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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디플로맷 “바이든 승리한다고 한미관계 풀리진 않아"

중앙일보 2020.10.14 11:12
미국 유력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에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더라도 한미관계가 개선되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취지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한국 해군본부 미래혁신연구단에서 전략개념을 연구하는 유지훈 소령과 미 정치전문가인 김지윤 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 등이 지난 7일 기고한 글이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후보. [로이터]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후보. [로이터]

 

유지훈 해군 소령 등 韓 연구자 기고
美 관료·학자 등 인터뷰 토대로 분석
"北·中·日 관계 놓고 압박 커질 수도”
"미군 철수·방위비 인상 압박은 줄 듯"

기고문은 국제관계 분야의 석학인 조셉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와 로버트 저비스 미 컬럼비아대 교수, 미 중앙정보국(CIA) 수석분석관이었던 박정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이밖에 익명을 요구한 오바마 정부 시절 국무부 고위 관료와 전·현직 주한미대사 등의 인터뷰를 통해 작성됐다. 저자들은 이를 토대로 바이든 후보가 승리할 경우 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주의'는 약화하겠지만 수면 아래에 있던 또다른 갈등이 부각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북 정책이 대표적이다. 정상 간 대화를 통한 '톱다운' 방식을 선호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비해 바이든은 북미 관계에서 원칙론을 강조한다. 이 경우 미 행정부가 지금보다 수위 높은 대북 압박에 나설 수 있어 대화를 중시하는 한국 정부의 입지는 좁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접근법을 비판하면서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대화에 나서는 데 부정적인 입장이다.
 
미국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

미국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

저자들은 또 “바이든 후보가 제안한 외교 정책에는 ‘전세계 인권과 민주주의의 선진화’를 강조하는 내용이 담겨있다”며 “이런 비전은 살인적이고(murderous), 잔혹하며(brutal), 무자비한(ruthless) 것으로 묘사된 정권과의 관계 개선을 막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한·미간 엇갈리는 속내는 2000년대 노무현 정부와 부시 행정부 사이의 긴장을 연상케 한다는 게 저자들의 판단이다. 
 
대중(對中) 전략도 마찬가지다. 저자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 정부와 한목소리를 낼 가능성 역시 크지 않다고 봤다.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일방주의 대신 다자주의를 내세우고 있지만 중국과의 경쟁까지 포기할 것 같지 않다는 점에서다. “오히려 바이든 후보는 ‘중국에 맞서기 위한 국가들과의 단합된 전선’을 강조하고 있다”며 “미·중 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중국과 관계를 유지하려는 한국은 전보다 더 미국과의 결속을 강요받을 수 있다”고 저자들은 관측했다.
 
저자들은 또 한·일 관계를 놓고서도 긴장이 더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다자 공동주의'의 기치를 전면에 내세운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서 동북아 주요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의 갈등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바이든 행정부는 한·일간 의견 불일치에 인내심을 갖지 못할 것”이라며 “일본과 관계 개선을 위해 한국이 더 많은 일을 하길 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저자들은 바이든 후보 당선 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장기화와 이에 따른 주한미군 감축 문제 등 한미동맹 악화 우려는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용 문제를 거론하며 전세계 미군 철수를 감행하려 하는 데 대해 바이든 후보가 공개적으로 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 민주주의 국가들과의 연대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를 철회할 이유가 충분하다는 얘기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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