 사 이사회는 안건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고 현대차그룹은 설명했다.
 

정의선 시대 열렸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립자의 장손(長孫)인 정 신임회장은 1994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에 입사한 뒤 26년 만에 그룹 총수 자리에 올랐다. 2018년 그룹 수석부회장에 취임했고, 올해부턴 그룹 주력인 현대차 이사회 의장을 맡아 그룹 경영과 대외 대표 최고경영자(CEO)로 활동해 왔다.
 
정 회장은 이날 오전 9시 전 세계 그룹 임직원에게 발표한 영상 취임 메시지를 통해 첫인사를 전했다. 취임 메시지의 제목은 ‘새 장(章)의 시작(Start of a New Chapter)’이었다. 그는 “범 현대그룹 창업자이신 정주영 선대 회장님, 현대차그룹의 오늘을 이룩하신 정몽구 명예회장님의 업적과 경영철학을 계승해 미래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야 한다는 사명감과 책임을 느낀다”고 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신임 회장이 14일 오전 전세계 임직원에게 보낸 영상 취임 메시지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신임 회장이 14일 오전 전세계 임직원에게 보낸 영상 취임 메시지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이어 “현대차그룹은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과 평화로운 삶’이라는 인류의 꿈을 실현해 나가고 결실을 세계 고객과 나누며 사랑받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며 ‘인류·미래·나눔’의 그룹 혁신 지향점을 제시했다.
 
정 회장은 최근 미래 차 변혁 과정에서 발생한 품질 문제를 의식한 듯 “고객 행복의 첫걸음은 완벽한 품질을 통해 고객 본연의 삶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그룹의 모든 활동은 고객 중심이 돼야 하며, 고객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 소통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기본이 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종조부, 기아차 창립자도 언급

여러 차례 강조한 그룹의 미래 방향성에 대해서도 다시 언급했다. 정 회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자동차는 물론 다양한 분야에 활용해 인류의 미래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으로 자리 잡게 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또 “로보틱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스마트 시티 등을 현실화해 인류에 한 차원 높은 삶의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몽구(오른쪽)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현대차그룹을 세계 5위의 자동차 전문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정의선 신임 회장은 선대의 업적을 계승하며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중앙포토

정몽구(오른쪽)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현대차그룹을 세계 5위의 자동차 전문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정의선 신임 회장은 선대의 업적을 계승하며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중앙포토

정 회장은 ▶주주·협력업체·지역사회와 결실을 나누고 ▶수평적 소통과 자율을 기반으로 열린 조직문화 구현을 촉진하며 ▶기업활동이 인류에 기여하고 다시 그룹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 구축 등의 목표도 제시했다.
 
창업자 정신을 강조하면서 기아자동차 창업주 고(故) 김철호 회장을 언급한 것도 눈에 띄었다. 1999년 인수해 자동차 전문 그룹의 기반이 된 기아차의 역사를 잊지 않는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 회장은 아버지와 할아버지뿐 아니라, 작은 할아버지인 정세영 회장, 사촌인 정몽규 회장 등 현대차의 오늘을 있게 한 이들을 모두 언급했다.
 

총수마다 ‘창업자’처럼

3대째를 맞는 현대차그룹의 총수들은 모두 ‘창업자의 방향성’을 제시해 왔다. 정주영·정세영 회장이 ‘포니 신화’로 국산차 시대를 열었고,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그룹을 글로벌 5위의 자동차 전문기업으로 키웠다.
 
총수마다 시대적 과업을 달성한 만큼 3세 경영자인 정 회장의 책임감도 커질 수밖에 없다. 2000년대 초반부터 경영에 참여해 그룹 최고경영자(CEO)로서 활동해 왔지만 본격적인 그룹의 방향성을 제시한 건 2018년 수석부회장에 취임하면서다. 아직 본인의 경영 성과를 입증할 시간이 부족하단 의미다.
테슬라로 대표되는 미래 차 스타트업들은 기존 완성차 시장을 발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테슬라의 첫 크로스오버 차량 모델Y. 사진 테슬라

테슬라로 대표되는 미래 차 스타트업들은 기존 완성차 시장을 발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테슬라의 첫 크로스오버 차량 모델Y. 사진 테슬라

 
선대의 경영 판단이었지만 중국 시장의 과잉 투자, 미래 차 변혁에 늦은 점 등도 정 회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테슬라로 대표되는 미래 차 스타트업의 약진과 GM·폴크스바겐·도요타 등 기존 ‘완성차 공룡’의 변신도 숨 가쁘다. 특히 경쟁 완성차 기업과 달리 글로벌 연합체제에서 빠져 있는 것도 부담이다.
 

산적한 과제, 미래 불투명

5대 그룹 중 유일하게 순환출자구조를 해결하지 못한 점도 정의선 시대의 안착을 위해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2000년 현대차그룹에서 계열 분리하는 과정에서 지분구조를 탄탄히 만들지 못한 게 원인이다.  
 
지배구조를 공고히 하지 않는다면 2018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의 공격을 겪었던 것처럼  ‘제2의 엘리엇 사태’를 겪을 수도 있다. 감사위원 분리선임 및 대주주 3% 의결권 제한 등 정부의 기업 규제에 대응해야 하는 점도 코 앞에 닥친 과제다.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은 2018년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했다. 지배구조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정의선 회장의 지배력에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사진 엘리엇매니지먼트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은 2018년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했다. 지배구조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정의선 회장의 지배력에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사진 엘리엇매니지먼트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으로의 변화를 선언했지만 격변하는 미래 차 시장에서 향후 5년은 생존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시기다. 전문가들은 ‘애자일(agile·민첩한)한 변신과 대응’을 주문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래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선 지도력과 추진력이 필요하단 점에서 그룹 회장 취임은 바람직한 판단”이라며 “친환경 에너지, UAM 등 미래 기술 분야에서는 국내의 규제에 얽매이지 말고 해외에서라도 신속하게 연구·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래의 방향성은 제시했지만 아직 내부에서 합의와 소통의 과정이 부족하다”며 "거대한 미래 차 변혁 과정에서 현대차가 갖지 못한 걸 싸고 효율적으로 확보하려면 외부와의 협업, 제휴도 중요한데 이 또한 소통의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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